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처럼 창조한다는 것 (26)


우리는 권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고객들이 놀라고 기뻐하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듭니다. 그러면 충성스러운 고객들이 애플에 힘을 실어 주지요. 우리는 마음속으로 정말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제품을 만들 뿐이에요. 고객들이 우리가 사랑하는 만큼 우리 제품을 사랑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그리고 지난 몇 년간 이 일을 참 잘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 스티브 잡스, 2007년 <포춘>





과거 마니아 집단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참 계륵과 같은 존재였다. 입맛은 까다로워서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는 힘든데, 막상 그들에게 초점을 맞추어서 열심히 제품을 개발하면 일반인들의 취향과 멀어지는 결과가 생긴다. 마니아들의 취향에 맞추었다 해도 숫


아이패드가 발매될 때 아이패드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 역시 애플 추종자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요즘처럼 미디어가 발전한 세상에서 수많은 인파가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은 홍보에 큰 도움이 된다. 문자로 아이패드가 몇 대 팔렸다는 것을 보는 것보다 매장 앞에 길게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 하나가 큰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아이패드 발매 당시 미국의 애플스토어 앞에는 여지없이 사람들이 긴 줄로 서 있었고, 이 모습은 전 세계 언론사에 긴급 타전되었다. 특히 일본에서 발매될 때는 1,200명 이상이 아이패드를 구입하기 위해서 줄을 섰는데 이 모습 역시 전 세계에 일제히 보도되었다. 일본에서 얼마나 팔렸는지는 몰라도 그 사진을 본 사람들은 아이패드가 매우 인기 있는 제품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애플은 이렇게 새로운 제품을 발매할 때마다 줄을 서서 기다려줄 정도의 열혈 추종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남들이 고민하는 전혀 새로운 콘셉트의 제품에 겁 없이 도전할 수 있다. 일반 기업들은 새로운 기기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이를 세상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는 건 무척 힘들다.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수많은 상품들이 쏟아지기 때문에 단순히 아이디어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주목을 받는 것이 어려운 시대다. 제품이 나오는 동시에 화제의 중심에 서지 않으면, 발매와 동시에 사장되기가 십상이다. 하지만 애플은 제품을 보지도 않고 무조건 구입해 주는 마니아 집단을 가지고 있다. 이들 마니아 집단 덕분에 어떤 제품이라도 일정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어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자발적으로 애플 제품을 인터넷으로 홍보해 주기 때문에 실패의 위험도 훨씬 적어진다. 과거의 마니아들이란 매장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컴퓨터에 대해서 얘기하며 노닥거리는 게 전부였고 그들의 영향력은 오프라인에 한정되었지만, 인터넷과 미디어의 발전 덕분에 소수 마니아들도 블로그나 트위터 등을 이용해 얼마든지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광고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광고가 쏟아지니 기억나는 것도 없고, 기업이 자사제품의 좋은 부분만을 극대화하여 보여 줄 뿐 단점은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회사 광고보다 누군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의견에 더 의존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요즘 광고업계는 트위터와 블로그 같은 소셜 서비스와 입소문 마케팅이 결합한 홍보 모델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효과적인 입소문 마케팅이 되려면 말하는 사람의 권위와 정보를 퍼뜨리려는 열정 두 가지가 합쳐져야 하며, 이런 면에서 뭔가 하나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마니아들의 도움은 필수적이다. 미국의 ‘Geek’, 일본의 ‘오타쿠’ 그리고 한국에서는 ‘빠’라는 비아냥거림을 듣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애플은 세상 그 어떤 브랜드보다도 강력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때로는 ‘애플빠’라는 비아냥거림을 듣기도 하지만 애플 마니아들의 활약은 인터넷 시대를 맞이하여 애플 브랜드 파워를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판매에도 크게 일조하고 있다. 애플은 어떻게 지금처럼 충성도 높은 애플 마니아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을까? 첫 번째로 말할 수 있는 것은 뛰어난 제품 덕분이다. 제품이 훌륭하지 않으면 아무리 광고하고, 홍보해 봐야 마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마니아들은 누구보다 까다로운 사람들이라서 쉽게 마음을 주지 않지만 대신 한 번 마음을 주면 열정적으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제품과 차별화되는 특별한 제품이어야만 마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제품이 훌륭하다는 것만으로 애플 마니아들만의 강력한 유대감과 활동력을 설명하기는 힘들다. 


