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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크리에이터가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은 대략 세가지이다. 하나는 실제 일상생활에서 재미있었던 경험을 게임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미야모토 시게루는 어린 시절 동네 야산을 뛰어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이때 산을 달리던 상쾌함은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라는 횡스크롤 액션 게임으로 개발되었고 1억 7천만개라는 판매량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또한 미야모토 시게루는 산속을 돌아다니면서 동굴안을 탐험하는 재미에 푹빠졌는데 이때 경험을 살려서 액션 어드벤쳐 게임 젤다의 전설을 개발하여 5천만장이라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미야모토 시게루는 재미있었던 어린시절의 추억을 게임으로 부활시킨 슈퍼마리오와 젤다의 전설 이 두 작품으로 게임계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꾸었고 그 덕분에 게임의 신이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다.


두번째로는 책이나 영화같은 매체로부터 영감을 얻는 것이다. 또 다른 게임의 명인 윌 라이트는 MIT 대학의 전자공학과 교수인 제이 포레스터의 도시공학이라는 책을 읽고서 게임의 아이디어를 얻는다. 제이 포레스터는  인구, 출생률, 부동산, 범죄, 공해 같은 20여 개의 변수를 활용하여 하나의 도시를 가상으로 시뮬레이션하려고 하였다. 이에 윌 라이트는 제이 포레스터가 50년대에 시도했던 도시 시뮬레이션이론을 바탕으로 하여 게임의 재미와 결합시킨 심시티를 개발하였다. 도시를 개발하는 게임인 심시티는 1989년에 발매되어서 1년동안만 3백만장이 넘게 판매고를 기록하면서 세상을 깜짝놀라게 했다. 


당시로써는 이례적으로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지에도 심시티가 대서특필되었고 어린이들에게 게임은 교육상 나쁘다는 선입관을 한번에 잠재우기도 하였다. 그의 후속작인 심즈 역시 책을 읽다가 얻은 아이디어다. 크리스토퍼 알렉산더가 쓴 패턴랭귀지는 건축의 형태에따라서 인간의 삶이 어떠한 영향을 받는지 패턴에 따라서 분류한 것이다. 윌라이트는 크리스토퍼 알렉산더의 이론을 받아들여서 집안의 건축형태나 물건배치에 따라서 캐릭터의 삶이 달라지는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심즈를 개발한다. 심즈 시리즈는 발매후에 PC 게임과 관련된 모든 기록을 갈아치운다 여섯달 연속 차트 1위라는 신기원을 이룩하더니 연간매출 2천억원에 총판매량 7천만장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여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하였다. 


세번째로 게임크리에이터가 아이디어를 얻는 발상법은 게임에 감명받은 후 거기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가해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다.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시리즈 자체가 듄2의 영향으로 시작된 것이 좋은 예이다. 그런데 콘도르의 창업자 데이비드 브레빅도 롤플레잉 게임에 빠져있는 열혈 마니아였다. 보통의 게임 크리에이터처럼  던전앤 드래곤을 즐기기는 마찬가지였고 그가 특히 즐기던 게임은 모리아(Moria)나 네트핵(NetHack) 같은 텍스트 롤플레잉이었다. 


보통 게임에서 유저가 적을 공격하면 그 모습이 그래픽으로 다 보여준다. 하지만 텍스트 롤플레잉 게임은 그것을 글로 표현한다. 명령자체가 공격이라고 하면 A(Attack)를 누르는데 화면에는 ‘적을 공격중입니다.’라고 텍스트로 화면에 보여준다. 그리고 그래픽게임에서는 적이 죽으면 화면에 그림으로 장렬한 최후를 보여주지만 텍스트게임에서는 K(Kill)이라는 표시를 해줄뿐이다. 이러한 형태의 게임은 나중에 쥬라기 공원 같은 텍스트 머드 게임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단순히 글로 표현되는 게임이지만 소설을 읽는 것처럼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칠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텍스트 기반의 롤플레잉 게임을 즐겼다. 데이비드 브레빅은 모리아나 같은 텍스트 롤플레잉 게임에 90년대의 화려한 그래픽을 결합시킨 게임을 개발하고자 하였다. 


