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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컴퓨터를 사는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합니다. 그들은 창조적인 영혼들입니다. 그들은 단순히 주어진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그들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도구들을 이용해서 세상을 바꾸려 합니다. 우리는 바로 이처럼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을 위한 도구를 만듭니다.


‐ 스티브 잡스, 1997년 보스턴 맥 월드 중에서





애플처럼 창조한다는 것 (24)


돌아온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남겨진 자산은 브랜드와 맥 OS 두 가지라고 칭할 만큼 애플의 브랜드는 실로 막강하다. 애플에게 강력한 브랜드가 없었다면 애플은 부활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애플이 이렇게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컴퓨터라는 최첨단 기계에 인간의 감성을 절묘하게 결합시켰기 때문이다. 기계에 감성을 불어넣을 줄 아는 애플은 시작부터 다른 컴퓨터 회사와는 달랐다. 다른 컴퓨터 회사들은 회사 이름으로 MITS, 코모도어처럼 사람들이 기억하기 힘든 난해한 용어를 사용했지만 스티브 잡스는 회사 이름과 제품명에 사람들에게 가장 친근한 과일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컴퓨터를 모르는 일반 대중들에게도 회사를 쉽게 알릴 수 있었다. 


마케팅 방식에서도 애플은 혁신을 가함으로써 다른 회사와 차별화된 성공적인 회사로 각인될 수 있었다. 사실 컴퓨터 애호가들에게 애플1 컴퓨터를 판매하던 시절에는 스티브 잡스 자신도 다른 컴퓨터 회사와 별반 다를 바 없었기 때문에, 광고전단에 온통 기술과 성능을 자랑하는 글들을 채워 넣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IT업체들은 자사의 기술을 자랑하기 위해 지면 전체에 제품의 스펙과 기능을 빼곡히 적어 넣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꽉 채우지 않으면 자랑할 것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는 인식마저 있다.


애플2 컴퓨터 때는 완전히 달랐는데, 홍보 전문가 레지스 맥키너 덕분이었다. 레지스 맥키너는 마이크로프로세서 회사인 인텔을 광고할 때 컴퓨터 잡지가 아니라 <플레이보이>에 사람의 감성에 어필하는 광고를 만들어 화제가 되었다. 스티브 잡스는 레지스 맥키너의 이런 광고 방식에 매료되어 홍보를 부탁한다. 레지스 맥키너가 탄생시킨 광고는 확실히 특별했다. 다른 회사의 광고가 기술과 기능을 통해서 고객의 이성에 호소했다면, 애플의 광고는 철저히 인간의 감성을 자극했다. 부엌에서 요리를 하는 여성이 사랑스런 눈빛으로 남편을 바라보는데 마침 남편은 애플2 컴퓨터를 이용해서 업무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애플2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은 능력 있는 남성이며, 행복한 가정에서 아내에게 사랑받는 사람일 것이라는 이미지가 그대로 느껴진다. 감성 마케팅이란 그 제품을 이용한 사람에게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마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면 뉴요커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듯이 말이다. 


특히 감성 마케팅은 나와 다른 사람을 구분할 때 하나의 기준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미국에서 하이네켄 맥주를 마시면 화이트 컬러로 여겨지지만, 밀러 맥주를 마시면 블루 컬러라는 인식이 있다. 픽업형 트럭을 몰면 시골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지만, 유틸리티 차량을 운전하면 도시 사람으로 여겨진다. 제품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성향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인데, 애플 제품이 바로 그렇다. 애플이 추구하는 감성 마케팅 덕분에 애플 제품을 이용하는 사람은 남보다 앞서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선구자의 느낌을 준다.