오래 전부터 애플은 마니아들의 힘을 꿰뚫고 있었다. 그들은 매킨토시가 컬트 제품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홍보에 임했다. 이런 전략 아래서 애플은 매킨토시를 쓰는 사람들은 시대를 창조하는 선도자라는 이미지를 심어 주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애플이 마니아들을 모으는 방법 중 하나는 앞에서 설명한 감성마케팅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들을 더욱 열광적으로 애플에 빠지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강력한 교주 같은 스티브 잡스다. 스티브 잡스가 설파하는 이야기들은 애플 마니아들에게는 교리와도 같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회사를 대표하는 각 팬들 간의 논쟁은 전쟁 수준으로 발전했다. 스티브 잡스는 논쟁의 한 가운데 서서 애플 마니아들에게 중요한 논리를 제시해 준다. 아이패드에서 플래시가 지원되지 않자 많은 논란이 생긴 적이 있었다. 그때 스티브 잡스는 직접 플래시를 지원하지 않는 이유를 장문으로 작성하여 애플 홈페이지에 올려놨다. 스티브 잡스의 글은 플래시와 관련해서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논쟁을 벌일 때 사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반박 논리를 제공해 준거나 마찬가지였다.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아이튠스의 음악파일은 독자적인 포맷이기 때문에 아이팟에서만 재생될 수 있었는데, 이 때문에 폐쇄적인 애플 정책을 비난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스티브 잡스는 불법복사 등의 이유로 독자 포맷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히고, 몇 가지 조건만 해결된다면 얼마든지 독자적인 파일 시스템을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애플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반박 논리를 제공해준 셈이다.


애플이 마니아들을 사로잡는 여러 이유들을 전했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된다. 바로 마니아들에게 끊임없이 이야기꺼리를 마련해 준다는 것이다. 애플은 블로그나 트위터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이야기 소재를 1년 내내 제공해 준다. 


아이패드가 등장하기 전을 생각해 보자. 2009년 연말부터 애플에서 새로운 기기가 등장할 것이라는 루머가 인터넷을 강타하였다. 애플이 준비한다는 태블릿 컴퓨터와 관련된 정보들이 잊을 만하면 한두 개씩 등장했다. 그럴 때마다 애플 마니아들은 태블릿 컴퓨터가 도대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 지에 대해 이야기를 한 보따리씩 풀어 놓았다. 가끔씩 유출샷이라는 이름으로 애플의 태블릿 컴퓨터 사진이 등장하면 인터넷 전체가 떠들썩해졌다. 그림 실력이 뛰어난 몇몇 애플마니아들은 직접 차세대 애플 제품의 상상도를 그려서 블로그에 올려놓기도 한다. 그러면 이런 그림마저도 인터넷에서는 화제가 된다. 사람들이 애플 제품을 이야기 소재로 삼는 것은 애플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인기스타와 같은 화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기스타에게 파파라치가 붙는 것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인데, 애플 역시 파파라치처럼 그들의 소식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마니아들이 전 세계에 퍼져 있다. 애플 소식이 하나라도 등장하면 애플 마니아들이 블로그와 트위터에 관련 글을 퍼뜨리고, 또 이를 읽은 독자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하면서 인터넷 전체에 확대 재생산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애플의 신제품에 대한 이야기가 최고조에 이를 때, 애플은 전 세계 기자들에게 제품 발표회를 연다고 초대장을 보낸다. 그러면 인터넷은 애플이 무슨 제품을 내놓을 지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게 된다. 스티브 잡스가 이벤트에 등장하는 순간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생중계된다. 스티브 잡스가 그동안 수많은 추측들이 난무했던 태블릿 컴퓨터의 실체가 아이패드였음을 공개한 후 아이패드에 대한 장점들을 열거할 때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실시간으로 각종 댓글이 달리면서 마니아 집단들이 뜨겁게 반응한다. 이렇게 하나의 제품을 발표하기 전까지 수많은 루머들이 양산되고, 인터넷에서 끊임없이 화제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루머 자체를 애플에서 관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꽤 정교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 루머의 내용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구체화되면서, 고객들이 궁금할 만한 내용들이 감칠맛 나게 공개되는데 타이밍 역시 절묘하기 때문이다. 


