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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에는 화술이 필수다.


기획을 훌륭하게 완수 해내기 위해서는 “말”을 잘해야 한다.  실체가 없이 아이디어만 있는 상태에서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자신의 머리속에 있는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로 훌륭하게 표현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획을 잘하는 사람들은 말을 잘한다. 실체화되지 않은 기획안을 마치 현실속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들을 가지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기획을 잘 할 수 있는 그 뛰어난 화술덕분이다. 스티브 잡스에게는 현실 왜곡의 장이라는 무기가 있다.  


현실 왜곡의 장이란 지금 현재 스티브 잡스와 함께 있는 곳이 회사 사무실일지라도 스티브 잡스가 원하기만 하면 말을 듣는 사람들이 식당이나 교회라고 믿게 만드는 뛰어난 능력을 빗댄 용어였다.  그런데 기획에는 현실 왜곡의 장이 필요하다. 눈앞에는 없지만 그게 마치 우리앞에 펼쳐져 있고 그것을 만들기만하면 성공할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을 팀원들에게 심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현실 왜곡의 장을 만들어낼 정도로 매혹적인 그의 화술은 어떤 상황에서도 스티브 잡스가 원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스티브 잡스가 넥스를 진두지휘할 당시 픽사와 관련된 보고는 애드캣멀과 앨비 스미스로부터 정기적으로 보고를 받았다.  애드캣멀과 앨비 스미스는 대화가 항상 스티브 잡스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자 나름대로 작전을 세운다.  스티브 잡스의 화술에 넘어간다 싶으면 서로가 귀로 신호를 보내서 서로 정신을 차리기로 했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고 대화는 항상 스티브 잡스가 말하고 싶은데로 흘러갔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가 말하는 방식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전에 한가지 꼭 명심해야할 것이 있다. 스티브 잡스의 뛰어난 화술에는 이야기의 내용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하겠지만 눈빛과 제스추어 그리고 말의 억양, 리듬, 크기, 속도등 다양한 요소들이 조화를 이룬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데 상대를 사로잡는 매혹적인 말재주의 핵심은 바로 열정이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사람이다. 좋다고 생각하면 세계 최고의 아첨꾼이 되어서 칭찬을 하고 싫으면 욕을 해서라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그가 무엇인가를 좋아한다면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다. 그의 말은 겉과 속이 다르지 않고 내면에서부터 꼭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 프리젠테이션에서 제품을 소개하는 모습을 보면 그가 정말 자신이 만든 제품을 사랑하고 있다는게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스티브 잡스는 제품개발의 최전선에서  진두지휘를 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제품은 스티브 잡스에게 자식과 같은 존재이다. 스티브 잡스가 제품을 소개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부모가 사랑스런 자기 자식을 다른 사람한테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난 부모의 모습이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땀과 노력으로 자신이 정말 사랑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었고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같이 제품을 사랑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프리젠테이션을 한다. 그게 제품에 대해서 사랑하는 마음은 고스란히 열정으로 승화되어서 프리젠테이션을 더욱 강력하게 만든다. 프리젠테이션에서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하고 있는 말에 확고한 믿음과 확신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그가 말을 할 때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하게 만들어 준다.  결국 스티브 잡스처럼 말을 잘하고 싶다면 우선 스티브 잡스처럼 말에 열정을 담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머리보다 가슴으로 호소한다.


스티브 잡스는 무엇인가를 자랑하는 데는 도가 튼 인물이다. 2시간여 동안 진행되는 프리젠테이션은 결국 그의 제품이 얼마나 훌륭한지를 대내외에 자랑하는 무대이다. 스티브 잡스가 남들에게 자랑하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은 숫자를 활용하는 것이다. 프리젠테이션의 시작은 항상 그의 인사와 함께 숫자의 향연이 펼쳐진다. 아이패드 발표회에서는 284개의 애플 스토어를 오픈 했음을 알리고 5000만명이 방문했다고 말한다. 애플의 앱스토어는 14만개의 앱이 올려졌고 30억다운로드가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아이폰4가 발표되었던 2010년 WWDC에서는 57개국에서 5200명의 컨퍼런스에 참석했다면서 8일만에 표가 다 팔린 사실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는 단순히 숫자만 나열하지 않는다. 아이패드가 200만대를 판매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이는 3초에 한대씩 팔린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는데 이는 추상적으로 다가 올 수 있는 숫자의 의미를 더욱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아이패드의 다운로드수가 3천 5백건을 기록했다고 했을때는 기기당 17회의 다운로드가 이루어졌다고 풀어서 설명해주었다. 2007년 아이폰을 발표했던 맥월드에서도 스티브 잡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아이튠의 성장률과 20억곡의 노래가 판매된 것에 대해서 행복함을 느낍니다. 우리는 매일 500만곡의 노래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이는 매일, 매시간, 매초마다 58곡이 팔리고 있음을 뜻합니다. “


