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애플처럼 창조한다는 것 <13회>






위대한 재능 따위는 없다. 운동감각? 전혀 없다. 지능? 그것도 별로다. 그에게 신이 주신 위대한 재능은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미리 간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티브 잡스는 그 혼자만으로도 하나의 위원회다. 하나의 스티브 잡스는 100만 명의 기술책임자보다 가치 있다. 그는 흰색과 검정색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아이폰을 발표한다. 그는 단 하나의 아이패드만을 발표한다. 그의 재능은 이렇게 확고하다. 


- The street Steve Jobs: His Exponential Value for iPhone 4 기사 중에서



많은 회사들이 위원회를 통해서 중요안건을 결정하려 한다. 하지만 위원회 중심의 의사결정은 부작용도 만만찮다. 위원회에서 각종 안건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다수로부터 의견 일치를 보아야 한다. 그런데 위원회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토론하면서 하나의 안건을 결정한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안건이 서로 논쟁만 벌이다가 그냥 대화로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위원회의 폐해로는 과거 IBM의 이야기들이 좋은 교훈이 된다. 현재 데이터베이스 분야의 최강자는 오라클이다. 천하의 IBM이 오라클에 뒤쳐진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CEO 래리 앨리슨과 오라클 신화>라는 책을 보면 한 가지 좋은 사례를 들려주고 있다. IBM 내부에는 온갖 위원회가 존재하기 때문에 위원회에서 검토와 재검토를 거치지 않고는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한다. IBM의 전직 프로그래머에 의하면 “빈 상자 하나를 배에 선적하는 데도 아홉 달이나 걸리는 게 바로 IBM”이라고 한다. 위원회의 문제점은 단순히 일이 늦어지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공이 많으면 산으로 간다는 말처럼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결론을 내기도 한다. 또한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서 제품을 개발하게 되면 시장조사를 통해서 제품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위대한 제품이 나오기 어렵다. 정말 좋은 아이디어는 기존의 통념과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기 때문에, 훌륭한 아이디어를 바로 알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다수결에 의해서 결정되는 위원회 내부에서는 소수자의 의견으로 전락해서 사장되기 일쑤다. 흔히 특징이 없는 평범한 상품을 일컬어 ‘위원회 스타일의 제품’이라고 비아냥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가 돌아오기 전만 해도 애플은 위원회에 의해서 제품개발을 결정했다. 아이디어를 제품화하기 위해서 애플은 마케팅, 엔지니어링, 사용자 경험 이 세 가지를 평가했다. 마케팅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 엔지니어링은 애플이 할 수 있는 것, 사용자 경험은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이 세 원칙에 따라서 관리자 위원회에서 승인하면 본격적으로 제품 개발이 시작되었다. 구조적으로 보면 훌륭해 보이지만 부작용도 만만찮았다. 위대한 제품이 없었다는 것인데 1989년에서 1996년 초까지 애플 산업디자인팀을 이끌었던 로버트 브르너(Robert Brunner)에 의하면 “애플에서 위대한 요소들이 사라졌던 이유는 합의에 의해서 결정하다 보니 중도만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위원회 스타일 제품 개발의 문제를 한 가지 더 들자면 쓸데없는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위원회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한 정치싸움의 결과다. 회사에서 예산을 받아야 자신이 맡은 조직이 운영되기 때문에 회사의 이익에는 관심 없이 오직 자기 팀이 맡는 제품을 하나라도 더 추가하려는 정치싸움을 벌인다. 1992년에서 1997년까지 애플은 ‘퍼포마’라는 제품명으로 70여 개의 모델을 판매했다. 너무 많아서 애플에서는 맥을 선택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포스터까지 제작할 정도였다. 회사직원들조차 애플이 왜 그렇게 많은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지 이유를 몰랐을 정도다.


현재 애플에는 위원회로 인한 문제가 없다. 왜냐하면 애플에는 위원회가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스티브 잡스가 모든 것을 결정하니 위원회가 필요 없을 듯도 하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의 철저한 통제 아래 돌아가는 독재국가라고 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독재야말로 애플을 위대하게 만들고 있다. 원래 IT업계는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그 어떤 분야보다도 의사결정이 빨라야 하기 때문에,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독재형 CEO가 회사를 장악하기 마련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선비처럼 생긴 빌 게이츠만 해도 회사 내에서는 존경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카리스마형 지도자다. 의견이 다른 직원에게 욕설이 담긴 메시지를 보내서 일부러 전투욕을 자극하기도 하며, 마음에 들지 않는 엔지니어에게는 내가 차라리 프로그래밍하는 게 낫겠다며 비아냥대기도 한다. 또 기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 질문을 하면 바보 같은 질문이라면서 상대를 무안하게 만든다. 꽤 터프한 경영자로 알려진 빌 게이츠는 회사를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방식으로 경영했다. 허브 앤 스포크 방식은 수레바퀴의 중앙축에 살이 연결되어 있듯이 CEO가 회사 전체의 중앙통로가 되어서 각 사업부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관계를 말한다. 실제로 빌 게이츠는 회사의 허브 역할을 하면서 사업을 직접 통제하였고, 이를 통해서 효율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냈다.



스티브 잡스 역시 빌 게이츠처럼 회사 전체 사업과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처럼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의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는 주로 개발자와 연결되어 있다. 스티브 잡스는 회사 내 100여 명의 사람들과 직접 의사소통하며 이들에게 명령을 내린다. 직위에 따라서 높은 사람들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아래 계층의 엔지니어와도 직속으로 연결되어 대화를 나눈다.