아이패드가 정식으로 공개되면 인터넷 게시판은 아이패드가 과연 성공할 것인지 실패할 것인지에 대해 한바탕 논쟁이 벌어진다. 이때는 기자와 전문가뿐만 아니라 닌텐도 사장인 이와타 사토루나 구글의 CEO인 에릭 슈미트 같은 업계의 리더들도 덩달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된다. 정식 발매일이 다가오면 아이패드에 대한 논쟁은 절정을 맞이하는데, 애플에서 예약을 받기 시작하면서 이런 논쟁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다. 예약 숫자를 보면 이 제품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를 알 수 있는데 아시다시피 아이패드는 전문가 수준을 뛰어넘는 사람들이 예약하기 때문에 각종 언론에서 톱뉴스로 다루어진다. 성공이 확실해지는 순간이 오면 이제 아이패드에 대한 논쟁은 다시 아이패드가 과연 미래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간다. 


사실 애플이 모든 이야기의 화제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애플이 미래를 만들어 가는 회사라는 점이다. 애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곧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인간은 원래 미래를 예측하고 그것이 적중할 때 쾌감을 느끼는 존재다. 아이패드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를 가지고 논쟁을 하는 것도 자신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선지자임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욕망 때문이다. 앞을 내다볼 줄 아는 능력이야말로 사람이 살아가는 데 제일 필요한 능력이고,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미래를 보는 능력이 탁월하다. 우리의 삶 자체가 사실은 끊임없이 미래를 예측하고 이에 따라서 움직인다. 불과 몇 초 후의 결과에 따라서 승부가 결정되는 도박에 사람들이 빠져드는 것 역시 미래를 예측하고 적중할 때 오는 짜릿함 때문이다.


애플은 바로 이런 미래를 창조하는 회사다. 아이패드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우리의 삶이 어떻게 바뀌게 될 것인지를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아이패드로 인해서 미디어와 컴퓨터의 미래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아이패드를 쓰는 것 자체가 먼저 미래를 체험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이패드를 남보다 하루라도 먼저 쓰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이런 자부심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애플 마니아들은 남들보다 하루라도 먼저 제품을 구입하고, 재빠르게 사용기를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다. 그러면 사용기를 적은 글 밑에는 이를 부러워하는 댓글들이 올라오면서 애플 마니아들은 더욱 뿌듯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아이패드에 대한 이야기들이 쏟아졌다가 다시 소강상태가 되면 아이폰에 대한 정보가 조금씩 유출되기 시작한다. 신형 아이폰은 매년 6월에 열리는 WWDC에서 스티브 잡스가 직접 발표하는데, 정식 공개되기 한 달 전에는 각종 루머로 인터넷 게시판이 떠들썩하게 된다. 그리고 6월 말에 신형 아이폰이 정식 발매되면, 이에 대한 사용기가 인터넷 게시판을 점령한다. 그 후 8월이 되면 이제 새로운 아이팟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9월에는 아이폰처럼 스티브 잡스가 직접 나서서 신형 아이팟을 발표하고, 얼마 후 화제 속에서 판매에 돌입한다. 이제 연말이 다가오면 다시 새롭게 발매될 신형 아이패드에 대한 루머들이 한두 가지씩 올라오면서 이야기의 주제도 자연스럽게 바뀌게 될 것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완벽한 제품 라인업을 갖춘 애플은 그야말로 1년 내내 자사 상품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까지 가지게 되었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애플의 능력은 사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원래부터 애플이 인기가 있으니, 사람들이 애플에 대해서 이야기를 그만큼 더 많이 하는 것이라고도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인기를 얻기 위해서 애플은 위대한 제품을 만들었고, 제품에 감성을 담기 위한 마케팅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년에 네다섯 번에 걸쳐서 스티브 잡스가 직접 제품을 발표하는 이벤트만 보아도 그들이 얼마나 이야기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 철두철미하게 준비하는지를 알 수 있다. 사실 그 이벤트를 빛나게 하기 위해서 애플은 철저한 비밀주의를 채택했다. 언론으로부터 과도한 비밀주의라는 비난도 듣고 있지만, 여전히 철저하게 정보를 통제하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애플은 각종 루머를 통해서 마니아들이 각종 예측을 쏟아낼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한다. 그리고 막상 제품 발표회가 시작되면 그동안의 루머가 적중할지 아닐지를 관심 있게 지켜볼 수 있게 된다. 제품 발표회가 끝나고 나면 이제 터지듯이 수많은 진짜 정보들이 쏟아지면서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각종 인터넷 사이트들은 애플 이야기로 채워지게 된다. 철저한 신비주의 마케팅과 환상적인 깜짝쇼가 절묘한 타이밍에 이뤄짐으로써 마니아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것이다. 그리고 흥분을 가라앉힌 애플 마니아들은 또 열심히 자신의 블로그와 주위 사람들에게 열정적으로 애플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내게 된다. 이때는 애플에 전혀 관심 없는 사람도 인터넷과 언론 어디에선가 애플의 신제품 소식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이렇게 대단한 애플을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살펴보면 결국은 애플이 장기적인 시나리오에 따라서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시나리오가 바로 다른 회사와 애플의 근본적인 차이다. 연초가 되면 아이패드의 신제품이 나온다. 또 6월이 되면 아이폰이 등장하고, 9월에는 아이팟이 출시된다. 애플은 1년마다 반복되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해서 애플 내에서는 주제를 바꿔가면서 정보를 통제하고 관리해서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발표되는 제품이 수십 가지 중 하나가 아니라 아이패드, 아이폰, 아이팟처럼 임팩트 있는 제품, 그것도 하나의 모델만을 발표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영화로 치면 애플은 1년에 세 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발표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영화들이 쏟아지지만 화제의 중심은 결국 블록버스터 영화 몇 편에 집중되기 마련이다. 블록버스터 영화는 막대한 제작비를 쓴 만큼 영화사에서 사활을 걸고 홍보전에 뛰어든다. 영화 개봉에 맞춰서 사람들에게 기대를 심어주기 위한 노력들이 치밀하게 이루어진다. 애플 역시 영화계처럼 세 편 이상의 블록버스터 제품을 마련해 놓고 발표일에 맞춰서 끊임없이 이야기꺼리를 계속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이 부분이 다른 회사와 애플의 근본적인 차이다. 대부분의 회사는 애플처럼 블록버스터급 제품 하나에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물량공세를 펼치기 때문에 1년을 주기로 반복되는 로드맵이 없다. 우리는 애플의 아이폰이 매년 6월에 WWDC에서 발표될 것을 알지만 다른 회사의 휴대폰이 언제 어떻게 발표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상에서 애플처럼 휴대폰을 멋지게 발표할 수 있는 회사는 없을 것이다. 제품 발표회를 한 편의 연극처럼 만들어내는 애플의 스토리 창조 능력이야말로 애플이 마니아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이유다. 