그는 이러한 아이디어를 집에서 샤워를 하다가 머리속에 순간 떠올렸는데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직원들을 상대로 흥분한 목소리로 디아블로를 외칠정도로 그는 이 아이디어를 좋아했다. 디아블로는 스페이언어로 악마를 뜻하는데 데이비드 브레빅은 원래 그 뜻을 몰랐다. 그가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산맥중에 디아블로가 있는데 그는 이 아름다운 산을 특히 좋아했다. 그래서 단순히 디아블로라는 어감을 좋아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나중에 디아블로가 스페인어로 악마라는 뜻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이 단어가 게임과 참 잘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롤플레잉 게임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게임 이름에 디아블로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원래는 나중에 사업문제나 라이센스를 위해서 게임이름을 바꾸고 신조어를 만들어 내려고 했지만 자기가 살던 동네의 산 이름인 디아블로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디아블로는 텍스트 머드게임의 영향을 받은 만큼 게임방식도 원래는 장기나 바둑처럼 한번씩 서로 돌아가면서 행동을 선택하는 턴방식이었다. 그런데 블리자드를 대표로해서 콘도르에 파견된 빌로퍼의 생각으로는 턴방식의 게임이 아무래도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원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하면 당연하게 턴방식을 떠올리던 시기가 있었다. 삼국지와 문명 그리고 마이트앤매직 등 수많은  인기 전략 시뮬레인션 게임들이 바로 턴을 기반으로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판도가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등장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턴을 기반으로 한 게임은 시간을 두고 심사숙고하는 매력이 있지만 대신에 진행이 매우 느리다. 하지만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게임은 기다릴 필요없이 유저는 끊임없이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전략이라는 기본틀안에 박진감과 스피드한 전개가 동시에 충족시켜주니 많은 유저들이 정적인 느낌의 턴방식보다는 실시간 전략게임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를 재촉한 주역중에 한명이 빌로퍼였던 만큼 콘도르가 개발하는 게임이 턴방식이라는 말에 그의 생각은 부정적이었다. 그래서 빌로퍼는 콘도르에게 턴방식의 게임을 실시간 전략 게임처럼 포인트앤 클릭 방식으로 바꾸어서 박진감과 액션이 강조는 게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다. 또한 95년도는 윈도우가 출시 예정이었다. 그래서 빌 로퍼는 미래를 생각하는 의미에서 도스보다는 윈도우 플랫폼에 맞는 게임으로 개발하는 것이 좋다고 보았다. 

 

처음 빌로퍼가 자신의 의견을 전하자 데이비드 브레빅은 윈도우로 게임을 개발하기는 하겠지만 실시간 방식으로 롤플레잉게임을 개발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롤플레잉 게임하면 턴방식이 정통성을 가지고 있었고 데이비드 브레빅은 게임속에 전략성을 강조하고 싶었다. 빌 로퍼의 요구대로 게임을 바꾸면 전략성이 없어지고 액션게임이 되기 쉽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가 영감을 얻은 네트핵이나 모리아와 같은 게임 자체가 턴방식이었다. 마침 등장한 X-COM이라는 턴방식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보면서 전략과 롤플레잉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게임을 개발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빌로퍼는 문서상에 존재하는 게임 기획안은 단지 문서일뿐이고 실제로 구현해서 직접눈으로 확인하기전까지는 함부로 판단하거나 비난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요구하는 사항이 마음에 들지 않고 허무맹랑해도 무조건 거절하기 보다는 한번 게임을 고쳐서 수정한다음에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블리자드의 의견이 옳은지 틀린지를 결정하자고 하였다. 데이비드 브레빅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로써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였다. 그는 결국 빌로퍼의 의견대로 직접 턴방식의 게임인 디아블로를 실시간 으로 진행되는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의 게임으로 바꾸었다. 그런데 막상 테스트를 해보니 회사내의 모든 사람들은 새롭게 바뀐 게임이 훨씬더 재미있고 박진감이 넘쳤다. 결국 데이비드 브레빅도 자신의 고집을 꺽을 수 밖에 없었다. 또한 빌로퍼는 이날 이후 콘도르의 게임이 제대로 진행되는지를 살펴보고 두 회사간에 의견을 조정자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한다.  


<다음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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