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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의 경영악화로 스티브 잡스의 머리를 어지럽게 하던 어느날 디즈니로부터 희소식이 날라온다. 함께 영화를 공동 제작하자는 것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픽사의 중역들을 대동하고  디즈니측의 협상 파트너인 제프리 카젠버그를 만났다. 에니메이션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제프리 카젠버그는 결코 쉬운상대가 아니었다. 


오히려 스티브 잡스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그들의 만남부터 기싸움은 치열했다. 회의실에 들어가자 카젠버그는 회의 테이블 맨 앞쪽에 앉아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앉을 자리를 금방 알 수 있었다. 카젠버그와 가장 동등하게 보일 수 있는 자리는 카젠버그의 반대쪽 끝자리일 테니 말이다. 이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픽사의 직원들은 마치 윔블던 대회 결승전을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고 증언한다. 본격적인 협상 시작은 카젠버그의 입에서부터 시작됐다. 디즈니측서는 거만한 태도를 보이며 이러저런 요구조건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디즈니측에서 비디오로 발생하는 수익은 몽땅 가져가겠다고 하자 화를 참지 못한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픽사에 5000만달러나 되는 돈을 쓴 것을 상기시키며 헐값에 계약할 생각이 없다고 큰소리쳤다. 카젠버그도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 비디오 판매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라도 양보해달라는 스티브 잡스의 요구에 제프리 카젠버그는 단  1%도 가져갈수 없을 것이라면서 단칼에 거절한다.  그리고 만약에 이런 조건이 싫다면 여기서 그만두자고 읍소를 하자 스티브 잡스는 잠자코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스티브 잡스에게는 디즈니가 유일한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제프리 카젠버그는 디즈니가 제작비를 제공하는 대신 수익금의 87.5%를 가져가고 픽사는 12.5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 남은 것은 디즈니가 픽사에 얼마를 제작비로 제공하느냐였다. 스티브 잡스는 2,200만달러를 요구하였다. 하지만 제프리 카젠버그는 500만달러를 줄이자 하였고 스티브 잡스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수락할 수 밖에 없었다.  스티브 잡스와 제르리카젠버그의 첫번째 계약 과정을 보면 전혀 스티브 잡스 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협상이란 아무리 스티브 잡스가 동등한 위치인것처럼 행동을 해도 결국 당장 아쉬운쪽에서 한수 접고 들어갈수 밖에 없는 냉혹한 게임이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언제까지 그런 굴욕적인 계약으로 디즈니에 끌려다닐 사람이 아니었다. 디즈니와 픽사는 세편의 장편 영화를 함께 제작하기로 했는데 그 첫번째 작품이 그 유명한 토이스토리였다. 스티브 잡스는 특유의 직관력을 통해서 토이 스토리가 거대한 성공을 이끌어 내리라고 확신했다. 이에 스티브 잡스는 남들이 생각지 못할 파격적인 계획을 세운다. 토이스토리가 개봉된 직후에 주식을 상장하겠다는 심산이었다.


 한번도 수익을 내지 못했던 회사가 상장을 하겠다는 건 그야말로 허황된 꿈이었지만 스티브 잡스는  말도 안된다는 주변사람에 흔들릴 사람은 더욱 아니었다.  스티브 잡스가 주식을 상장한다고 하자 픽사의 몇몇 중역들은 이와 관련된 문제로 법률회사에서 상담을 받았다. 그러자 변호사는 적자규모가 5,000달러면서 수익도 없는 픽사를 스티브 잡스가 주식 시장에 상장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였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의 성공이란 것은 바로 그런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데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토이스토리가 개봉되는 일주일 후인 11월 29일 기업을 주식시장에 공개하기로 마음먹는다. 토이스토리가 흥행에 성공하면 픽사의 주식도 그만큼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토이스토리가 성공한다는 전제아래 스티브 잡스가 던진 과감한 승부수였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의 확신대로 토이스토리는 흥행에 대 성공을 거둔다. 토이스토리는 개봉하자 마자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랐고 역대 추수감사절 개봉작품으로써는 최고의 흥행기록을 갈아치운다. 이는 주식시장에 상장되는 픽사에 대한 관심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22달러로 시작된 픽사의 주식가격은 39달러로 장을 마감하는데 이는 그해 최대 규모의 기업 공개로 이목을 집중시켰던 넷스케이프를 능가하는 기록이었다. 스티브 잡스가 소유한 주식의 가치는 무려 11억달러가 넘어서며 화려하게 부할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대규모 자금을 유입한 스티브 잡스는 기세가 등등해졌다. 그가 가장 힘든 시기에 디즈니와 맺은 계약은 픽사를 구원해주었지만 사실 그 계약은 갑과 을의 불평등한 계약이었다. 스티브 잡스가 그런 계약을 계속 지킬 사람이 아니었다.  스티브 잡스는 디즈니의 CEO인 마이클 아이즈너에게 계약을 수정하자고 압박한다. 



