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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처럼 창조한다는 것 (14)


창조라는 것은 그냥 여러 가지 요소를 하나로 연결하는 겁니다. 창조적인 사람에게 어떻게 그렇게 창조적으로 일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들은 죄책감을 느낄 겁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실제로 무엇을 한 것이 아니라 단지 뭔가를 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더욱 명확해집니다. 그들의 창조성은 그들이 경험했던 것을 새로운 것으로 연결할 수 있을 때 생겨나는 겁니다. 그러한 능력은 그들이 다른 사람보다 많은 경험을 하고, 그들의 경험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한 거지요.


‐ 스티브 잡스, 1996년 <와이어드> 인터뷰 중에서





2010년 1월, 처음으로 아이패드를 소개하던 날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 기술과 인문학 사이의 교차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기술과 인문학을 결합함으로써 애플은 아이패드 같은 창조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강조한 것이다. 오래 전부터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 기술 그 이상의 회사임을 주장해 왔다. 애플이 기술뿐만 아니라 인문학을 생각하는 만큼 그들이 만든 제품들은 사용하기 쉽고 더욱 인간적인 기기가 될 수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이질적인 두 개의 요소를 하나로 묶는 데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의 또 다른 회사인 픽사를 보자. 픽사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영화 회사다. 엄밀히 말하면 예술을 추구하는 회사지만 여기에 컴퓨터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영화를 창조함과 동시에 매우 특별한 회사가 될 수 있었다. 스티브 잡스 자신은 예술지향의 픽사와 기술지향의 애플, 이 두 회사를 동시에 경영함으로써 역시 새로운 경지에 오른 인물로 거듭났다. 스티브 잡스에 의하면 어느 분야에서든 최고의 반열에 오르는 사람은 한 가지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위대한 예술가이자 위대한 과학자였듯이 말이다. 그는 미켈란젤로 역시 채석장에서 돌을 자르기 위한 엄청난 지식들을 섭렵하고 있었음을 지적한다. 스티브 잡스는 한 번도 예술과 기술이 별개라고 생각한 적이 없으며, 자신이 아는 최고의 컴퓨터 과학자들은 곧 음악가였다고 강조한다.


애플의 저력은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독창적인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조합해서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는 능력에 있다. 개인용 컴퓨터의 혁명을 불러일으킨 애플2 컴퓨터를 보면 애플만의 독창적인 기술은 거의 없다. 사실 애플2 컴퓨터 안에 들어가 있는 부품들은 누구나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들이다. 누구나 구할 수 있는 부품들을 모아서 역사에 남는 위대한 제품을 창조해낸 것이다. 헨리포드가 자동차 안에 들어간 부품을 직접 만들진 않았지만 모든 부품을 모아서 자동차를 발명했듯이 우리가 아는 창조라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닌텐도는 아예 이미 다른 분야에서 시든 기술에 자사의 아이디어를 접목하자는 개발 철학을 가지고 탄생한 제품이다. 전자계산기에 들어가는 액정값이 떨어지자 이를 이용해서 휴대용 게임기 ‘게임워치’를 개발해서 큰 히트를 쳤다. 닌텐도 DS는 PDA에서 일반적인 터치기술을 가져왔고, 닌텐도 Wii에는 모션센스 기술을 접목해서 위대한 제품을 탄생시켰다. 


