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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IGM 글로벌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글입니다>

3월 3일 병가 중이었던 스티브 잡스는 샌프란시코에서 열린 키노트 연설을 통해서 아이패드 2를 발표하였다. 아이패드 2는 1 GHz 듀얼코어 프로세서 A5를 채택해서 더 빨라졌고 두께는 4.6mm나 얇아졌으며 무게도 90g이나 가벼워졌다. 가격은 종전과 똑같은 499달러이지만 성능과 디자인은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에 다른 경쟁 기종들은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키노트 연설 중에 스티브 잡스는 타블릿 컴퓨터시장에 새롭게 뛰어든 업체들을 가리켜 카피캣(모방자)이라면서 독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 수 많은 카피캣 중에서 삼성만은 애플도 긴장 해 야할 듯 하다.

3월 22일 삼성은 아이패드2보다도 더 얇고 가벼워진 갤럭시탭 시리즈를 내놓았는데 8.9인치의 경우는 아이패드2보다 가격이 싼 469달러였고 10.1인치는 499달러로 발표하였다. 다분히 애플을 의식한 행보였다. 그런데 필자를 더욱 경악하게 만든 것은 불과 한달 여전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11행사에서 삼성이 이미 공개한 제품을 뒤집고 새롭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초 공개된 사양에는 무게가 599g이었지만 595g으로 가벼워졌고 두께 역시 10.9mm 에서 8.6mm로 얇아졌다. 이는 철저히 아이패드2의 사양을 의식한 결과였다. 삼성이 새롭게 내놓을 갤럭시 탭은 6월 초에 발매될 예정인데 출시를 두 달여 남겨놓은 상황에서 이렇게 제품을 전면적으로 수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삼성이 애플을 잡기 위해서 얼마나 독기를 품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소품종 대량생산 VS 다품종 대량생산
애플과 삼성을 보면 정말 재미있는 면이 많다. 세상에 이렇게 반대되는 회사가 있을까 할 정도로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애플은 혁신을 통해서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다. 물론 애플이 무엇인가를 최초로 만드는 회사는 아니다. 하지만 애플은 시장을 창조하는 능력이 있다. 처음으로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지 않았지만 애플2 컴퓨터로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열었고, 매킨토시가 최초의 그래픽 기반의 운영체제는 아니지만 개인용 컴퓨터의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 아이패드만 해도 최초의 타블릿 컴퓨터는 아니지만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였다.

혁신과 관련, 애플이 1위를 기록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다. 비즈니스 위크가 선정하는 가장 혁신적인 기업 1위에 6년 연속 올랐으며, 얼마 전 패스트컴퍼니가 선정하는 가장 혁신적인 기업 1위에도 애플이 이름을 올렸다. 포춘에서 뽑는 가장 존경 받는 기업 1위에도 4년연속 올랐는데 포춘의 순위에서 중요한 평가대상이 바로 혁신성이다. 애플이 혁신의 대명사로 통하는 반면에 삼성은 아직까지 시장을 선도하기 보다는 1등을 따라 하는 영리한 2등전략을 펼치고 있다. 선두주자가 내놓은 상품을 철저히 연구해서 더 많은 기능을 추가하고 가격경쟁력도 확보하게 된다.

제조방식도 애플과 삼성은 극과 극이다. 애플은 자체 공장이 없고 전세계에서 부품을 구입해서 폭스콘(FOXCONN)에 하청의 형태로 조립을 맡긴다. 반면에 삼성은 부품도 만들고 직접 제조까지 한다. 생산에 있어서도 애플은 일년에 하나의 모델에 전력을 쏟는 반면에 삼성은 다양한 제품을 내놓는다. 애플은 아이폰 모델을 하나만 내놓고 있지만 삼성은 수십 가지를 내놓는다. 그뿐만 아니라 동일모델이라도 이동통신사에 따라서 변형을 한다. 갤럭시 S의 경우 미국 버라이존(Verizon)에서는 패시네이트(Fascinate), AT&T는 캡티베이트(Captivate), 스프린트 에픽(Sprint Epic) 4G, T모바일 USA는 바이브런트(Vibrant)로 변형했다. 이는 각 이동통신사가 요청하는 대로 삼성이 수정하기 때문에 가능한데 애플은 그런 요구는 절대로 받아주지 않는다. 아이패드만 해도 애플은 9.7인치 짜리 제품만 내놓고 있는데 비해서 삼성은 7인치, 8.9인치 10.1인치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애플이 소품종 대량생산을 추구하는데 비해서 삼성은 다품종 대량생산이다. 애플은 하나의 모델로 가능한 많은 고객을 확보하려는데 비해서 삼성은 다양한 모델을 내놓아서 그 중에 하나라도 사랑을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듯싶다.