디즈니가 영화제작에 들어가는 전액을 제공하는 대신 87.5%에 이르는 수익을 가져갔는데 자금이 풍부해진 스티브 잡스는 제작비를 공동부담 하고 수익 분배는 50:50 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브랜드의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스티브 잡스는 모든 영화와 장난감등의 부가상품에 디즈니와 똑같은 크기로 픽사로고를 드러내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리고 영화도 디즈니의 간섭없이  픽사가 독립적으로 제작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분명히 해야할 점이 있다.  디즈니와 픽사의 사이는 분명 갑과의 을의 사이가 맞다. 그리고 디즈니가 골리앗이라면 픽사는 다윗에 불과한 작은 회사이다.


 스티브 잡스가 디즈니와 재협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상대가 아니고 골리앗과 싸우려는 그의 배짱 하나는 인정해야할 것이다. 또한 스티브 잡스의 협상 상대인 마이클 아이즈너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냉혹한 경영인이었다. 픽사와의 계약을 이끈 제프리 카젠버그는 <인어공주>, <라이온 킹>, <알라딘> 의 제작을 총지휘한 실력자이다. 그리고 제프리 카젠버그는 스티브 잡스와의 협상에서 보듯이 그 역시 자사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수완가이며 회사내에서는 직원들이 벌벌떠는 독재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 제프리 카젠버그의 스승 같은 존재가 바로 마이클 아이즈너다.  그런데 이 둘 사이는 회사의 2인자였던  사장겸 최고 운영책임자인 프랭크 웰스가 헬리곱터 사고로 사망하면서 벌어지기 시작한다.


 제프리 카젠버그는 자신이 디즈니의 2인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프랭크마이클 아이즈너는  프랭크 웰스의 자리를 자신이 차지하고 권력을 독점 해버린다. 평소 마이클 아이즈너는 제프리 카젠버그가 프랭크 웰스의 자리를 이을 것이라고 약속을 해왔기 때문에 큰 충격에 빠지게 된다.  제프리 카젠버그는 마이클 아이즈너에게 사장 자리를 요구하지만 별다른 대답을 듣지 못하였고 4개월만에 회사에서 쫓겨나고 만다. 마이클 아이즈너에 대한 적개심에 불타올랐던 제프리 카젠버그는 스티븐 스필버그, 데이비드 게펜과 함께 드림웍스 SKG를 공동 설립하며 복수의 칼날을 갈기 시작한다. 


경쟁회사의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서 회사의 담까지 넘어갔다는 마이클 아이즈너는 절대 쉬운 상대는 아니었으며 스티브 잡스 만큼이나 협상의 대가였다. 하지만 마이클 아이즈너는 스티브 잡스가 필요하였기 때문에 그의 뜻대로 계약내용을 바꿔줄 수 밖에 없었다. 스티브 잡스 역시 무자정 계약 내용을 바꾸자고 한 것은 아니었다. 스티브 잡스는 앞으로 더 많은 영화를 디즈니와 공동 제작하겠다고 하였고 이에 마이클 아이즈너는  스티브 잡스가 원하는대로 계약서에 사인을 해줄 수 밖에 없었다.


