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IT 삼국지(3)] 빌게이츠 IBM을 쓰러뜨리다.






빌 게이츠가 IBM과의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던 데는 분명 행운도 작용했지만, 결국은 기회가 오면 이를 절대 놓치지 않는 승부사적인 성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IBM과 같이 일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직원수 40여 명의 작은 회사였다. IBM의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빌 게이츠를 포함한 모든 사원이 IBM-PC 관련 소프트웨어에 전력을 쏟아야 했다. 1980년 11월에 운영체제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1981년 8월 IBM-PC가 출시되기까지 빌 게이츠는 매일 야근을 거듭하면서 일을 했다.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 때는 부모님에게 6개월 동안 볼 수 없을 것이라면서 작별 인사를 할 정도였다.


IBM은 PC 개발을 극비리에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부러 외부에 노출되기 힘든 공간에서 일하도록 했다. 그래서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직원들은 창도 없이 벽면 전체가 꽉 막힌 사무실에서 운영체제를 개발해야만 했다. 컴퓨터에서 올라오는 열이 환기가 안 되었기 때문에 사무실이 한증막처럼 더웠다. 사무실이 얼마나 뜨거웠던지 IBM이 가져온 샘플 컴퓨터가 수시로 오작동을 일으킬 정도였다. 모든 것을 IBM-PC에 걸었기 때문에 만약 제시간에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못하면 회사는 큰 타격을 입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빌 게이츠는 그야말로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빌 게이츠는 회사의 미래를 위한 중대한 선택을 한다. QDOS의 개발자인 팀 패터슨을 스카우트하고, 50만 달러에 시애틀 컴퓨터사의 운영체제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시애틀 컴퓨터사는 QDOS를 자유롭게 판매할 권한이 있었기 때문에 만약 운영체제를 독점적으로 인수하지 않는다면 미래의 마이크로소프트의 이익에 문제가 될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마침 시애틀 컴퓨터사는 팀 패터슨이 회사를 그만둔 다음에 이를 대체할 개발자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시애틀 컴퓨터사는 빌 게이츠의 제안을 단번에 받아들였다. 빌 게이츠의 놀라운 능력 중 하나는 이처럼 미래의 경쟁자들을 사전에 제거한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는 게임의 법칙을 통달한 사람이다. 게임에서 경쟁자가 줄어들면 승리할 확률은 더 커진다. 시장에서 경쟁자들을 없애는 빌 게이츠의 탁월한 능력이야말로 IBM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운명을 가른 것이기도 하다. 


IBM은 작은 규모의 마이크로소프트를 무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에 위협이 되리라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은 자사의 기술력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봤다. 소프트웨어의 힘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의 입장에서도 IBM의 존재는 컸다. 빌 게이츠가 항상 두려웠던 것이 IBM으로부터 내쳐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IBM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다소 무리한 요구라도 들어 주려고 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주도권을 가지기 위해서 노력했다. 1981년 IBM-PC의 발매되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제 MS-DOS로 1,600만 달러의 수익을 얻었다. 이 돈으로 빌 게이츠는 운영체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서 인재들을 대거 영입했다. 또한 IBM 외에 다른 회사에도 자사의 MS-DOS를 판매하려고 했다. 그의 노력 덕분에 여러 회사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를 채택했다. 그중에 IBM을 물리치고 세계 1위의 PC 제조사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컴팩(Compaq)이 있었다. 1983년 1월, 컴팩에서 DOS가 설치된 PC가 발매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빌 게이츠의 탁월한 선택은 운영체제 가격을 낮게 책정했다는 것이다. 원래 IBM-PC의 운영체제는 마이크로소프트 제품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운영체제가 게리 킬달의 CP/M과 너무 유사하다는 소문이 돌자 IBM이 다시 게리 킬달을 찾아갔다. 그리고 게리 킬달의 운영체제를 라이선스받아서 IBM-PC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때의 계약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는 게리 킬달과 생길 수 있는 여러 문제에서 피해갈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게리 킬달은 자신의 운영체제 가격을 240달러로 책정하는 우를 범한다. 결국 40달러에 판매된 MS-DOS만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IBM-PC에서 운영체제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게 된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가 DOS 운영체제로 큰돈을 벌게 되자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IBM은 DOS 운영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제품인 OS/2를 개발하기로 결정한다. 어떻게 해서든 거인 IBM과 함께 일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IBM에게 달려가 OS/2의 공동 개발을 제안한다. 그렇지만 사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들을 자사의 차세대 운영체제로 밀고 있던 윈도우 개발에 집중 투입하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OS/2 개발에 소홀하다고 생각한 IBM은 그들의 이중적인 태도를 비난했다. 그러자 마이크로소프트는 중고급형 컴퓨터에는 OS/2에 적합하고, 윈도우는 저가형 컴퓨터에나 사용될 것이라면서 IBM을 안심시켰다. 빌 게이츠는 OS/2가 DOS 이후 앞으로 가장 중요한 운영체제라면서 OS/2를 극찬하였고, 스티브 발머(현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OS/2가 윈도우 플러스라며 치켜세웠다. IBM 관계자에게는 항상 OS/2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IBM의 기대와 달리 OS/2 개발이 계속 지체되었다. 빌 게이츠는 어느덧 IBM으로부터 독립할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승부사 빌 게이츠는 거인의 등에 올라타서 급격한 성장을 이루고 나서, 이제 그 거인을 쓰러뜨리려는 준비를 차근차근 마련해 나가던 중이었다. 그는 거인의 머릿속에 들어가서 그들의 마음을 읽고 철두철미한 전략을 세웠다. 그 발판은 역시 윈도우였다. IBM과의 공동개발을 포기하고 전격적으로 발표한 윈도우의 발표로 IBM의 운영체제는 표류하게 되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는 승승장구하며 IT업계의 황제가 되었다.  윈도우의 성공 이후 마이크로스프트는 그 어떤 업체도 범접할 수 없는 IT업계의 황제에 등극하게 된다. 그런데 윈도우는 거인 IBM만을 쓰러뜨리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지탱해주던 또 다른 거인 애플마저 쓰러뜨렸다. 윈도우를 통해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천하를 제패할 수 있었던 것은 IBM과 애플 사이에서 적절하게 줄타기를 하며 미래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다음회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을 통해서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살펴보자.


<다음회에 계속됩니다. 오른쪽 카테고리에서 연재글을 확인하세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