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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삼국지(6)  빌게이츠가 애플을 굴복시킨 절대반지는?






빌 게이츠는 회사가 어떤 결정을 내리고 행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탁월한 감각이 있었다. 특히 빠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은 적절한 타이밍을 잡아내는 데에는 세계 최고 일 것이다. IBM과의 결별이 최고의 타이밍에 이루어진 최고의 선택이었다는 것은 현재 마이크로소프트가 전 세계 IT업계를 지배한다는 사실이 증명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IBM과 결별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윈도우3.0이 많이 팔려서가 아니다. 거기에는 MS 오피스라는 킬러 소프트웨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윈도우3.0과 MS 오피스를 가지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무서울 것이 없었다. 그러나 IBM은 소프트웨어의 힘을 끝까지 간과했다. 그들은 얼마든지 돈을 투입하면 마이크로소프트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1989년 마이크로소프트와 IBM이 OS/2를 공동 개발하면서 IBM은 이미 20억 달러를 사용했다. 독자적으로 OS/2 개발에 뛰어든 후로도 매년 몇억 달러를 들여서 OS/2를 만들었지만 막상 등장한 제품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전혀 몰랐다. OS/2는 분명 기술적으로 진보된 제품이었지만 너무 느렸고 사용하기도 힘들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응용 소프트웨어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운영체제가 뛰어나도 거기에서 돌아가는 응용 프로그램이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제를 만들뿐만 아니라 직접 세계 최고의 응용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업체였다. 아무리 천하의 IBM이라고 하지만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내는 기업을 상대로 바닥부터 다시 만들어 가며 경쟁하기는 어려웠다. IBM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 절치부심하며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지만 몇번의 패전을 거듭한 끝에 급기야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아예 철수하고 만다. 오늘날 개인용 컴퓨터를 뜻하는 PC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회사가 많은 하청 업체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마이크로소프트 때문에 PC 업계에서 사라지는 모습은, 인간에게 자만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는 회사다. 이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힘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를 꿰뚫고 있음을 뜻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 매킨토시의 최대 응용 소프트웨어 제작사였다. 그 이야기는 애플 매킨토시의 운명도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달려있음을 뜻하였다. 컴퓨터와 운영체제가 아무리 훌륭해 봐야 응용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런데 1990년대에 이르자 응용 소프트웨어 중에서 가장 중요한 킬러 소프트웨어는 바로 MS 오피스가 되었다. 이제 MS 오피스는 매킨토시의 생존까지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 소프트웨어로 성장했다. 이 상황을 이용하지 않을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니다. 


1995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상 최고의 모험을 감행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95에 엄청난 개발비를 투입했기 때문에 윈도우95의 성공 유무에 따라서 회사의 흥망성쇠가 결정되는 중대한 일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케팅 비용에만 2억 5천만 달러를 들였다. 당시 미국에서는 언제 어디에서나 윈도우 광고를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다행히도 빌 게이츠의 도박은 다시 한 번 성공했다.


 윈도우95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는 명실공히 세계 IT 업계 제왕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면서 과거 라이벌이라고 했던 기업은 하나 둘 시장에서 퇴출되기 시작했다. 천하의 IBM마저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95를 자사의 컴퓨터에 탑재하기 위해서 각종 굴욕적인 계약을 감수해야 할 정도였다. 윈도우95의 성공은 역시 동시 발매된 MS 오피스의 힘이 컸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95 발매 이후 업그레이드된 MS 오피스를 매킨토시용으로 내놓지 않았다. 이는 매킨토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MS 오피스가 없다면 레포트를 써야 하는 대학생이나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 직장인들을 매킨토시의 고객으로 모셔 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윈도우95의 성공으로 매킨토시의 위기가 왔다고 하지만 MS 오피스야말로 결정타였다. 1994년 이후 마이크로소프트가 매킨토시용 MS 오피스를 내놓지 않자 나중에는 매킨토시 사업에 관심이 없다는 루머까지 돌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매킨토시의 미래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매킨토시 최대의 응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가 매킨토시로 제품을 내놓지 않으니 애플의 미래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늘어났다.