비록 스티브 잡스와 새로운 계약에 합의를 했지만 마이클 아이즈너는 순순히 스티브 잡스에게 수익을 공평하게 나누어줄 생각은 생각은 없었다. 마이클 아이즈너는 때를 기다리며 뒤에서 복수의 칼날을 갈기 시작했다. 마이클 아이즈너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계약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역시 픽사의 영화가 실패하는 것이다. 


마이클 아이즈너는 픽사의 영화 “니모를 찾아서”가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새롭게 디즈니에 유리한 계약을 새로 작성하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니모를 찾아서는 개봉한지 사흘만에 706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에니메이션 역사상 최대 흥행기록을 세웠고 3억 3900만달러의 흥행 수입을 벌어들이며 2010년 토이스토리 3 이전까지 픽사 에니메이션중 최고 흥행작으로 남게 된다. 니모를 찾아서의 놀라운 흥행기록은 픽사의 입지를 더욱 커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는 자신에게 더 유리한 계약을 위해 움직였다. 워너 브라더스나 소니픽쳐스가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에서 디즈니에 연연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리고 니모를 찾아서 이전에 마이클 아이즈너와 스티브 잡스의 관계는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서 감정적인 앙금이 남는 사이였다. 마이클 아이즈너는 디즈니가 픽사와 맺은 계약에 따라서 속편제작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토이스토리2는 전작을 뛰어넘는 흥행기록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디즈니와 픽사가 공동으로 제작하기로 한 영화 다섯편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그리고 토이스토리2가 흥행에 성공하자 디즈니는 또 새로운 속편을 만들고 싶었지만 스티브 잡스는 이에 대해 심기가 불편했다. 여기에 2002년 마이클 아이스너는 상원위원회에 나가서 애플의 Rip, Mix, Burn 광고가 해적질을 권하고 있다면서 맹비난을 퍼붓기도 하였다. 스티브 잡스 입장에서는 마이클 아이즈너에게 정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어이없는 상황이었다.  


둘은 이미 공존 공생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으며 스티브 잡스는 마이클 아이즈너와 한판 승부를 벌일 수 밖에 없었다. 마이클 아이즈너의 발언 직후 스티브 잡스는 디즈니내의 사람들에게 마이클 아이즈너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 중에는 월트 디즈니의 조카이자 회사의  회장을 지냈던 로이디즈니도 있었다. 회사내에서 제왕적 경영자로 군림하던 마이클 아이즈너의 입지를 축소킬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면 충분히 괜찮은 우군의 확보였다.


2003년 봄 스티브 잡스는 마이클 아이즈너를 향하여 일격을 가한다. 스티브 잡스는 마이클 아이즈너와에게 앞으로 픽사가 만든 영화에 대해서 디즈니가 공동 소유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배급 수수료의 7.5%만 가져가라고 하였다. 디즈니와 공동 제작하기로 한 두편의 영화역시  갱신된 계약에 따라서 새로 적용받아야한다고 주장했다. 마이클 아이즈너로서는 도저히 받아들 일 수 없는 제안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마이클 아이즈너와 같이 일할 생각이 없었던 듯 하다.

 

마침 마이클 아이즈너는 고령의 나이를 들어서 로이 디즈니를 내쫓으려고 했는데 2003년 11월30일 로이 디즈니는 마이클 아이즈너를 맹비난하고 회사를 자신이 직접 그만둔다. 로이 디즈니가 회사를 그만두자 디즈니 직원들 사이에서는 마이클 아이즈너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진다. 그리고 2004년 1월 스티브 잡스는 디즈니와의 협상을 중단한다고 대외적으로 선언한다. 스티브 잡스는 디즈니말고도 픽사의 영화를 배급 해줄 뛰어날 회사들이 네개는 있으며 픽사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회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노라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픽사의 영화에 디즈니가 창의적인 부분에서 기여한 것이 없음을 밝힌다. 협상에서는 자신이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임을 상대에게 확실히 각인시켜야 하는데 스티브 잡스는 바로 그런 협상의 정석을 그대로 밟아 나갔다. 





