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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IT 산업을 변화시킨 것 만큼이나 애플은 디자인분야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연 애플 2의 성공은 컬러그래픽이라는 기술적인 요소도 있었지만 PC역사상 최초로 케이스에 플라스틱을 사용한 덕분에 가전제품처럼 누구나 친근함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애플2의 성공 이후 컴퓨터 업계는 너도나도 컴퓨터 케이스에 플라스틱 소재를 채용하기 시작하였다. 매킨토시는 이후 이른바 스노우 화이트라는 독창적인 디자인방식을 채택하였다. 스노우 화이트는 본체의 형태, 컬러, 서체, 소재, 제작방식등 필요한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담은 애플만의 디자인 방식이다. 스노우 화이트 디자인으로 제작된 애플의 제품들은 격찬을 들었고 컴퓨터 업체는 이번에도 애플의 디자인에 영향을 받았다. 스노우 화이트는 디자인의 교과서로 통하면서 개인용 컴퓨터 업계 전체에 깊은 영감을 주었다. 

 

그런데 한 시대를 풍미하던 스노우 화이트 디자인을 깨고 새로운 시대를 연것도 바로 애플이다. 97년에 등장한 아이맥은 사탕을 연상케하는 푸른빛에 투명디자인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아이맥의 성공으로 애플은 부활찬가를 부를 수 있었고 이른바 투명 디자인은 IT 업계뿐만 아니라 전체 업계에 누드 디자인을 유행시켰다. 애플의 디자인 파워는 휴대용 기기 시장에 진출하면서 더욱 강력해졌다. 컴퓨터는 집에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디자인을 다른 사람에게는 제품을 자랑할 수가 없다. 하지만 아이팟과 아이폰은 휴대용 기기로 가방이나 지갑처럼 항상 가지고 다니는 물건이다. 그래서 아이팟과 아이폰은 보석처럼 아름다운 디자인 덕분에 가방이나 지갑처럼 패션아이템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아이폰과 아이팟의 훌륭한 디자인은 애플이라는 브랜드가 명품으로 인식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렇게 애플이 디자인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역시 스티브 잡스가 디자인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디자인에 전폭적인 후원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제품을 만들 때 철저히 디자인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실제로 스티브 잡스는 디자인이란 사람이 만들어낸 창조물의 근본적인 영혼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집착한다.  다른 회사들은 제품의 겉면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지만 스티브 잡스는 디자인에 대해서 정말 진지하게 생각한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디자인은 참 재미있는 단어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디자인을 단순히 제품의 외형 정도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사실은 제품이 어떻게 작동하느냐를 의미하는 것이죠. 맥의 디자인은 단순히 외형만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물론 외형을 포함하기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작동 방식입니다. 정말로 디자인을 잘하고 싶다면 여러분은 이것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즉 제품의 본질에 완벽하게 통달해야만 합니다. 겉핥기가 아니라 완벽하게 제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열정적으로 헌신을 다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일에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지요. “


- 스티브 잡스, 1996년 <와이어드> 인터뷰 중에서 


스티브 잡스는  디자인을 단순히 제품의 겉모습 정도로 생각하지 않는다. 위에 말대로라면 스티브 잡스에게 디자인이란 제품의 본질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애플의 제품 개발 방식은 디자인팀을 중심으로 해서 돌아간다.  이는 애플과 다른 회사의 가장 중요한 차이이기도 하다. 스티브 잡스는 디자인팀의 조너선 아이브와 매일 만나서 제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스티브 잡스와 조너선 아이브가 서로 만나서 대화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스티브 잡스와 조너선 아이브를 일컬어 자이브(Jives) 라는 별칭으로 부를 정도다. 


애플의 전 CEO였던 존 스컬리는 Cult of Mac과의 인터뷰에서 디자인에 대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차이에 대해서 들려준 적이 있다. 존 스컬리의 지인이 업무차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본사를  방문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디자이너들이 나타났는데 거기 모여있던 사람들이 순간 대화를 멈추었는데 이는 디자이너들이 애플이라는 조직에서 가장 존중받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애플에서는 스티브 잡스가 디자이너들과 직접 대면하면서 일을 하는데 이렇게 스티브 잡스처럼 CEO가 직접 디자이너의 보고를 받는 회사는 유일할 것이라고 존 스컬리는 설명한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과는 달랐다고 한다. 존 스컬리의 지인이 마이크로소프트를 방문해서 회의를 하는데 참석한 사람중에 디자이너는 단 한명 도 없었고 오직 기술을 다루는 사람들이 모여서는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토론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존 스컬리는 이러한 방식은 재앙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애플처럼 회사의 최상부에서 디자인을 다루지 않으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무리 훌륭한 사람을 채용해봐야 관료주의에 의해서 묻히게 되어있다고 말한다. 관료주의에 의해서 중간에 결재를 하지 않는 간부가 있기 마련이고 결국 제품은 타협의 산물이 되기 때문이다. 