 이는 매킨토시 진영에 대단한 위협이자 공포였다. MS 오피스로 인해서 매킨토시의 활용도가 떨어지고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는 것도 문제였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과거의 경쟁자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매킨토시마저도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시키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까지 해석되었기에 문제는 심각했다. 어느덧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의 매킨토시를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는 위치에 오른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개인용 컴퓨터에서 최고의 킬러 소프트웨어로 칭송 받는 MS 오피스를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997년 부도가 임박하기 직전에 애플에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그가 그토록 미워하고 미학이 없다면서 험담을 늘어 놓았던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만 했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아니면 절대로 할 수 없는 과감한 선택을 한다. 그것은 애플의 보물이자 자랑인 동시에 마이크로소프트에게는 콤플렉스가 되는 맥 OS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맥 OS를 참고해서 윈도우를 만들었기 때문에 항상 온갖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스티브 잡스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있었고 과감하게 그것을 주기로 결심했다. 아무리 굴욕적이라도 애플은 당장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 있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빌 게이츠에게 전화를 걸어서 우리 사이에 해결할 지적 재산권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읍소한다. 스티브 잡스가 하는 말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 빌 게이츠는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스티브 잡스가 빌 게이츠에게 주는 선물은 세 가지였다.


 첫째, 맥 OS에 사용된 고유한 인터페이스와 관련된 지적재산권 문제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자유롭게 해 주고, 둘째는 마이크로스프트가 무단으로 소스를 도용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퀵타임(QuickTime) 문제 역시 타결을 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를 매킨토시의 기본 웹브라우저로 내장해서 판매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에 대한 보답으로 매킨토시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된 MS 오피스를 내놓는 한편 의결권 없는 애플의 주식 1억 5천만 달러를 매입한다.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의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을 살려두기로 결정한 것을 대내외에 알렸다는 사실이다. 당시 애플의 규모로 1억 5천만 달러는 큰돈이 아니었다. 단지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이 살아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는 자신들의 진정성을 시장에 천명하는 행위라는 점이 중요했다. 그리고 MS 오피스는 애플의 부활에 실질적 도움을 줄 도구였다.


스티브 잡스는 1997년 맥월드 보스턴 행사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협력 소식을 대내외에 알렸다. 그런데 그날 연출된 장면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스티브 잡스가 위성으로 빌 게이츠와 연결해서 협상 내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려고 했을 때였다. 무대 뒤편에 마련된 대형 화면으로 빌 게이츠가 나타나자 장내는 잠시 아수라장이 되었다. 박수와 야유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지만, 빌 게이츠는 꿋꿋하게 컴퓨터 업계에 일하면서 매킨토시를 만드는 것은 가장 즐거운 추억이었으며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을 도와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가 고개를 들고 화면 속의 빌 게이츠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은 너무나 처량해 보였고, 대형 화면 속에서 만면에 인자한 미소를 띠고 말하는 빌 게이츠에게는 승자의 여유가 가득하였다. 무대 위의 스티브 잡스와 대형 화면 속의 빌 게이츠는 마치 신하와 황제의 알현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마치 마이크로소프트가 IT 업계의 황제로 등극하는 즉위식과 마찬가지였다. 빌 게이츠의 등장에 충격을 먹고 야유를 보내는 애플 팬들에게 스티브 잡스는 MS 오피스를 원한다면 마이크포소프트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면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경쟁하는 시대가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맥월드 행사가 끝난 그날 몇 년간 폭락을 거듭하던 애플의 주식은 33%나 상승하였다. 1997년, 마이크로소프트는 IT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분명한 황제였고 마이크로소프트의 통치는 영원할 것만 같았다


<다음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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