마이클 아이즈너에게는 안좋은 일들이 한번에 터졌다. 로이 디즈니 퇴임이후 회사는 내분에 휩쌓였고 이때를 기회로 스티브 잡스마저도 디즈니와의 관계를 끊겠다고 천명한 상태인데 갑자기 유선 방송사 컴캐스트가 디즈니를 적대적으로 인수하겠다고 나선다. 


이러 혼란의 시기에 75세의 로이 디즈니는 세이브디즈니닷컴(SaveDisney.com)이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마이클 아이즈너와 전쟁을 선포한다.  로이 디즈니의 목표는 3월 3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마이클 아이즈너를 몰아 내기 위해서 주주들을 모으는 것이었다. 로이디즈니는 월트디즈니의 조카라는 상징성이 있었다. 로이디즈니의 발언들은 바로 언론에 화제가 되었고 디즈니에 대해서 그가 하는 이야기에는 디즈니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주주총회 당일 행해진 신임투표에서 마이클 아이즈너에 대한 반대표가 무려 45퍼센트가 넘게 나올 정도로 로이 디즈니의 활약은 대단했다. 투표 결과는 회사내에서 마이클 아이즈너의 입지를 대폭 축소시켰다. 2005년 3월 마이클 아이즈너는 남은 임기보다 1년 앞서서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밝힌다.  그리고 디즈니는 차기 CEO로 밥 아이거를 선택한다. 기자출신인 밥 아이거는 1974년 ABC에 입사하여 제작분야일을 하게 된다. 디즈니가 ABC에 인수된 뒤에 밥 아이거는 디즈니의 해외사업을 주로 담당했다. 스티브 잡스가 그토록 원하던 일이 일어났고 이제 스티브 잡스는 원하던 것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온 것이었다.


디즈니의 새로운 CEO인 밥 아이거는 마이클 아이즈너와 달랐고 스티브 잡스에 호의적이었고 픽사와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였다. 2005년 9월 홍콩 디즈니랜드를 다년 온 밥 아이거는 냉정한 현실을 깨닫는다.  지나가는 퍼레이드를 보았는데 온통 픽사 영화의 캐릭터들만 있었던 것이다. 반면에 디즈니의 캐릭터들은 전부 90년대 중반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픽사와는 단순한 제휴가 아닌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밥 아이거는 픽사를 인수하자는 자신의 생각을 이사회에 밝혔고 이사회도 승인을 하게 된다. 밥 아이거는 스티브 잡스에게  굉장한 아이디어가 있으니 함께 이야기를 하자면서 전화를 하게 된다. 스티브 잡스는 무조건 밀어부치는 사람이 아니라 강약을 조절할 줄 아는 협상가였다. 상대가 유연한 제스처를 펼치는데 상대를 압박할 필요가 없었다. 10월부터 시작된 두 회사의 협상은 일사천릴 진행되었고 불과 두달여만인 2006년 1월 24일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한다는데 전격합의하게 된다. 두회사의 인수 합병은 픽사의 주식 1주를 디즈니의 주식 2.3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돈으로 환산하면 74억달러의 규모였다.  픽사의 주식 50.6%를 소유하고 있던 스티브 잡스는 이 거래로 디즈니의 최대주주로 등극하는 한편 디즈니 이사회에 입성하게 된다. 수년간 이어졌던 지루했던 협상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순간이었다. 과연 스티브 잡스는 상대를 고를줄 아는 협상가였다.



<애플2로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개척하고  매킨토시로 그래픽 기반의 운영체제 시장을 열었으며 레이저 라이터로 전자 출판혁명을 일으켰으며  토이스토리로 3D영화 시대를 창조하더니 아이팟으로 음악시장을 송두리째바꾸었고 아이폰으로 휴대폰의 혁신을 일으키고 아이패드로 다시한번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낸 스티브 잡스를  위대한 기획자의 측면에서 분석한 "기획의 신 스티브 잡스" 이야기는 다음에도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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