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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스티브 잡스는 미래를 위해 음악 산업을 구했습니다. 우리는 광고를 하지 않습니다만 애플의 캠페인에는 동참합니다.


- 록 밴드 U2의 드러머 래리 뮬런, December 23, 2004 <The Irish Times>






 애플처럼 창조한다는 것 (30)


세상은 생태계를 창조하는 기업과 이미 창조된 생태계에서 살아가는 기업, 두 개로 나눌 수 있다. 생태계를 창조하는 기업은 마치 창조주처럼 생태계를 통치하며 세금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기업이라는 먹이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를 차지할 수 있다. 애플의 역사를 볼 때 놀라운 것은 혼자서 모든 것을 독식한다는 회사의 이미지와는 달리 생태계를 창조하기 위해 탁월한 길잡이 역할을 해왔다는 점이다.


애플2 컴퓨터 이전만 해도 소프트웨어 산업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프트웨어만으로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세계 최초의 스프트레드시트 프로그램인 비지칼크의 등장 덕분이었다. 비지칼크가 애플2로 처음 등장한 배경은 댄 필스트라에게 스티브 잡스가 할인가로 애플2 컴퓨터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학교 비즈니스 스쿨에서 공부하던 댄 브리클린은 컴퓨터를 이용한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는, 댄 필스트라에게 애플2 컴퓨터를 빌린다. 그리고 스티브 워즈니악이 작성한 베이직으로 비지칼크의 데모를 만든 후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한다. 나중에는 애플의 마이크 마큘라가 여러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개발된 비지칼크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이라는 명성을 얻으며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비지칼크 이후 애플2는 개인용 컴퓨터 시장의 확실한 주도권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때 애플은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팔게 한다는 절대불변의 교훈을 얻게 된다.


하지만 리사를 개발할 때 애플은 소프트웨어마저도 혼자서 독식하려는 야망을 가졌다. 애플 내의 소프트웨어 개발팀은 소프트웨어가 시스템을 판다.’는 표어까지 만들면서 열심히 소프트웨어를 만들었지만 한계는 분명했다. 외부 소프트웨어 개발사의 도움 없이 혼자서 응용프로그램 을 만들어서는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 리사의 끔찍한 실수에는 비싼 가격 등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소프트웨어의 부재 역시 한몫을 했다.


이런 경험을 한 스티브 잡스가 매킨토시를 개발할 때 중점을 둔 부분은 소프트웨어 업체의 협력을 얻는 것이었다. 소프트웨어 업체와 상생해야만 매킨토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직접 개발사를 방문해서 매킨토시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도록 적극 설득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였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애플이 만들어 놓은 애플2 컴퓨터를 통해 많은 소프트웨어를 판매했고, 덕분에 높은 수익을 얻고 있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가 협력관계를 맺기 위해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직접 찾아갔을 때만 해도 여전히 애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벤처회사에 불과했다. 스티브 잡스의 적극적인 설득으로 매킨토시를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합의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의 도움으로 개발력을 증대시킬 수 있었다


1985년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장 많이 돈을 번 플랫폼이 매킨토시였을 만큼 두 회사는 서로 윈윈하며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포토샵으로 유명한 어도비와 전자출판의 강자 쿽(Quark) 같은 유명 소프트웨어 업체도 애플과의 협력을 통해서 급성장을 이룬 회사들이다.



애플은 매킨토시 출시 이후 아예 에반젤리스트(Evangelist)를 두고서 개발사들을 적극적으로 자사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했다. 에반젤리스트는 회사의 정책과 기술을 외부에 알리는 전도사들을 뜻하는데, 이들은 일반 대중에게 애플 브랜드를 알리는 일도 했지만 개발사들과의 관계증진을 위해서 힘을 쏟았다. 에반젤리스트는 직접 개발사를 방문해서 매킨토시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설득하였고, 나중에는 회사의 개발정보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공유하였다. 매년 6월 새로운 아이폰을 공개해서 더욱 유명해진 WWDC도 사실은 World Wide Developers Conference의 약자로 전 세계 개발자들을 모아서 서로의 기술을 공개하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 애플이 1983년부터 개최한 이벤트다.