애플 마니아와 아닌 사람의 차이는 별개가 아니다. 끊임없이 애플에 대해 궁금해 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애플의 좋은 점을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는 사람들, 애플에 대한 이야기를 더 알고 싶어서 관련 정보에 쫑긋거리고, 남들과 함께 애플 이야기하기를 즐기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마니아다. 결국 마니아들을 계속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사람들이 제품에 대해서 이야기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애플은 스토리 제공 능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마니아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를 잘 살펴보기 바란다. 그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하나의 트위터, 하나의 블로그, 하나의 카페, 하나의 인터넷 사이트, 하나의 언론사까지 운영할 정도로 이야깃거리가 많다.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전한 시대에는 더욱 이야기가 중요해진다. 인터넷에서 얼굴도 모르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가까워지는 것은 결국 공통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자 자체가 소수이고, 그들의 영향력도 기껏해야 주변사람 몇몇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이패드가 발매되는 과정을 보면 인터넷의 발전과 마니아들의 역할이 무척 중요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0년 1월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를 공개할 때만 해도 화면만 커진 아이폰이라면서 실패를 점치는 글들이 많았다. 허나 온갖 악평에 시달리던 아이패드의 예약자가 단 하루 만에 12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에 분위기는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애플에 대한 관심이 다른 나라보다 적은 편인 한국에서도 이 소식을 다음과 네이버 같은 포털 사이트에서 메인으로 소개할 정도였다. 나오지도 않은 상품이, 그것도 예약자 수가 12만 명을 돌파했다는 기사를 전 세계에서 대서특필해 주니 애플은 공짜로 홍보 효과를 얻는 동시에 아이패드에 대한 기대감도 높일 수 있었다. 


나오지도 않은 상품을 예약하는 사람들은 사실상 애플 추종자라고 해도 상관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품이 출시된 후 직접 만져 보거나 주변의 평가를 참고해서 물건을 구입하기 마련이다. 평소 애플 브랜드에 대한 믿음과 충성도가 없는 사람이 나오지도 않은 제품을, 그것도 오랫동안 기다려야 물건을 받아 볼 수 있는 것을 사전예약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만약 아이패드의 사전예약 접수 첫날 주문자 수가 적었다면, 그렇지 않아도 악평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아이패드 위기론은 더욱 힘을 얻게 되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애플 마니아들이 적극적으로 아이패드를 예약해 줌으로써 아이패드는 다시 화제의 중심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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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멀티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