다른 분야에 이미 존재하는 아이디어를 가져와서 새롭게 접목하는 것은 창조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다. 미국 최고의 의류업체인 갭(GAP)의 전 CEO였던 미키 드렉슬러(Mickey Drexler)는 우연히 접하게 된 코카콜라 전략을 회사의 마케팅 계획에 접목함으로써 큰 성공을 거두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스토어를 생각했을 때 그는 다른 분야의 사람에게 도움을 받을 생각을 했고, 이를 위해서 미키 드렉슬러를 이사회로 초빙하였다. 애플은 패션 분야에서의 매장 관리 방법을 애플스토어에 융합함으로써 새로운 시대를 개척했다. 스티브 잡스는 그가 좋아하는 밥 딜런의 노래 가사처럼 모든 것에서, 모든 사람에게서 영향을 받는 존재다. 하지만 단순히 영향만 받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창조에 이용할 줄 안다. 스티브 잡스는 ‘창의성이란 여러 가지 요소들을 연결하는 것이다. 창의적인 사람은 뭔가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전에 본 것들을 연결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에 창조라는 말에 약간의 죄책감을 느낄 것’이라고 까지 말했다. 스티브 잡스의 말을 참고하면 창조란 경험을 연결해서 새로운 것으로 융합하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실제로 애플만의 독창적인 제품이라고 보이는 것들이 알고 보면 다른 분야에서 가져온 아이디어인 경우가 많다. 아이팟의 절대적인 성공 요소인 휠 인터페이스도 애플의 독창적인 생각이 아니라 다른 전자기기에 달린 휠을 참고해서 아이팟에 접목한 것이다. 한 손으로 모든 것을 조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각종 기기들을 연구하던 중 마케팅을 담당하는 필 실러 부사장이 자신이 쓰고 있는 기기에 휠이 사용된 것을 보고 이를 아이팟에 접목할 생각을 하게 된다. 


애플의 자랑 중 하나가 AC 어댑터다. 노트북을 충전 중일 때 실수로 어댑터 선에 발이 걸리면 책상 위에 있던 노트북이 바닥으로 떨어져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하지만, 애플의 노트북은 이런 걱정이 없다. AC 어댑터의 컴퓨터 접속부가 자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전원 코드가 분리되기 때문이다. 자석을 이용한 애플의 아이디어는 사소하지만 고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로 칭찬받고 있다. 이런 자석 아이디어는 일본의 전기포트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라고 한다. 애플 부활의 선봉에 섰던 아이맥은 화려한 컬러 덕분에 큰 화제가 되었는데, 이 역시 다른 분야에서 가져온 아이디어다. 컴퓨터 케이스에 색을 입히면 싸구려처럼 보이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고급스런 색을 재현하기 위해서 애플의 디자인팀은 직접 사탕공장을 방문해서 제조과정을 꼼꼼히 살펴봤는데, 젤리에 색을 입히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덕분에 아이맥은 사탕처럼 먹고 싶을 정도로 탐스러운 디자인을 자랑하게 되었다.


여러 요소들을 하나로 조합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이런 애플의 연금술사 같은 능력은 통합의 시대를 맞이해 더욱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아이폰의 탄생을 보면 오직 애플이기에 가능한 작품이었음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스티브 잡스가 처음 아이폰을 정식으로 소개하기 전에 그는 애플의 신제품이 세 가지라고 소개했다. 하나는 와이드 스크린을 갖추고 터치를 통해서 조작이 가능한 아이팟, 둘째는 혁명적인 휴대전화, 셋째는 놀라운 인터넷 커뮤니케이터라고 밝혔다. 물론 이 세 가지 제품은 결국 아이폰을 뜻한다. 지금이야 애플의 아이폰과 경쟁하는 제품들이 매달 쏟아지고 있는 현실이지만 당시만 해도 아이폰 같은 제품을 세계적으로 히트시켜서 새로운 시장을 창조할 수 있었던 것은 애플밖에 없었다.


아이폰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던 힘은 개인용 컴퓨터 같은 수준의 뛰어난 소프트웨어와 훌륭한 하드웨어를 하나로 결합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컴퓨터에 들어가는 운영체제와 컴퓨터 하드웨어를 직접 만드는 회사는 애플밖에 없다. 아이폰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애플이 아이팟, 아이튠스, 아이튠스 스토어로 이어지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인터넷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아이팟에서 성공모델을 만들지 못했다면 아이폰으로도 이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폰의 원류가 되는 아이팟 역시 애플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일체 전략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면 탄생할 수 없는 제품이었다. 애플 내에서 아이튠스라는 음악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가 이를 하드웨어로 확장한 것이 바로 아이팟이다. 애플이 하드웨어를 만들고 있지 않았다면 아이팟을 만들 계획조차 세우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일체 전략 덕분에 아이팟이 등장했고, 여기에 또다시 앱스토어로 대표되는 인터넷 서비스를 통합시켜서 아이폰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애플의 저력은 결국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그리고 인터넷 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하는 삼위일체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회사라는 것이고, 실제로 이를 통해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