2008년 맥월드에서는 스티브 잡스는 발매 90일이 된 아이폰이 4백만대를 판매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발표하는데 이는 매일 2만대씩 판매되었음을 뜻한다고 부연 설명해주었다. 숫자에 의미를 담는 것은 기술사양을 공개할 때도 잘 드러난다. 2001년 당시로서는 대용량이었던 5GB하드디스크를 채용한 최초의 아이팟을 발표하면서 “천곡의 노래를 당시의 주머니속에(1000 Songs In Your Pocket)속에라는 슬로건을 들고나왔다. 5GB라는 하드디스크 용량만으로는 그 의미가 매우 추상적으로 다가오지만 애플이 들고나온 슬로건을 통해서 그 의미가 훨씬 쉽게 다가올 수 있었다. 


 2005년 스티브 잡스는 30GB라는 대용량의 하드디스크를 채용한 아이팟을 발표한다. 이때 스티브 잡스는 30GB를 채용한 아이팟은 7,500곡의 노래와 25.000장의 사진 그리고 75시간 분량의 동영상을 저장할 수 있다면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또한 아이패드의 배터리 시간을 이야기할 때 스티브 잡스는 10시간동안 동영상을 볼 수 있다면서 이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도쿄로 가는 동안 내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스티브 잡스의 노력은 망막을 뜻하는 레티나에서도 잘 드러난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라는 용어는 머릿속에서 쉽게 잊혀질 수 밖에 없는 기술사양을 가슴으로 먼저 와닿게 만들어준다. 아이폰4는  960*640이라는 뛰어난 해상도를 들고 나왔다. 해상도는 화면전체에 표시되는 픽셀의 개수이다. 픽셀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정교한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게 된다. 960*640이라는 해상도는 인치당 326픽셀을 표현할 수 있는데 이 숫자만으로는 어떤 감흥을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을 듯 하다.  분명 좋아진 것은 알겠지만 그게 얼마나 대단하지는 감이 오지 않는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처음으로 아이폰4를 발표하는 자리였던 2010년 6월 WWDC에서 스티브 잡스는 망막의 뜻을 가진 레티나 디스플레이라는 신조어를 들고 나온다. 키노트 연설에서 스티브 잡스는 960*640의 해상도는 기존 제품에 비해 4배가 향상되었음을 밝히며 비교를 통해서 해상도가 높아지면 문자가 얼마나 더 깨끗하고 정교하게 표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정도는 해상도가 좋아지면 느낄 수 있는 차이이다. 하지만 여기에 스티브 잡스는 한마디를 더 추가함으로써 960*640이라는 해상도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스티브 잡스는 인치당 300픽셀이 인간의 망막이 구분할 수 있는 매직넘버라고 말한다. 애플이 왜 아이폰4의 디스플레이에 레티나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인간의 망막은 인치당 300픽셀까지만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인치당 326픽셀을 표현할 수 있는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대단한 능력을 가진 제품이라는 뜻이 되어버린다. 덕분에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선명한 인쇄물을 보는 것 같은 쾌적함을 준다고 스티브 잡스는 부연설명을 해준다. 960*640이라는 숫자로 끝날 수 있었던 기술사양이 레티나 디스플레이라는 이름을 가지면서 아이폰4는 인간의 망막을 뛰어넘는 매우 특별한 해상도를 갖춘 제품으로 세계인들에게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애플2로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개척하고  매킨토시로 그래픽 기반의 운영체제 시장을 열었으며 레이저 라이터로 전자 출판혁명을 일으켰으며  토이스토리로 3D영화 시대를 창조하더니 아이팟으로 음악시장을 송두리째바꾸었고 아이폰으로 휴대폰의 혁신을 일으키고 아이패드로 다시한번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낸 스티브 잡스를  위대한 기획자의 측면에서 분석한 "기획의 신 스티브 잡스" 이야기는 다음에도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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