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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의 실질적인 첫번째 히트작이라고 할 수 있는 워크래프트는 1994년 12월에 발매된다. 이 게임의 성공 유무에 따라서 블리자드의 미래가 달려있었기 때문에 팀원들은 초조하게 대중의 판단을 기다렸다. 처음 워크래프트가 시장에 나오자 사람들의 반응은 듄 크래프트라는 비아냥이었다. 이는 듄2라는 게임을 그대로 베꼈다는 비판을 담고 있었다. 실제로 듄2의 개발자가 워크래프트를 처음 보는 순간 듄2의 거울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할 정도로 비난을 할 정도였다. 


 듄2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시작과 완성을 보여준 명작으로 뽑힌다.  게임웹진에서는 역대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중에서 명작순위를 뽑았는데 여기에 당당히 1등으로 뽑힌 게임이 바로 듄2였다.(스타크래프트가 2위를 워크래프트3가 위를 기록했음) 듄2 이전까지만 해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라고 하면 턴 방식의 시뮬레이션 게임을 뜻했다. 여기서 잠깐 시뮬레이션 게임에 대해서 알아보자. 시뮬레이션이라는 뜻은 현실속의 실제 상황을 가상으로 재현하는 것을 뜻한다. 보통 군사작전에서 적이 쳐들어왔다는 가상의 상황을 만들고서 훈련을 하는데 이럴 때 시뮬레이션 훈련이라고 한다. 


컴퓨터 게임에서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도 사실 군대의 훈련과 깊은 관련이 있다. 가상의 상황일지라도 실제의 사람들을 동원해서 훈련을 하게 되면 엄청난 비용이 든다. 그래서 미국의 국방성에서는 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 훈련을 구축하게 되었다. 그래서 현재 미군들은 실제 전장에서 훈련을 하기 전에 컴퓨터로 구현된 시뮬레이션 환경을 통해서 상황을 숙지한다. 실제로 배틀존이라는 탱크 시뮬레이션 게임은 미국에서 군사훈련용으로 사용되었다. 또한 풀스트럼 워리어라는 군사 시뮬레이션게임은 미국 국방성이 병사 교육용으로 만들었는데 이 게임은 일반인들에게 판매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군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실전 훈련시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컴퓨터로 가상의 상황을 만들어서 훈련하는 경우가 많다. 파일럿들은 실전 비행교육을 받기전에 컴퓨터로 구현한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결국 컴퓨터라는 가상세계안에 현실처럼 세상을 창조하고 사실감있게 상황을 재현하는 게임들은 결국 넓은 의미에서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안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 게임은 다시 소재에 따라서 다시 한번 장르가 분류된다. 연애상황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게임은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이라고 하고 사람의 삶을 실재감있게 재현한 게임을 인생시뮬레이션게임이라고 나누는 것처럼 말이다.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는 인터랙티브 아츠앤 사이언스에서 시행하는 명예의 전당에 미야모토 시게루에 이어서 두번째로 헌액된 시드 마이어에 의해서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F-15 스트라이크 이글로 게임계에 데뷔한 후 비행시뮬레이션 게임의 1인자가 되었고 해적이나 스파이를 소재로한 시뮬레이션 게임을 통해서 게임의 폭을 넓힌 인물로 평가받는다. 특히 그가 만든 문명2는 문명의 기원과 발생 그리고 발전을 소재로 하여 인류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전쟁을 아우르는 최고의 수작으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는 장르를 토대를 확립한 최고의 명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런데 문명2는 체스나 장기 혹은 바둑처럼 한사람이 명령을 다 내리고 나서 턴이 상대방에게 넘어가면 다른편이 명령을 내리는 동안 기다리는 방식을 턴기반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시뮬레이션 게임의 특징은 게임내에 명령을 내리는 그 순간에 과자나 커피를 먹으면서 여유롭게 전략등을 심사숙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매력이었다. 하지만 느림과 기다림의 미학도 이른바 신세대에게는 통하지 않기 시작했다. 상대가 명령을 결정하는 동안 아무 일도 안하고 기다리는 것이 너무나 지루하기 마련이었는데 이때 새롭게 등장한 것이 바로 듄2 였다.  기존의 턴기반의 전략 게임과는 다르게 듄2는 게임속 세상이 실시간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끊임없이 마우스를 움직이면서 우리편의 유닛들을 조종해야 했다. 적들도 마찬가지로 쉴새없이 그들 고유의 행동을 진행하고 유저의 움직임에 반응하였다. 


이러한 새로운 방식의 게임에 열광하였고 당시만 해도 무명이었던 듄2의 제작사도 조금씩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1985년 허름한 창고에서 두명의 프로그래머에 의해서 시작된 웨스트 우드는 교육과 게임을 접목한 키란디아의 전설을 발표해서 조금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듄2의 개발로 이른바 스타 개발사의 반열에 오른다. 또한 웨스트우드의 창업자이자 듄2의 게임크리에이터였던 브렛 스페리(Brett Sperry)는 실시간 전략(RTS:Real Time strategy)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게임사에 영원히 기억될 인물이 되었다.


