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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삼국지(5) 빌게이츠가 실패자를 승진시키는 이유는?




마이크로소프트는 IBM과 애플 같은 거인들을 비롯해 많은 기업과 경쟁 관계에 있었다. 우선 엑셀과 같은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으로는 로터스와 경쟁했다. 프로그래밍 언어 시장에서는 볼랜드(Borland)와 워드 프로그램은 워드퍼펙트와 라이벌 관계에 있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모든 기업들을 윈도우95를 통해서 하루아침에 넉다운시켜 버렸다. 윈도우95가 경쟁 기업을 쓰러뜨리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지만 윈도우95까지 오는 과정까지는 순탄하지 않았다. 윈도우95를 탄생시키기까지의 여정이야말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저력이 숨겨져 있다. 흔히 마이크로소프트를 레드오션의 최강자라고 한다. 이미 절대 강자가 존재하는 시장에 진출해서 기존의 강자들을 차례로 쓰러뜨리고 왕좌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경쟁자들마저 완전히 제거하고 시장 자체를 혼자서 독식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차근차근 상대를 압도하는 방식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예술의 경지를 보여준다. 윈도우만 해도 1.0 버전은 정말 형편없었다. 윈도우1.0은 단순히 형편없었던 것이 아니라 제작도 순탄하지 않았다. 윈도우가 출시될 것이라는 사실을 1983년 11월에 처음 알렸지만 정작 발매는 2년이나 지난 1985년 11월에 이루어졌다. 당시만 해도 2년이라는 기간은 어마어마한 시간이었고 이렇게 오랜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했다. 그런데 막상 내놓은 제품이 형편없다면 포기할 만도 했는데 빌 게이츠는 그렇지 않았다. 윈도우2.0을 내놓았을 때는 윈도우1.0을 무시하던 애플이 이제는 법적인 문제를 생각할 정도로 프로그램의 수준이 향상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윈도우2.0 역시 시장에서 아무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만약 보통 기업이라면 거기서 포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에는 실패에 관대한 문화가 있다. 오히려 일을 망치면 승진을 시킨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네트워크 관리 시스템을 담당했던 러스 시겔맨은 큰 실패를 맛보고 윈도우 마케팅을 담당하지만 번번히 실패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부사장의 자리에 까지 올랐다고 한다.  MS 오피스가 시장의 정상을 차지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엑셀을 개발할 때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1984년 엑셀의 원조격인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에 심각한 오류가 있어서 제품을 전량 회수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담당자가 이같은 사실을 알리자 빌게이츠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그래요? 오늘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25만 달러를 까먹었으니 내일은 좀 더 잘할 수 있겠지요?


-줄리빅(김동헌 역), 『일 잘하는 법,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배운다』, 한언출판사, 2003년, 34쪽.



그리고 빌게이츠는 큰 실패를 만들어낸  제품 담당자를 해고하기는커녕 이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렇게 마이크로소프트는 실수와 실패를 반복해도 오히려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빌 게이츠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때 실패를 하나의 과정으로 보고 있던 것이다. 여기에 바로 빌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의 힘이 있다. 보통 마이크로소프가 내놓는 첫 번째 제품은 형편없기 마련이다. 그래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두 번째 버전을 내놓는다. 두 번째 버전은 첫 번째 제품보다는 좋지만 여전히 형편없다. 하지만 그들은 첫 번째 버전보다 발전한 것에 만족하는 듯하다. 그리고 세 번째 버전에서야 겨우 상대와 비교할 만한 제품을 내놓고 시장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네 번째 버전에서는 상대를 압도하여 시장을 장악하는 일종의 패턴을 가지고 있다.


윈도우 역시 첫 번째와 두 번째 버전은 형편없었지만, 1990년 윈도우3.0이 나오면서 비로소 성과를 얻기 시작했다. 윈도우3.0은 1년 동안 4백만 개가 판매되었는데 이는 애플의 매킨토시가 출시된 후 6년간의 전체 누적 판매량보다도 많은 숫자다. 윈도우3.0이 이토록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데는 MS 오피스의 힘이 컸다. 윈도우3.0을 구입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MS 오피스를 실행하려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MS 오피스가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매킨토시 환경에서 실력을 쌓아 온 결과이기도 했다. 


로터스, 볼랜드, 워드퍼펙트는 IBM-PC를 주력으로 삼았기에 MS-DOS 환경에만 익숙했다. MS-DOS는 텍스트 기반의 운영체제였지만, 윈도우3.0은 그래픽 기반이었기 때문에 개발 방법이 완전히 달랐다. 따라서 라이벌 업체였던 로터스, 볼랜드, 워드퍼펙트가 그래픽 기반의 운영체제 윈도우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서 추락하는 동안 마이크로소프트는 매킨토시에서 축적된 기술력이 폭발하면서 열세였던 상황을 완전히 역전시켜 버린 것이다. 


윈도우3.0이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으면서 쟁쟁했던 경쟁사들을 압도한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이제 남은 상대는 IBM과 애플 두 거인뿐이었다. 그러나 윈도우3.0의 성공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는 더 이상 IBM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IBM을 위해서 OS/2를 억지로 만들 생각이 없어진 마이크로소프트는 IBM과의 운영체제 공동 개발 계약을 전면 취소하고 독자적인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IBM을 완전히 압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제 그들에게 남은 유일한 적수는 애플뿐이 남지 않게 된다.


<다음회에 계속됩니다. 오른쪽의 카테고리에서 연재글을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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