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처럼 창조한다는 것 (15)


나의 일은 언제나 팀의 질적 수준을 최고로 유지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 스미스소니언 협회 인터뷰 중에서





IT업계의 판도를 휘어잡고 있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이 단 두 명의 친구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생각하면 IT업계는 사람 숫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뛰어난 소수의 인재에 의해서 움직이는 세상임을 알 수 있다.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을 비난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회사의 최우수 인재 30명만 나가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적수가 등장할 것이다. 컴퓨터 분야에는 고정자산이 없으며, 유능한 인력이 빠진 회사는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IT기업은 30명이 아니라 회사의 맨 꼭대기에 위치한 삼두체제에 따라서 성공과 실패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플은 뛰어난 기획력을 가진 스티브 잡스와 천재적인 엔지니어 스티브 워즈니악, 그리고 경영과 마케팅에 많은 경험을 가진 마이크 마쿨라 이 셋이 차고에서 만났을 때 이미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초기 성공을 보면 애플 같은 삼두체제가 자리 잡고 있다. 기획이 뛰어난 빌 게이츠와 기술적인 부분을 전담했던 폴 알렌 둘이 창업했고, 경영과 마케팅 전문가인 스티브 발머가 합류하면서 삼두체제를 구성하여 급속한 성장을 이루었다. 구글 역시 래리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을 창업한 후 노련한 경영자인 에릭 슈미트가 CEO로 회사에 합류해서 삼두체제를 이룬 이후 만성적자에서 탈출하여 처음으로 분기흑자를 기록하면서 승승장구하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닌텐도 역시 CEO인 이와타 사토루를 중심으로, 개발을 책임지는 미야모토 시게루 전무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레지필즈 아이메 미국 지사장이 절묘한 삼두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잘 나가는 IT기업에는 환상적인 삼두체제가 구축되어 있는데, 회사가 삐걱거린다면 삼두체제가 붕괴되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스티브 잡스가 회사를 그만둔 후 애플의 삼두체제에 균열이 생겼다. CEO였던 존 스컬리는 장 루이 가세, 그리고 마이클 스핀들러와 함께 삼두체제를 구성했다. 문제는 이들 셋 모두 마케팅 전문가였다는 점이다. 삼두체제는 확실한 역할 분담으로 서로를 보완해 주면서 하나의 팀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존 스컬리가 구성한 삼두체제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제품에 대한 기획력과 기술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이들이 삼두체제를 구성함으로써 마케팅에 능했을지는 몰라도, 제품 개발력이 형편없어진 것은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애플의 추락은 존 스컬리가 연구개발을 책임져야 하는 CTO까지 겸임하는 엽기적인 선택을 하면서 더욱 가속도가 붙었다. 과거 닌텐도가 어려운 시절을 보낸 것도 사실은 화투회사에서 게임회사로 변신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개발자들에게 스승 같은 역할을 한, 게임보이의 아버지 요코이 군페이가 회사를 그만둔 후 삼두체제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애플의 부활과 현재의 승승장구 역시 뛰어난 삼두체제가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애플 2.0은 애플 1.0과 좀 다르다. 스티브 잡스가 제품개발에서 맡은 기획 역할은 과거와 같지만, 팀 쿡이 스티브 잡스가 만들어낸 제품을 좀 더 효율적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다. 그동안 애플은 제조 생산 물류 부분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팀 쿡 이후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 삼두체제의 또 다른 축을 구성하는 마케팅 부사장 필 실러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회사를 알리고 회사의 홍보와 영업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렇게 회사의 삼두체제만 봐도 그 회사의 역량이 그려질 정도로 인재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는 것이 바로 IT업계다. 


스티브 잡스 역시 인재의 중요함을 잘 알고 있으며 인재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가진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세계 최고의 인재를 모아서 이들이 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애플은 소수정예일 수밖에 없다. 스티브 잡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줄 만한 사람은 세상에 별로 없기 때문이다. 애플은 일이 아무리 급박해도 회사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면 직원을 채용하지 않는다. 애플의 운영체제인 레오퍼드의 발매일이 연기되자 주주총회에서는 이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당시 애플이 하는 일들에 비해 직원 수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때였다. 그러자 스티브 잡스는 적당한 사람이 있으면 얼마든지 고용할 것이지만 검증되지 않은 직원들을 뽑는 건 애플의 방식이 아니라고 밝혔다. 세계 최고의 회사인 애플도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스티브 잡스는 당장은 직원이 부족하더라도 최고의 인재들만을 모아서 팀원들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스티브 잡스는 훌륭한 택시 운전사와 그렇지 않은 운전사의 차이는 두 배 정도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훌륭한 택시 운전사가 50분 정도면 갈 거리를, 나쁜 운전사는 한 시간 반 정도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요리사끼리도 실력 차이는 두세 배 정도 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50배 정도 차이가 난다고 말한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는 항상 인재 관리에 엄격하다. 세계 최고가 아닌 직원을 데리고 있다고 생각되면 고통스럽더라도 해고시켜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아무리 인간적인 방법으로 정리한다고 해도 해고는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지만, 일을 잘 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해고하는 것 역시 결국 자신의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스케줄을 두 배로 늘리고 싶으면 인력을 두 배로 충원시키면 된다.’는 말이 있다. 사람을 많이 투입하면 일이 더 빨리 끝날 것이라는 생각이지만, 오히려 사람이 많아지면 이들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다시 생겨나면서 의사결정이 느려진다. 그러다 보면 실질적으로 일하는 시간보다 서로 업무를 나누고 조정하는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개발인원이 늘어난다고 해서 개발 속도 역시 빨라진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듯이 사람이 많으면 엉뚱한 결과물을 내놓을 수도 있다. 조직이 어찌되었든 일이 있어야 예산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신제품에 꼭 적용해야 한다고 정치싸움이 벌어진다. 스티브 잡스가 돌아오기 전의 애플 제품은 쓸모없는 기능이 잔뜩 추가되었지만 정작 완성을 보지 못한 프로젝트가 수두룩했다. 그리고 별 차이 없는 제품들로 라인업이 어지럽혀졌다. 이때의 애플은 비대한 조직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스티브 잡스는 회사 조직은 극도로 단순함을 추구해서 이해하기 분명하고 책임이 명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팀 구성도 100명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보았다. 100명이 넘으면 조직이 비대해져서 초점을 맞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서 자신이 직접 관리하는 사람이 100명 정도라고 한다. 이를 보면 스티브 잡스는 동시에 통제 가능한 사람의 숫자를 100명 정도로 보는 것 같다. 


조직 관리에서 초점과 단순함을 유지하고자 하는 스티브 잡스의 신념은 제품의 철학과도 일치한다. 애플의 인원은 쓸모없는 일을 할 정도로 여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애플은 베스트가 되는 곳에 정확하게 공을 던지려 하지 차선이라고 생각되는 곳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결국 철저한 소수정예를 추구하는 애플은 반드시 꼭 필요한 기능에만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작고 단순한 조직이기에, 애플 제품은 쓸모없는 기능이 존재하지 않는 극도의 단순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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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멀티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