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처럼 창조한다는 것 (7회)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 말할 때 우리는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 1.0과 애플에 돌아와서 애플을 되살린 스티브 잡스 2.0을 구분해야 합니다. 스티브 잡스 2.0은 예술가로 변했어요. 기술업계에서 스티브 잡스처럼 그렇게 강력하고 새로운 핵심 사업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사람은 없습니다.

‐ 전 인텔 CEO 앤디 그로브, 2009년 <포춘>


길 아멜리오는 3년 정도의 기간 안에 애플을 부활시킨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좋은 징조들이 조금씩 보이기도 했다. 길 아멜리오에 의해서 애플은 부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처럼 오늘날의 위대한 애플로 재창조시킬 수는 없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와 길 아멜리오는 스케일 자체가 다른 인물이었다. 애플에 대한 사랑에 있어서 길 아멜리오가 스티브 잡스만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길 아멜리오는 애플의 팬이었지만, 애플에서 월급을 받는 경영자였을 뿐 스티브 잡스는 애플과 하나였다. 


길 아멜리오는 연봉 300만 달러 이외에도 500만 달러의 융자금 그리고 2,700만 달러에 이르는 거액의 주식을 받았다. 그를 궁지로 몰고 간 것은 그의 자가용 비행기였다. 회사에서는 그의 자가용 비행기에 들어가는 수십만 달러의 비용을 지불해 주었는데, 여기에 그의 화려한 사무실 역시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이 때문에 길 아멜리오의 진심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뉴욕타임스> 같은 유력 언론으로부터 추락하는 회사 사정에 비해 과도한 연봉과 혜택이라는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길 아멜리오는 퇴직을 하면서도 700만 달러라는 거액을 요구해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애플로 돌아온 스티브 잡스는 연봉 1달러만을 받고 일을 시작한다. 스티브 잡스는 항상 무대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인물이었던 만큼 회사에서도 직원이 아니라 주인이 되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는 픽사(Pixar)에서도 50달러만 받고 일했으며, 넥스트에서는 전혀 돈을 받지 않았다. 애플에서 1달러를 받은 것은 의료보험 혜택을 받기 위한 최소 요건 때문이었다.


길 아멜리오와 스티브 잡스의 차이는 회사 장악력에서도 드러난다. 애플 이사회는 회사의 실적이 떨어지고 있는 것에 대하여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그동안 아무도 건들지 못했던 이사회 멤버를 갈아엎었다. 그중에는 누구도 함부로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던 마이크 마큘라도 있었다. 


직원과의 관계에서도 달랐다. 경영자가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와 전략을 가지고 있어도 직원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길 아멜리오 시대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길 아멜리오 이전의 인물들은 그래도 애플 내부 사람이었다. 외부에서 영입된 존 스컬리는 그래도 10년간 애플의 CEO로 재직했었고, 애플의 황금기를 같이 했다. 직원들이 당장 말을 잘 듣지 않고 실책을 저질러도 회사는 막대한 현금 보유고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길 아멜리오는 회사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급하게 모셔 온 인물이었다. 언제 회사가 도산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던 만큼 전 직원들이 똘똘 뭉쳐야만 겨우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시기였는데, 안타깝게도 단결은커녕 오히려 이전투구의 양상을 보이며 서로를 헐뜯기 바빴다. 


특히 제품을 만든다면서 예산을 타놓고는 어떤 결과물도 내놓지 못하는 좀비 프로젝트가 사내에 즐비했다. 길 아멜리오도 이런 좀비 프로젝트를 제대로 컨트롤하진 못했다. 직원들은 애플이라는 전체 기업의 이익은 안중에 없고, 오직 자신이 속한 프로젝트만을 지키려고 했다. 애플의 한 임원은 일부러 <비즈니스위크>에 회사의 각종 정보를 알려 길 아멜리오를 비난하는 기사를 쓰도록 할 정도였다.