국가와 사회에서는 당연히 민주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스티브 잡스 역시 자신의 사명을 ‘기술 민주주의’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제품 개발에 있어 민주주의가 꼭 옳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오죽하면 닌텐도 Wii와 슈퍼마리오를 개발해서 게임의 신으로까지 불리는 미야모토 시게루는 개발 과정에서의 민주주의를 경멸한다고 밝힐 정도일까. 개발 과정의 민주주의는 리더가 능력이 없을 때뿐이라고 생각한다. 제품 개발은 리더가 확실한 비전을 가지고 팀원들을 이끌어야 하는데 리더 스스로 확신을 못하니 팀원들에게 중요사항을 물어보는 학급회의로 변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책임회피가 만연해진다. 


서로 합의해서 진행했으니 나중에 실패를 해도 누구 하나 자기 책임이라고 하기보다는 모두가 결정한 것을 따랐을 뿐이라면서 변명하기 바쁘다. 사실 애플의 첫 번째 실패작이었던 애플3 컴퓨터가 바로 위원회 식으로 제작해서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다. 애플3가 실패하고 나니 그 누구도 애플3를 자신의 자식이라고 하지 않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이런 모습은 스티브 잡스의 독재 아래 있는 애플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스티브 잡스는 확실한 비전을 가지고 있으며 팀원들은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애플의 위대한 제품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스티브 잡스의 독재에 의해서 나왔다. 



어느 날 스티브 잡스는 개발자들에게 매킨토시는 전화번호부 크기여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만 해도 그렇게 작은 컴퓨터는 상상도 못하던 시절이었다. 팀원들은 스티브 잡스의 요구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만약 민주주의처럼 투표로 결정했다면 매킨토시는 전화번호부 크기로는 절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맥을 개발할 때 엔지니어들은 38가지의 이유를 들어서 제작이 무리라고 답했다. 하지만 잡스는 자신이 CEO이고 내가 가능하다고 믿고 있으니 무조건 따르라고 명령했다. 결국 끝까지 저항하던 엔지니어들은 잡스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스티브 잡스는 조금 불가능할 듯한 목표를 세워서 개발자들을 당황시킨다. 아이팟을 만들 때는 세 번 안에 원하는 곡을 찾도록 했으며, 출시일을 크리스마스 시즌 전까지로 결정해서 개발자들을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었다. 이렇게 팀원들의 의견이 아니라 스티브 잡스의 일방적인 명령으로 채택된 아이디어들은 애플을 역사적인 성공으로 이끌었다.


스티브 잡스의 독재에 대해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들이 있다. 우선 스티브 잡스가 직원들의 말을 일체 안 듣는 고집불통은 아니라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생각은 얼마든지 직원들에 의해서 거부당하기도 한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도 언제든지 그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이팟에서 전원 버튼은 스티브 잡스의 요구로 없앴다. 메뉴 버튼도 제거하라고 했지만 개발자의 설득으로 메뉴 버튼은 살아남았다. 사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말을 고분고분 순종하는 사람보다 오히려 확신에 가득차서 자신의 이야기에 반론을 펼치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스티브 잡스의 말이 직원들에게 먹히는 건 그가 단순히 폭군처럼 큰소리로 윽박을 질러서가 아니다. 


애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애플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직원들이다. 그래서 애플의 직원들은 애플이 아니라 실리콘밸리 어디를 가도 좋은 조건으로 취직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티브 잡스의 독재를 견뎌내고, 끝까지 스티브 잡스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충성파들이 가득하다. 취업정보 사이트인 글래스도어닷컴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스티브 잡스에 대한 직원들의 지지율이 무려 98%에 이른다고 한다. 지지율이 두 번째로 높았던 CEO는 인텔의 폴 오텔리니(paul otellini)로 82%였고, 애플과 경쟁관계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가 52%, 델의 마이클 델은 51%, HP의 전 CEO였던 마크 허드는 34%에 불과했다. 



스티브 잡스는 제품을 만들 때 천 번 이상 NO를 외친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개발자 입장에서 천 번이나 NO를 듣게 된다면 회사에서 버티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애플의 개발자들은 스티브 잡스의 높은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열정을 다 쏟는다. 스티브 잡스가 훌륭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궁극의 최종 사용자이기 때문이다. 애플에서는 시장조사를 통해서 제품을 만들지 않지만, 대신 스티브 잡스의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충족시켜 줘야 한다. 만약 스티브 잡스의 의견을 토대로 제품을 만들었는데 제품이 형편없고 시장에서 외면 받는다면, 스티브 잡스가 아무리 독재형 CEO라고 할지라도 불같은 성격을 견디면서까지 함께 일할 마음은 없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최고의 심미안을 가진 존재다. 스티브 잡스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면 이는 역사에 남는 위대한 제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개발자들은 누구나 위대한 제품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는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데 훌륭한 안내판 역할을 한다. 결국 스티브 잡스가 불같은 성격으로 독재를 부려도 개발자들은 그것이 위대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충성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애플 처럼 창조한다는 것"  매주 연재 됩니다.  재미있게 읽으신 분들은 저의 페이스북 팬페이지에 접속하셔서 좋아요 버튼좀 눌러주세요. ^^;;>

신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