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적당한 사람을 얻게 된다면 당신은 그 사람을 잘 대우해야 합니다. (애플스토어 점원들은) 판매에 따라 수익금을 주는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동네에서 가장 뛰어난 맥 전문가라는 위치로 격상될 수 있었습니다. 

‐ 애플 부사장 론 존슨



인텔 CEO를 역임하게 되는 앤디 그로브는 회의에서 결정되는 여러 안건들이 자유로운 토론의 결과가 아니라 직위가 높은 임원의 의사에 따라서 결정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혁신이라는 것은 과거 기술의 한계를 발견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때 일어난다. 문제는 회사의 고위 임원들이란 과거 자신이 발견한 기술을 통해서 공을 쌓은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회의 결과가 직장상사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따르는 것이라면 회사는 결국 과거 방식만을 답습하게 되고 혁신은커녕 퇴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앤디 그로브는 회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맥 빠진 회의가 아니라 참가자들이 직위와 권력에 상관없이 각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밝히고 때로는 일반직원과 임원사이에 전쟁 같은 토론과 논쟁을 벌이는 ‘건설적인 대립’이 일어나야 한다고 판단했다. 


건설적인 대립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회사 내에 평등문화가 깊이 뿌리박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회의실에서 아무리 계급장을 떼고 허심탄회하게 토론해야 한다고 강조해봐야 언제 어디서나 직원들은 상사의 눈치를 보는 존재다. 그래서 앤디 그로브는 인텔의 모든 직원은 평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텔의 직원은 그 사람이 임원이든 혹은 말단 직원이든 두 평 남짓한 공간에 똑같은 책상을 제공받는다. 주차장도 모두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 때문에 회사의 CEO였던 앤디 그로브도 조금만 늦게 출근한 날에는 주차공간을 찾기 위해서 회사를 몇 번이나 돌아야 했다. 이렇게 앤디 그로브가 솔선수범하며 겨우 회사 내에 평등주의가 자리 잡히자 인텔에서는 직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고 토론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뿌리 내리게 되었다.


애플 역시 인텔의 평등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스티브 잡스가 해고된 후 한때 임원 위주의 권위적인 문화가 회사를 지배했지만 돌아온 스티브 잡스가 다시 평등문화를 되살렸다. 그는 전임 CEO였던 아멜리오가 사용하던 호화스러운 집무실을 폐쇄하고 회의실 옆 조그만 공간에 사무실을 차렸다. 이와 동시에 임원들의 중역실도 없애고, 인텔처럼 모든 직원들의 사무실 크기를 모두 같게 만들었다. 부사장급의 임원이 되어도 고작 창가 사무실을 얻을 수 있는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했을 뿐이다. 참고로 애플은 원래 파티션으로 각자의 위치를 나누었으나 소음문제로 인해 많은 불만이 쌓이자 파티션을 사용하지 않고 좀 더 독립된 공간으로 분배했다. 


스티브 잡스는 직원들의 연봉체계까지도 철저한 평등주의에 입각해서 전면적으로 손질했다. 우선 특별 퇴직금 같은 경영진에 대한 여러 특혜를 없앴다. 그리고 직위에 상관없이 모든 직원은 출장이 10시간 이하의 비행일 경우 이코노미스트 석에 타야 했고, 10시간 이상일 경우에나 비즈니스클래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또한 직원들의 보너스를 폐지하고 평등주의를 기초로 직원들이 봉급과 주식을 받도록 했다. 주식을 나누어 준 것은 직원들의 동기를 자극하기 위함이었다. 


주차장 역시 모두에게 평등한 공간이다. 임원이라고 해서 전용 주차공간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마저도 특별히 지정된 주차공간은 없다. 일화로 스티브 잡스가 장애인 주차공간에 자신의 자동차를 세워두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직원들은 가차 없이 스티브 잡스 차량에다가 애플의 슬로건이었던 Think Different를 패러디한 ‘Park Different’를 붙여 두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창업자이자 CEO로서 회사에서 절대권력을 가진 독재자라는 스티브 잡스마저도 전용 주차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를 바로 응징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 애플에 얼마나 평등문화가 깊이 뿌리박혀 있는지 알 수 있다.


토론 문화야말로 그 회사가 얼마나 평등한 조직인지를 보여준다. 스티브 잡스 역시 자유롭게 직원들이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혁신이란 결국 일정한 프로세스나 체계를 갖추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 간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에 있다고 믿는다. 


스티브 잡스는 무엇인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면 바로 그 순간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고 싶어 한다. 직위에 상관없이 회사에 100명 정도의 사람들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일하는데 이들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바로 알리고, 그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들으면서 검증 단계를 펼친다. 그는 회의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정보 공유라고 본다. 단순히 사업의 특정 부분만이 아니라 사업의 모든 부분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매주 월요일에 진행되는 회의에서는 전체 사업을 함께 검토하고 전주의 판매량과 개발현황을 함께 살펴보는 한편 제품에 대한 수요와 공급문제를 고민한다. 사실 애플 내에 확실히 뿌리내린 평등문화를 스티브 잡스가 종종 뒤흔들어 놓기는 한다. 이상하게도 스티브 잡스의 이런 행동은 오히려 평등문화를 굳건하게 하곤 하는데, 왜냐하면 아무리 직위가 높아도 스티브 잡스에게 두려움을 느끼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하나님 아래 모든 인간이 평등한 것처럼 스티브 잡스 아래에선 누구나 평등한 직원인 것이다.


애플은 직원 간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도 꾸준히 노력해 왔다. 애플 내부에서는 끊임없이 팀이 만들어지고 해체된다. 그러면 인력들을 재 이동시켜야 하는데 팀을 이동할 때 국적, 연령, 종교, 결혼여부 등 프라이버시를 물으면 안 된다. 또 기업 차원에서 직장상사라는 이유로 부하직원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로 노력 중이다. 예를 들어 직장상사는 함부로 부하직원에게 회식하자는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애플은 차별을 줄임으로써 업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미국 소매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월급이 아니라 제품판매에 따라 일정 수수료를 봉급으로 받는다.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불안정한 직종으로 마치 소모품처럼 교체되곤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애플은 소매점 직원들에게 판매수당이 아니라 정직원처럼 임금을 주었다. 처음 론 존슨이 판매 수당을 없애고 정식 임금으로만 직원들을 대우한다고 하자 애플 내부에서도 론 존슨을 미친 사람 취급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결정은 애플스토어의 직원들에게 큰 자부심과 애사심을 심어주었다. 회사로부터 안정적인 대우를 받는 애플스토어 직원들은 고객을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보지 않고 자신의 지식으로 도움을 주어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봤다. 


결과적으로 애플스토어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그야말로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장소로 바뀌었다. 어느덧 애플스토어의 직원들은 단순한 매장 점원이 아니라 지식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 전문가가 된 것이다. 애플은 점원들이 컴퓨터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도록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으며,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지니어스(genius)나 크리에이티브(creative) 등 더 높은 직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해두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미국 소매업체 직원들이 해마다 80%씩 교체되는 데 비해, 애플스토어는 80%가 회사에 남아 있다. 대한민국이 최근 계약직과 정직원의 차별 문제로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이때 애플스토어의 성공사례는 우리에게 좋은 귀감이 될 듯하다.


<"애플 처럼 창조한다는 것"  매주 연재 됩니다.  재미있게 읽으신 분들은 저의 페이스북 팬페이지에 접속하셔서 좋아요 버튼좀 눌러주세요. ^^;;>






신고
Posted by 멀티라이터
TA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