한 번은 회사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직원들의 공통된 목표를 세우고자 길 아멜리오가 각 부서의 책임자들을 호텔에 모아 각자 분야를 발표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서 서로가 단합하는 계기를 마련하려고 했지만 직원들은 각자의 일에만 관심 있을 뿐 회사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었다. 길 아멜리오는 극심한 조직 이기주의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좌절감을 느껴야만 했다. 애플이 외부에서 운영체제를 사온 것은 매우 치욕적인 상황이었다. 그야말로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었다. 맥 OS의 결함으로 인해 각종 불만이 쌓여가던 차에 이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려 했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자신들이 만든 맥 OS의 문제점도 파악하지 못하는 집단에게 새로운 운영체제를 개발하라고 하는 것은 더욱 끔찍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뿐이다. 그래서 길 아멜리오는 당시 라이벌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선마이크로시스템즈의 운영체제를 고려하면서까지 회사를 살리려고 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몇몇 직원들은 아예 길 아멜리오의 말을 면전에서 무시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톰 크루즈가 출연하는 <미션 임파서블>에 간접광고를 제안받은 길 아멜리오는 5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약속한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예산 권한을 가지고 있는 영업담당자가 영화에 협찬하는 것은 돈 낭비라면서 이를 거부했다. 길 아멜리오는 직접 영업담당자에게 명령을 내렸지만 오히려 길 아멜리오에게는 그럴 권리가 없다면서 큰소리를 칠 정도였다. 결국 광고 협찬을 할 수는 있었지만 길 아멜리오로서는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외부에서 영입된 길 아멜리오는 애플 직원들과는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세계 최고라고 생각하는 직원들의 자부심과 권위주의에 반감을 가지는 회사 문화가 뒤섞이면서 그 누구도 애플을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이런 상황을 끝낼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었다. 바로 스티브 잡스였다. 


그는 스타워즈로 유명한 영화감독 조지 루카스로부터 천만 달러에 인수받은 컴퓨터 그래픽팀을 ‘픽사(Pixar)’라는 애니메이션 회사로 변신시켜 성공 신화를 그려가고 있던 참이었다. 픽사는 토이 스토리를 통해서 영화업계 전체에 충격파를 주었고, 나스닥에 상장되면서 스티브 잡스 역시 큰돈을 벌었다. 결국 애플의 야생마들을 길들일 수 있는 인물은 기술과 예술업계 두 분야에서 전무후무한 성공 신화를 거둔 스티브 잡스밖에 없었던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돌아오기 전에 길 아멜리오를 만났을 때 애플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단결이 필요한데 오직 자신만이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밝혔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아멜리오가 구체적인 계획안을 물었을 때 아무런 대답을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다른 그 어떤 것보다도 당시 애플에 필요했던 것은 단합이었다. 배에 구멍이 여기저기 뚫려서 배가 침몰하는 상황에서 단결해서 구멍을 막고 물을 퍼내야 하는데 모두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당시 침몰하던 애플에게는 각종 전략을 강력한 카리스마로 즉시 실행으로 옮길 인물인 스티브 잡스가 최고이자 유일한 답이었다.


애플에 돌아온 스티브 잡스는 과거보다 훨씬 더 강력해져 있었다. 그는 기술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세계에서 가장 창조적인 회사인 픽사를 경영하면서 창조적인 인재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을 제공하는 방법을 터득하였다. 항상 갑의 위치에서 일하던 스티브 잡스는 픽사의 영화를 배급하는 디즈니와 을의 입장으로 일하면서 기업과 협력하는 방법을 익혔다. 항상 주도권을 가지고서 모든 것에 참견하는 그가 픽사를 경영한 이후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권력을 나누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부하직원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자신이 나서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아는 사람이 되었다. 특히 애플을 그만둔 후 창업했던 넥스트의 실패를 통해 좀 더 겸손해졌으며 무조건적인 기술과 하드웨어 지향주의에서도 벗어나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인간적으로도 훨씬 성숙해져 있었다. 그는 자신이 미혼모에게 버림받은 입양아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여자친구 크리스 앤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 리사(Lisa)를 모른 척했다. 끝까지 자신이 친부가 아니라고 주장하였으나 유전자 검사에 의해서 친딸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형편이 어려웠던 크리스 앤이 리사의 양육을 부탁하지만 억만장자가 된 스티브 잡스는 이를 거절했다. 이 문제로 인해 그의 인간성 자체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다가 1991년 스탠퍼드 대학원생이었던 로렌 파웰과 결혼한 후 완전히 새 사람으로 거듭났다. 그는 좋은 아버지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딸 리사를 데려와 키웠다. 그리고 로렌 사이에서도 두 아이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노력했다. 덕분에 딸 리사는 명문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했고,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을 노래로 표현할 정도로 관계를 완전히 회복했다. 