1995년 애플 내부에는 외부 개발자 관리팀이 있었는데 300명의 조직이 7,500만 달러의 예산으로 전 세계에 퍼진 12,000개의 독립적인 개발자들을 서포트해 주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킨토시 판매량이 급락하자 개발사들 역시 애플을 외면한다. 결국 애플은 소프트웨어가 없으니 하드웨어가 더욱 팔리지 않는 악순환에 빠졌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돌아와서 한 일 역시 외부 소프트웨어 업체와의 관계회복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어도비의 창업자 존 워녹과 쿽의 최고기술책임자인 톰 길에게 전화를 해서 어떻게 하면 애플이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물었고,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결국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가 좌우하는 시장이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팔게 하는 만큼 애플 역시 소프트웨어 개발에 힘을 쓴다. 하지만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애플이 자체적으로 몇 개의 응용프로그램은 만들지만 세상 모든 사람을 충족시킬 정도의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드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태계를 창조해서 소프트웨어 업체로부터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애플이 생태계를 창조하여 성장시키는 모습은 아이폰의 앱스토어에서 극대화된다. 애플이 공개한 개발도구를 이용하면 누구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으며, 유통비용에 대한 부담 없이 전 세계인을 상대로 프로그램을 팔 수 있다는 성공 모델을 만들어낸 것이다. 앱스토어는 개발자들에게 꿈의 엘도라도가 되었다. 그래서 서부개척 시대처럼 개발자들의 골드러시 열풍이 일어났다. 그리고 실제로 수많은 부자들이 탄생했다.


에단 니콜라스라는 30살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두 아이를 가진 가장이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살고 있는 집까지 팔아야 했다. 그는 출근하기 전과 퇴근 후에 아이슛(ishoot)이라는 게임을 개발했다. 그리고 이 게임을 앱스토어에 올리자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한 달 동안 60만 달러를 벌었고, 어느 날은 다운로드 수가 17,000회에 이르면서 하루 만에 37,000달러까지 벌었다. 그는 아예 다니고 있던 직장인 선마이크로시스템즈를 그만두고 회사를 창업했다. 그는 집에서 아이들을 보면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게 된 것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다. 애플 앱스토어의 성공에 대해서 가장 놀란 사람은 프로그램을 제작한 개발자 자신이다. 페이크 콜은 회의라든가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는 곳에서 가짜로 전화가 온 것처럼 꾸며 그 자리를 피하게 만들어주는 단순한 프로그램이다. 이 간단한 프로그램을 앱스토어에 등록했는데 무려 25만 건의 다운로드가 기록되었고, 개발자는 173,200달러의 수익을 얻었다고 한다. 이렇듯 기대도 못한 높은 수입에 개발자도 놀라는 공간이 바로 앱스토어다.


앱스토어의 위대함은 이른바 연약한 포유류도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실 PC시장은 공룡들의 각축전이고, 개인의 능력보다는 회사의 기득권에 성패가 달려 있다. 이제 뛰어난 기술과 제품으로 승부를 보는 시대가 아니라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회사의 영향력 아래서 승자와 패자가 결정 나는 상태라는 말이다. 게임만 해도 EA나 액티비전 같은 회사가 다 장악하였고, 사무용 프로그램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공룡이 존재하는 이상 소규모 회사들이 설 땅은 없다. 개발자의 삶도 결국 자신이 소속한 회사에 의해서 결정 난다. 개발자로서 뭔가를 새롭게 만들고 싶어도 그런 모험마저 허용되지 않는 게 PC시장이다. 이미 공룡들만의 생태계가 된 PC시장과는 다르게 앱스토어는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로 연약한 포유류가 억대의 돈을 벌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애플은 아이팟과 뮤직스토어를 통해 음악 생태계를 구축했고, 아이폰과 앱스토어로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창조했다. 그리고 지금은 아이패드를 통해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문과 잡지 등을 한곳에 모아 미디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전통적인 언론 미디어들은 IT기업들에게 일종의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자신들의 영광스런 날들이 인터넷의 등장으로 종말을 고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IT기업들은 언론사들의 날카로운 비판을 받기 쉽고, 협력을 얻기가 힘들다.