정치적인 성향을 보면 보수적인 공화당보다는 진보적인 민주당에 가까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그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준을 사용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오바마 대통령이 준을 사용한다는 사실에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이 MP3 플레이어로 무엇을 사용하는지를 보도하는 것도 신기하지만 이에 대해서 인터넷에서 한바탕 논쟁이 벌어진 것은 애플이 세상에 심어놓은 이미지가 그만큼 강력하기 때문이다. 오바마처럼 시대를 선도하는 인물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니라 애플의 제품을 선호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보도를 접하고, 이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 사람들이 결국은 기사 자체의 신뢰성을 믿지 못한다는 반응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렇게 논란이 계속되자 결국 오바마의 대변인은 대통령이 MP3 플레이어로 애플의 아이팟을 사용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발표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2003년 한 소녀가 선거방송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들에게 사용하는 컴퓨터가 맥인지 아니면 윈도우 PC인지를 물었던 적이 있다. 대부분의 후보는 PC를 사용했지만 몇몇 후보가 자신이 사용하는 컴퓨터가 맥이라고 답했는데 그럴 때마다 방청객들의 환호소리가 들렸다. 방청객의 환호는 애플을 사용하는 사람들끼리의 유대감을 보여주는 사례인 동시에 사용하는 컴퓨터를 통해서 그 사람의 정치적인 성향까지도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사실 민주당과 애플은 매우 친근한 관계다. 스티브 잡스는 열혈 민주당 지지자로서 클린턴 대통령과 친분을 맺었으며,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앨 고어 전 부통령은 애플의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2000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선출을 위한 전당 대회에서 사용된 모든 컴퓨터는 애플의 아이맥이었다. 변화를 주도하는 애플이 정치적으로 민주당과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게 된 것이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는 공화당과 민주당 양쪽에 똑같은 정치헌금을 내면서 중립을 지키려고 한다. 그러나 민주당 정부에서 시작된 반독점법 문제가 공화당 정부에서 빌 게이츠의 뜻대로 종결되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정치적으로 공화당의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유행을 주도하는 브랜드라는 애플의 이미지는 90년대 중반 회사의 위기와 함께 추락하고 만다. 스티브 잡스가 가장 안타까워했던 것도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애플의 브랜드였다. 애플의 시장점유율은 10% 내외였지만, 이는 시대를 선도하는 소수자의 이미지로 적극 활용되었었다. 애플의 매킨토시는 다른 컴퓨터보다도 비쌌고, 매킨토시를 사용하는 사람은 단순 사무직보다는 디자이너나 뮤지션 등 전문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95가 등장하고 시장점유율에서 압도적으로 밀리게 되자 애플에 대한 이미지마저 변질되고 말았다.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은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괴짜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는 Think Different를 들고 나왔다. 소수가 된다는 것은 시대에 뒤쳐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대를 앞선다는 이미지를 담은 Think Different를 통해 애플의 브랜드는 겨우 회복되기 시작한다.


애플은 Think Different 이후 더욱 노골적인 스위치(Switch) 캠페인을 시작했다. 스위치 캠페인에는 PC와 맥으로 이름 붙여진 두 명의 배우가 등장한다. PC라고 말하는 배우는 좀 둔하고 어수룩하게 행동하는 데 비해, 맥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배우는 스마트하고 쿨하게 행동한다. 은유적으로 PC와 맥을 표현하던 애플이 이제는 외모에서부터 확연히 차이가 나는 두 배우를 동원해서 PC와 맥을 의인화한 것이다. 광고 속 주제는 매번 바뀌지만 패턴은 항상 같다. PC라고 불리는 배우가 PC로 인해서 겪게 되는 문제를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면, 맥으로 이름 붙여진 배우가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데 결론은 PC에서 맥으로 바꾸라(Switch)는 이야기다. 재치 넘치는 유머가 듬뿍 담겨진 광고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웃으면서 넘어갔지만 시간이 갈수록 배우 속 캐릭터가 PC와 매킨토시로 옮겨가면서 제품 이미지를 더 고착화시켰다. PC는 어수룩하면서도 올드한 아저씨가 되었고, 맥은 산뜻하면서도 세련된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정형화되어가자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처음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인기 코미디언인 사인 필드와 빌 게이츠를 등장시켜서 스위치 광고에 대항했지만 별 반응을 일으키지 못하고 2주 만에 중단된다. 그 후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세계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I’m a PC!”를 외치는 새로운 광고를 선보인다. 광고 속에서 PC를 외치는 사람은 에바 롱고리아(Eva Longoria) 같은 유명배우에서 우주비행사와 박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대거 출연하였다. 한 마디로 애플의 광고처럼 PC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둔하고 답답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사실 I’m a PC가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는 누구도 분명하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컴퓨터에도 감성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애플이 보여주었고, I’m a PC로 마이크로소프트가 반응했다는 것이다. 


컴퓨터라는 것은 성능 좋고 가격만 싸면 전부인 시장이다. 필자 역시 컴퓨터는 결국 성능과 가격이 좌우하는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컴퓨터 시장에서도 역시 감성은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애플이 증명하고 있다. 사용하는 컴퓨터로 그 사람의 성향을 알 수 있고 사용하는 컴퓨터로 좀 더 쿨하고 특별한 사람처럼 느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애플 감성 마케팅의 소중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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