스티브 잡스에 대한 또 다른 비난은 주식공개 시 창업 공신들에게 너무 야박했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단순히 어려운 시절을 함께 했다는 이유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에 창업 초기의 중요 인물들에게 주식을 나눠주지 않았다. 어린 시절 함께 자란 친구인 빌 페르난데스에 대한 박대는 유명하다. 이에 비해 워즈니악은 잡스와는 달랐다. 그는 자신이 받은 주식의 3분의 1 정도를 ‘워즈플랜’이라는 이름으로 직원들에게 헐값에 넘기거나 무상으로 나눠주었다. 워즈니악의 행동과 비교되면서 잡스는 더욱 매정한 기업가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애플에 돌아온 스티브 잡스는 달랐다. 2003년 잡스는 주당 9.15달러에 1,500만 주를, 21.80달러에 4,000만 주를 소유할 수 있는 스톡옵션을 가지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이 주식을 사기진작을 위해서 직원들에게 나눠주었다. 스티브 잡스가 그때 나눠준 주식은 현재 128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15조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애플에서 쫓겨난 후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사업적으로 한층 성숙되었을 뿐만 아니라 가정이라는 안식처를 가지면서 인간적인 면모를 갖추게 된 스티브 잡스는 확실히 스티브 잡스 2.0으로 업그레이드되어 있었다. 스티브 잡스 1.0과 비교하여 스티브 잡스 2.0의 발전은 놀라운 변화였으며, 그런 그가 애플을 새로운 경지로 이끌게 될 것임은 너무나 자명해 보였다.


애플 몰락의 교훈 


사업의 세계는 결국 실적으로 말한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개인용 컴퓨터 시대의 아이콘을 부상했지만 실적이 악화되자 결국 회사에서 쫓겨났다.


사람은 의미있는 일을 원한다.

펩시에서 승승장구를 하던 존 스컬리는 애플에서 일하자는 제안을 거절하지만 스티브 잡스의 ““남은 인생을 설탕물이나 팔고 살 건가요? 아니면 세상을 바꿀 기회를 원하십니까?”라는 말 한마디에 생각을 바꾸었다.


보물을 함부로 남에게 주지 마라

애플은 자신들의 보물인 맥 OS의 인터페이스를 MS에 라이센스해줌으로써 스스로의 특별함을 잃어버렸다.



친구를 버리지 마라

애플은 어도비에 250만달러를 투자한 덕분에 어도비와 특별한관계를 맺었지만 이를 매도함으로써 친구를 잃게 되었다.



준비된 자에게 행운이 온다.

애플은 원래 비오에스를 구입할 예정이었으나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 준비 부족으로 이를 놓치고 만다. 결국 행운은 준비된 스티브 잡스의 몫이 되었다.



리더는 회사에 충성심을 보여야 한다.

길 아멜리오는 과도한 연봉과 과도한 혜택으로 이방인 취급을 받았으나 연봉 1달러로 회사에 충성심을 보인 스티브 잡스는 회사를 통제할 수 있었다.


CEO의 업무는 항상 변한다.


스티브 잡스는 모든일을 혼자서 결정하고 많은 부분에서 참견하는 마이크로 메니저로 알려졌지만 픽사에서는 자애로운 후원자로 일에 간섭을 하지 않았다. 이는 스티브 잡스가 나서야 할때와 그렇지 않은때를 알고 있는 CEO임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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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멀티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