그런데 게임의 세계라는 것은 인기가 있으면 비슷한 종류의 게임이 쏟아져 나오기 마련이다. 횡스크롤 액션 게임인 슈퍼마리오가 히트를 하자 바람돌이 소닉, 원더보이,페르시아의 왕자,메탈슬러그등 비슷한 게임 방식들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실 블리자드의 첫번째 히트작인 로스트 바이킹은 마리오와 비슷하고 빌로퍼가 첫번째로 참여한 게임인 블랙쓰론은 페르시아의 왕자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그런데 게임 업계는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관례처럼 통용되는 곳으로 단순히 게임방식이 비슷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표절이라고 말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처음 모방작품을 통해서 수익금을 얻으면 그 자금으로 획기적인 게임을 만들어서 신화를 창조하는 곳이 바로 게임계이기도 하다. 최연소로 인터랙티브 아츠앤 사이언스 명예의 전당에 오른 존카멕의 첫번째 게임은 슈퍼마리오를 철저하게 베낀 코멘더 킨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 게임을 통해서 벌어들인 수익을 발판 삼아서 울펜슈타인이라는 세계최고의 FPS(1인칭 슈팅 게임)게임을 창조해냈다. 그는  자신이 창조한 FPS 게임들을 복제하는 동시에 거기에 기술적인 진보를 더한 둠과 퀘이크등을 개발하여 컴퓨터 게임계의 또 다른 전설이 되었다. 


현재 세계최고의 3D 게임 엔진 제작사인 에픽 게임즈의  스위니 역시 슈퍼마리오를 베낀 재즈래빗시리즈로 게임계에 진출했다. 그런데 그를 유명하게 만든 게임도 결국 존카맥이 창조해낸 FPS게임을 참고한 언리얼이었다. 사실 팀 스위니가 처음 언리얼을 들고 나올때만 해도 존카맥이 만든 퀘이크와 많은 비교를 당했고 비아냥도 들어야 했다. 하지만 끊임없는 혁신과 발전을 거듭하면서 언리얼은 퀘이크와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다. 현재 게임의 엔진부분만 생각한다면 퀘이크의 아성을 언리얼의 엔진이 넘어 섰다. 언리얼 엔진은 우리나라에서도 NC소프트의 리니지와 웹젠의 헉슬리에 사용될 정도로 이 분야에서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퀘이크와 언리얼의 경우 처럼 초기에는 게임을 베꼈다는 비판과 비아냥의 소리를 듣지만 결국 끊임없는 혁신을 통하여 라이벌 관계를 이루고 결국에는 원조를 뛰어넘어서 그 장르의 넘버원으로 거듭나는  사례가 컴퓨터 게임계에서는 비일비재하다. 워크래프트 역시 처음 시장에 등장했을 듄2를 베꼈다면서 많은 비판을 듣고 듄 크래프트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지만 결국 두 제작사의 치밀한 경쟁 끝에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의 명가로 살아남은건 듄2의 웨스트 우드가 아니라 워크래프트의 블리자드가 된다.  


간편하고 쉬운 게임을 개발하자


실시간 전략 게임을 부활시켜서 장르를 혁신하고 새로운 재미를 창조하기 위해서 블리자드는 두 가지 차별화를 시도한다. 첫번째는 듄2가 우주를 배경으로 한 만큼 워크래프트는 반지의 제왕과 던전앤 드래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인 환타지를 게임으로 끌어 내기로 결정한다. 두번째는 혼자가 아닌 둘이서 게임을 즐기는 멀티 플레이 기능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핵심 컨셉과 함께 블리자드에서 신경 쓴 것은 가능한 많은 유저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쉬운게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유저들이 게임과 의사소통의 창구가 되는 인터페이스 부분에 특히 신경을 썼다. 매뉴얼을 볼필요 없이 그냥 직관적으로 구성된 아이콘만 클릭하며 유저들이 원하는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듄2는 명령을 내릴 때 Attack 이라는 글자를 찾아서 클릭해야 했지만 워크래프트는 칼모양의 아이콘을 클릭하는 식이다. 글자라는건 한번 눈으로 글씨를 읽고 해석의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그림으로 된 아이콘은 좀더 빠르게 직관적으로 원하는 일들을 선택할 수 있었다. 또한  블리자드는 게임에 문외한인 어머니도 매뉴얼을 볼 필요없이 바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을정도로 쉬운 게임을 만드는 것이 그들의 목표이다.  그래서 그들은 게임방식을 유저들이 자연스럽게 숙지할 수 있도록 첫번째 판을 일종의 학습용으로 제작했다. 첫판은 쉽고 적은 시간 안에 클리어하도록 하는 이러한 방식은 당시의 게임계로써는 매우 혁신적인 아이디어중에 하나였다. 