아이패드와 갤럭시탭의 대결, 승자는?
그렇다면 아이패드2와 갤럭시탭의 대결은 어떻게 될까? 우선 아이패드2가 갤럭시탭 시리즈보다는 더 많이 판매하게 될 것이다. 내년은 미리 예측 할 수 없지만 올해는 아이패드2의 해가 될 것이다. 이미 애플의 아이패드2는 시장에 출시되어서 폭발적인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데 비해서 갤럭시탭은 6월에나 출시되기 때문에 이미 시장을 선점한 애플의 아이패드2를 쫓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2011년 삼성의 판매 목표량이 750만대인데 비해서 애플은 2010년 이미 1500만대의 아이패드를 판매했음을 생각하면 20011년도에도 아이패드2가 1위자리를 계속 차지하게 될 것은 당연지사다.

비록 갤럭시탭은 애플에게는 밀리겠지만 다른 타블릿 기기들을 쓰러뜨리게 될 것이다. 블랙베리에서 만들고 있는 플레이북이나 모토로라에서 나온 XOOM 그리고 HTC의 플라이어북(Flyer Book)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데 비해 삼성은 애플의 대항마로 승승장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보면 두 회사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겠지만 결국은 오랫동안 공존 공생하게 될 것이다. 최대의 경쟁자지만 애플이 삼성의 최대고객사인, 아이러니한 상태로 말이다.

이렇게 애플과 삼성이 공생할 수 있는 것은 두 회사가 완전히 다른 길을 걷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사실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바로 이것이다. 사람들은 애플의 대단함을 이야기하면서 삼성이 애플과 같은 길을 걸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삼성이 비록 애플의 제품을 흉내 낼지라도 애플의 사업방식마저 그대로 따라 한다면 필패를 할 수 밖에 없다. 삼성이 애플처럼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혁신자의 길을 걷는 데 회사의 역량을 쏟는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애플처럼 잘할 수 있을까?

애플이 새로운 시장을 창조할 수 있는 것은 직접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만들고 여기에 앱스토어까지 서비스하는 삼위일체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운영체제를 라이선스 받는 삼성이 혁신을 이루기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또한 애플에는 애플 제품을 무조건적으로 구매해주는 충성스런 마니아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장을 창조하는 데 더욱 유리하다.

최근에는 천하의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마저도 애플의 뒤를 쫓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철저한 2등전략이다. 1등을 연구해서 1등이 제시한 제품의 질적 표준은 준수하되 대신 차별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점이다. 애플이 아이패드2를 내놓자 삼성은 이미 공개한 제품을 다시 개량해서 새로운 갤럭시탭을 내놓는 독한 면모를 보여줬다. 다른 모방자들은 아이패드2보다도 기능이 떨어지면서 가격도 비싸다. 애초에 애플과 경쟁이 안 되는 게임에 판돈만 날리는 형국이다. 하지만 다른 경쟁회사들과는 다르게 자체적으로 부품을 생산하고 하드웨어도 직접 제조하는 삼성은 다른 회사와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아이패드2에 버금가는 제품을 재빠르게 만들어 냈다. 다른 회사들은 애플처럼 단일모델만 내세우고 있는데 비해서 삼성은 7인치, 8.9인치, 10.1인치를 내놓으면서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다.

성공에는 절대적인 법칙이 없다. 애플이 잘나간다고 그들의 사업방식을 똑같이 쫓아갈 필요는 없다. 오히려 차별화가 중요하다. 애플이 가지지 못한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좋다. 삼성은 자체적으로 부품을 생산하고 하드웨어 제조에 뛰어나서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제품을 양산하는 능력이 있다. 갤럭시탭을 통해 삼성은 그들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애플과 삼성의 추구하는 방향과 장점이 다른 만큼, 혁신의 애플과 제조의 삼성이 시장에서 승자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설프게 애플을 흉내 냈던 회사들은 애플과 삼성 사이에서 샌드위치로 전락 할 수 밖에 없다. 비록 차별화된 제품은 아닐지라도 차별화된 전략과 장점을 가지고 있다면 시장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애플과 삼성의 경쟁에서 배워야 할 교훈이다.

<이 글은 IGM 글로벌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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