아이폰 4의 부품을 보면 매우 재미있는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애플이 직접 만드는 부품은 거의 없다는 것인데, 아이폰 4 자체가 알고 보면 전 세계에 있는 부품들을 하나로 묶어서 조합한 제품이다. 애플의 독자적인 기술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세계 여러 회사와 정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애플의 또 다른 힘은 바로 외부 네트워크가 잘 발달되어 있다는 점이다. 맥 에어 자체가 사실은 인텔의 긴밀한 협의 덕분에 나올 수 있었다. 아이팟 역시 도시바의 중역들로부터 새롭게 개발한 제품이라며 1.8인치짜리 초소형 하드디스크를 소개받음으로써 중대한 전환을 맞이한 경우다. 애플은 부품을 하나하나 발명하진 않지만 결국 이들을 조합함으로써 새로운 제품을 탄생시킨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외부를 향해 커다란 레이더를 켜놓고 여러 기술과 현황들을 면밀히 검토한다. 


애플이 단순히 세상에 존재하는 부품만을 조립해서 제품 하나를 만드는 것에서 그쳤다면 애플이라는 기업은 결코 오래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다른 회사도 똑같이 애플과 같은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애플이 다른 회사와 차이를 보이는 것은 소프트웨어다. 앞에서 애플은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있다는 스티브 잡스의 말을 소개했다. 조금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스티브 잡스는 2010년 WWDC의 키노트 연설 말미에 좀 더 구체적인 말을 해준다. 결국 기술과 인문학 사이에 있다는 이 창조적인 회사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결합해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단순한 기술 회사가 아닙니다. 애플은 그 이상입니다. 바로 기술과 휴머니티죠. 우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작업을 함께 합니다. 단순히 위대한 카메라 시스템을 만든 게 아니라 찍은 영상을 편집할 수도 있게 만드는 거죠. 단지 전면부에 카메라를 넣은 게 아니라 18개월이 넘는 동안 소프트웨어 작업을 병행한 결과입니다. 이것은 하나의 완결된 솔루션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시스템 전문가가 될 필요가 없습니다. ”


애플 창조성 신화의 비밀


* 시장조사를 하지 않는다

시장조사를 하면 기존 제품을 보완하는 제품은 나와도 완전히 창조적인 제품은 나오기 힘들다.


* 하나의 모델에 전력을 쏟는다

하나의 모델에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


* 스스로 사랑하는 제품을 만든다

자신들이 직접 써보고 싶은 제품을 만들게 한다. 하루라도 먼저 쓰고 싶은 마음에 제품개발에 대한 열정은 그만큼 커질 수 있다. 


* 기술에 얽매이지 않는다

애플은 스펙과 성능으로 기술을 자랑하지 않는다. 오직 사용자 경험에 초점을 맞춘다.


* 위원회가 없다

위원회 합의에 의해서 만들어진 제품은 단점이 없는 평범한 제품을 만들 뿐 특출한 제품은 만들기 어렵다.


* 긍극의 최종 사용자, 스티브 잡스가 존재한다

까다로운 스티브 잡스의 취향을 맞추기는 어렵지만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 조합과 통합의 힘을 발휘한다

애플은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부품을 조합하여 새로운 제품을 발명하는 연금술사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 외부 네트워크를 열어 놓는다

애플은 혼자서 모든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네트워크를 통해서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를 받아들인다.


"애플 처럼 창조한다는 것"  매주 연재 됩니다.  재미있게 읽으신 분들은 저의 페이스북 팬페이지에 접속하셔서 좋아요 버튼좀 눌러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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