블리자드가 게임을 개발하는 방식중에 하나는 기존의 게임에서 어떤 명령을 내릴때 세개의 단계를 거쳐야했다면 그것을 하나의 단계로 줄이려는 심플함을 추구한다. 그래서 듄2의 경우 유닛에게 명령을 내릴 때 유저는 우선 원하는 유닛을 마우스로 한번 클릭하고 다시 메뉴에서 해당 명령어를 클릭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워크래프트에서는 그냥 마우스를 클릭한다음에 키보드에서 단축키를 누르는 편리함을 제공했다. 듄2에서는 한번에 한명의 유닛에게만 명령을 내려야 했지만 워크래프트는 네명을 동시에 선택해서 동일한 명령을 내릴수가 있었다. 이는 듄2에 비해서 4배이상의 효율적인 명령체계이다.  또한 듄2의 경우 건물을 지을 때 건설을 선택하게 되면  전체 게임화면자체가 다른 화면으로 전환되어서 건축물을 선택해야 한다. 이는 중간에 게임이 중단되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워크래프트에서는 게임 화면이 전환되지 않고 메뉴에서 즉시 원하는 건축물을 선택해서 건물을 지을수 있게 해놓았다. 듄2에서는 건물을 짓기전에 콘크리트로 지반공사를 해야만 그 다음에 건설을 할 수 있었지만 워크래프트는 콘크리트를 지을 필요가 없이 바로 건물을 지을 수 있었다. 이렇듯 듄2에서는 원하는 행동을 선택하기 위해서 두세번의 단계를 거쳤다면 워크래프트는 한단계로 줄이는 간편하고 편리한 게임으로 진화하였다. 


기계가 아닌 사람간의 대결


워크래프트와 듄2의 또다른 차이점은 백병전과 기계의 싸움이다. 워크래프트는 오크나 휴먼처럼 생명체들의 존재를 강조했다. 이러한 차이로 인하여 건물과 유닛의 비율이 극명한 차이가 들어난다. 듄2에서는 건물크기와 인간의 비율을 실제에 맞추려는 리얼리티를 추구했다. 그래서 인간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매우 작아서 개미가 기어가는 것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워크래프트는 인간의 크기가 건물크기와 비슷할 정도로 큼지막 하다. 그래서 유저들이 유닛을 조종할 때 실제 인간을 조종하는 기분이 들지만 듄2는 작은 개미 한마리를 움직이는것과 같다. 이러한 차이가 전투방식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듄2에서는 사람들간의 전투라기보다는 탱크나 비행기등의 첨단 기계간의 싸움이 되어버렸다면 워크래프트는 도끼와 칼을 든 인간과 오크의 전투가 되었다. 


그밖의  새로운 재미요소들


워크래프트는 듄2에 비해서 훨씬 빠른 속도로 유닛이 움직이고 건물을 빨리 지었다. 이 덕분에 워크래프트는 박진감과 액션감을 더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듄2의 문제중에 하나는 실시간 전략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반응과 이동 속도가 너무 느렸다. 오죽하면 블리자드에서 게임을 잘 모르는 마케팅 관계자는 듄2를 턴기반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인줄로만 알았다. 이에 빌로퍼는 한참을 웃으며 워크래프트의 컨셉은 듄2에 환타지와 네트워크를 접목한 게임이라고 설명을 해주었다고 한다. 음악에서도 역시 큰 차이가 있었다. 사실 빌로퍼가 음악가로 블리자드에 입사를 했지만 블랙쓰론이후로는 음악작업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프로듀서로써 음악작업에 관여했다. 덕분에 블리자드는 음악에 있어서만은 항상 최고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워크래프트에 있어서도 듄2와는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듄2에는 사람의 목소리나 기계의 움직임등의 사운드는 좋지만 문제는 배경음악이 잘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게임을 하다 보면 너무 고요하고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비해서 워크래프트는 게임 분위기에 딱맞는 리듬감 있는 배경음악 덕분에 한층 더 게임에 몰입할 수 있다. 또다른 차이점 중에 하나는 종족별 유닛의 차이다. 듄2에서는 세종족이 등장하지만 건설하는 건축물이나 유닛이 똑같다. 다만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으로 색깔만 다를 뿐이다. 이에 비해서 워크래프트는 휴먼과 오크의 대결을 그린 만큼 완전히 다른 모양의 유닛이 등장했다. 다만 그래픽적으로는 완전히 다르지만 대부분 기능은 비슷했다. 


블리자드가 최초로 직접 유통까지 관여한 워크래프트1은 94년 11월에 발매되어 모두 10만장을 판매하면서 오늘날 성공의 발판이 되었다. 듄2는 실험적인 작품으로써가 의의가 있다면 워크래프트는 이의 대중화에 일조를 하기 위해서 제작된 작품이었던 만큼 실시간 전략 게임의 시장을 넓히는데 일조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블리자드 이야기는 다음에도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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