아이패드는 달랐다. IT기업을 마땅찮게 여기는 인물로 세계적인 언론 재벌인 루퍼트 머독은 아이패드는 뉴스를 위한 최고의 플랫폼이라며 극찬했다. 언론사들은 자신들의 구세주로 아이패드를 서슴없이 지목하였고, 개발단계부터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이는 애플이 아이팟으로 음반사를, 그리고 아이폰으로 컴퓨터 개발자들에게 돈을 벌게 해주었듯이 아이패드가 자신들을 위해 탁월한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 역시 이에 화답하듯 전통적 미디어업체들에게 직접 아이패드에 대해 설명하고, 유료화 모델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아이패드는 등장한 지 3개월도 안 되어서 앱스토어처럼 온갖 성공신화를 탄생시키고 있다


미국의 유명 IT 전문잡지인 <와이어드>20106월호를 아이패드용으로 발행했는데, 4달러 99센트의 유료임에도 10만 부나 판매되었다. 종이잡지가 74,000부 판매된 것을 감안하면 잡지사로서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한 셈이다. 또한 Theodore W. Gray는 자신이 운영하는 periodictable.com의 자료들을 모아서 <The Element>라는 전자책을 아이패드로 발행했다. 앱스토어에 <The Element>를 발행한 지 단 하루 만에 periodictable.com을 운영하면서 5년 동안 구글 광고로 번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앞으로의 기업 역시 두 가지로 나뉠 것이다. 생태계를 창조하는 기업과 이미 존재하는 생태계 안에서 살아가는 기업 말이다. 생태계를 창조하는 기업은 바다처럼 커질 것이지만 생태계를 창조하지 못하면서 덩치만 큰 공룡 같은 기업은 서서히 멸종할 것이다. 생태계를 새로 만들기는 정말 어렵지만, 생태계를 구축해서 규모의 경제를 이끌 수 있다면 그 생태계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생태계 안에서라면 신처럼 권력을 부리면서 각종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앱스토어에 올려진 프로그램이 판매될 때마다 애플은 세금처럼 30%씩 수익을 가져가게 된다. 애플은 하드웨어를 판매하면서 돈을 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태계 안에서 벌어진 경제행위에 대해서 수수료를 부과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으니, 그 어떤 기업보다도 탄탄한 자금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윈도우라는 생태계를 창조했고, 그 세금으로 돈을 버는 회사다. 델과 HP 같은 컴퓨터 회사에 윈도우 라이선스를 넘기면 델과 HP의 컴퓨터가 한 대씩 팔릴 때마다 자동으로 돈을 버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와 다르게 무료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지만 광고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덕분에 소니가 구글 TV로 협력하고 있고, 수많은 휴대폰 제조사들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밑으로 들어가고 있다.


생태계 창조자는 생태계의 지배자가 되어서 생태계에서 발생하는 경제행위에 대해서 일종의 세금을 부과할 수 있기 때문에 생태계 안의 기업이 커질수록 자연히 생태계 창조자는 더욱 거대해지는 선순환이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단순히 공룡처럼 커지는 것이 아니라 바다처럼 어마어마한 규모로 커지게 된다. 생태계를 창조하는 기업은 제국이 될 수 있지만, 생태계가 없는 기업은 제국의 지배를 받는 소왕국에 불과할 뿐이다. 애플에게 경쟁을 외칠 수 있는 회사란 뮤직스토어나 앱스토어 같은 새로운 생태계를 창조할 수 있는 회사에게나 겨우 허락된 일이다.



<다음회에 계속됩니다. 그리고 저의 밥줄인 모바일 게임 러브아이돌 주식회사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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