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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혁명은 시작되었다.

멀티라이터 2010.08.28 07:46


종이책은 사라질 것이다?

MIT 대학교 미디어랩의 창시자로 디지털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 그는 최근 테크놀로지의 미래라는 주제로 열린 기술 컨퍼런스에서 종이책은 과거 필름 카메라처럼 죽어가고 있으며 10년이 아닌 5년 안에 소멸하게 될 것이라고 발언해 큰 화제가 되었다. 니콜라스 네그로폰테의 발언이 전해지자 ‘10년 전부터 종이책이 사라질 것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종이책은 살아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의견이 쏟아졌다. 실제로 종이책이 없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는 10여 년 전부터 반복되어 온 이야기다.

필자는 디지털카메라에 의해서 필름 카메라가 힘을 잃은 것처럼 이제야 말로 전자책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전자 책의 시대를 예견했던 사람들은 PC의 연장선상에서 전자책이 발전할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전자책의 시대는 PC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었다. 책은 단순히 지식을 충족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휴식의 도구이기도 하다. 일에 대한 피로와 스트레스도 줄이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책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PC에서 책을 읽는다면 회사에서 일할 때의 자세와 다를 바가 없다. 책을 읽을 때는 안락함이 느껴지는 소파나 침대 위에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읽어야 독서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PC 기반의 전자책으로는 종이책을 대체하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었다. PC 중심의 시대에 전자책의 성공을 바라는 것은 마치 도로도 깔리지 않았는데 자동차가 팔리기를 바라고 통신선이 연결되지도 않았는데 전화의 시대를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야 세상이 변하는 법이다. 트위터의 폭발적인 성공에는 스마트폰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자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만한 매력적인 단말기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킨들의 등장은 전자책의 시대를 예견하기에 좋은 근거자료가 된다. E-link 기술이 들어간 킨들은 종이 인쇄물을 읽는 것처럼 눈의 피로도를 최소화하였으며 햇빛이 쨍쨍한 오후에도 무리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쾌적함을 자랑한다. 더군다나 최근에 출시된 3세대 킨들은 139달러라는 저렴한 가격 덕분에 큰 인기를 끌면서 매진행렬을 기록 중이다. 특히 아마존에서 구입한 전자 책은 전용단말기뿐만 아니라 PC와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에서도 바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활용도가 높다.

전자책 급부상은 우리와 상관없는 이야기?
이러한 요인 덕분에 아마존에서 전자책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데 지난 4월에서 6월까지 책 판매량을 조사하니 종이책이 100권 나갈 때 킨들용 전자책은 143권이 다운로드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마존에서 판매되는 종이책이 수백만 권인데 비해서 전자책은 고작 63만권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실로 놀라운 수치이다. 이를 보도한 뉴욕타임스는 10년 내에 전체 책 중에서 종이책의 비율은 4분의 1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종이책의 종말은 벌써부터 시작됐는지 모른다. 미국 최대 서점인 반스앤노블은 전자책에 의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1990년 미국 출판 업계를 좌지우지 했던 반스앤노블은 전자책의 인기에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었고 악화되는 실적으로 급기야 자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자구책의 일환으로 반스앤노블은 직접 개발한 전자책 단말기 더 누크 (Nook)의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 소식이 몇몇 분에게는 그야말로 먼 나라이야기고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들릴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과 10개 월전만해도 한국의 스마트폰은 휴대폰 시장에서 1%밖에 차지하지 않을 정도로 ‘스마트폰 열풍’은 다른 나라 이야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휴대폰 시장은 완전히 스마트폰 중심으로 돌변했고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와 문화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전자책 역시 스마트폰처럼 어느 한 순간 우리 사회를 단번에 바꾸는 날이 올 것이다.

출판업계, 종이책의 한계를 벗어나라
전략적 변곡점이라는 말이 있다.  세상이 어느 순간 급격히 변해서 선택을 잘하면 10배 크게 성공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10배 실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자책은 출판업계에 그런 전략적 변곡점이 될 것이다. 작가들의 입장에서 보면 전자책이 활성화되면 출판사를 거칠 필요 없이 직접 출판을 할 수 있다. 텍스트만 들어가는 책은 제작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작가들이 수익을 나누면서까지 출판사와 일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특히 일반인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작가들은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출판을 하면 큰 돈을 벌 수 도 있다. 출판업계 입장에서는 인기 작가의 책을 출판 할 수 없기 때문에 이전처럼 큰 수익을 노릴 수가 없다.

결국 전자책의 시대를 맞이하여 출판업계는 변신을 해야만 한다. 기존의 종이책을 만들던 방식으로 전자책을 만들었다가는 생존하기가 어려워진다. 출판사의 변신은 종이책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  좋은 모델이 되는 회사가 하나 있다. 터치프레스(Touch Press)는 주기율표에 있는 118가지의 원소들을 쉽게 기억시키기 위해서 엘러멘트(The Element)라는 전자책을 만들었다. 이 책은 원소의 기원이나 성질에 대한 설명에다가 각 원소들이 결합되어서 만들어진 여러 물건들의 사진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정도라면 대부분의 책에 있는 내용일 것이다. 하지만 터치 프레스의 엘러멘트 는 종이책의 한계를 뛰어넘는 여러 요소들을 추가하였다.  수소를 누르면 태양안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나는 입체영상을 보여주는 식이다.  원래 엘러멘트에 사용된 각종 설명과 사진들은 인터넷 웹사이트(periodictable.com)을 통해서 서비스 중이었다. 아이패드가 발매된다는 소식에 테오도르(Theodore W. Gray) 터치프레스 창립 멤버는 두 달 동안 아이패드의 각종 멀티미디어 기능을 활용하여 엘러멘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아이패드의 앱스토어에 올린 지 단 하루 만에 5년 동안 운영했던 periodictable.com 의 수익보다 더 많은 돈을 단 하루 동안 벌어들였다. 엘러멘트는 원래 종이책으로는 30달러가 넘는 가격으로 판매되어서 18만부가 나간 베스트 셀러이지만 제작자에 의하면 전자책의 수익이 몇 배가 넘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종이책의 경우 인쇄와 물류 그리고 재고처리 등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엘러멘트의 사례를 보면 전자책의 시대가 출판업계에게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단순히 종이책에 있는 것을 그대로 매체만 바꾸어서 전자책으로 만들어서는 승산이 없다. 매체 형식이 내용을 결정하는 법이다. 전자책의 시대에는 종이책에서 보여줄 수 없었던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는 출판사가 승자가 된다. 그렇지 못한 회사는 종이책처럼 과거의 유산으로 남게 될 것이다.
 
(IGM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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