애플의 새로운 라이벌로 부각되는 구글 역시 디자인에 대해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별반 다를바 없다. 구글은 창업한지 7년동안 교육을 받은 정식 디자이너가 없었다. 그리고 정식으로 교육받은 디자이너로 더글라스 바우만(Duglas Bowman)이 고용되지만 구글이 디자인에 접근하는 방식에 거부감을 느끼고 3년만에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그에 의하면 구글은 회사 전체가 엔지니어로만 가득차 있어서 구글은 어떤 문제를 공학적으로 풀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각 문제들은 단순한 논리문제로 간략화해서 결정해 버리기 때문에 모든 주관성은 배제하고 단순히 데이터로만 본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모든 의사결정에서 지나치게 의존하다보니 정작 대범한 디자인을 결정하는데 장애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결국 구글의 디자인 환경에 지쳐버린 그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스티브 잡스는 디자이너들이 제품 개발을 주도할 수 있도록 회사의 제품 개발 프로세스 자체를 통합적으로 운영한다. 이는 전통적인 개발방식과는 거리가 먼것으로 디자인과 하드웨어 그리고 소프트웨어팀이 함께 모여서 동시다발적으로 한번에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렇게 스티브 잡스가 통합적인 작업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컨셉트카로부터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모터 쇼에서 정말 멋진 디자인을 자랑하는 차들이 막상 4년후에 실제 제품으로 출시되고 나면 매우 형편없어지는 경우가 있다. 


분명 멋진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고 승리가 눈앞에 있던 회사가 패배하고 마는 이유를 스티브 잡스는 단계별 작업 방식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들이 정말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지고서 엔지니어에게 가지고 가면 이를 본 엔지니어들은 이런건 불가능한 것이라면서 자신들은 할 수 없다고 부정적으로 말한다. 이때부터 상황은 나빠지기 시작한다.  제조를 담당하는 사람에게 찾아가면 또 그들은 이런건 만들수 없다고 답하게 되고 제품 디자인은 더욱 나뻐진다는게 스티브 잡스의 생각이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는  컨셉트카와 같은 고질적인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 처음부터 모든 부서들이 깊은 협력을 맺을 수 있는 통합적인 작업 프로세스를 마련한 것이다. 


개발단계에서부터 디자인팀이 주도적으로 개발을 이끌어 갈수 있도록 힘을 주는 동시에 스티브 잡스는 디자이너들이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디자이너들은 업계평균의 50%가 넘는 액수인 20만달러를 초임으로 받고 있다. 최첨단의 값비싼 장비를 갖춘 애플 디자인팀은 회사 캠퍼스 내부 깊숙한 곳에 위치하였는데 디자인실은 애플직원들도 함부로 들어갈수 없는 독립성이 보장된 공간이다. 애플의 디자인팀은 외부의 간섭이 철저히 배제되었기 때문에 애플이 아니라 소규모 디자인 회사에 있는 분위기를 가지게 되었다.


애플 디자인팀이 아이디어를 얻는 원천은 소재에 있다. 조너선 아이브는 디자인을 공부할 때는 3차원 기술에 의존하지 말고 직접 재료를 이용해서 무엇인가를 만들어봐야 한다고 말한다. 소재를 충분히 이해하면 제품구조의 틀도 잡힌다는 조너선 아이브를 비롯한 애플의 디자인팀은 소재에 대해서 끊임없이 연구를 하고 실험을 하면서 소재를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실제로 애플은 플라스틱, 알루미늄, 유리, 티타늄, 마그네슘, 폴리카보네이트등의 각종 소재를 활용해서 애플만의 독특한 디자인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아이맥은 플라스틱을 사용해서 고급스런 반투명 케이스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애플의 노트북 역시 알루미늄을 활용한 디자인이다. 애플은 하나의 알루미늄을 가공하여 그안에 부품을 넣는 혁신적인 제조 공법이다. 애플은 알루미늄을 사용함으로써 얇고 고급스러우면서도 튼튼한 노트북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알루미늄 하나로 노트북을 만들기 때문에 환경오염도 막을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애플 디자인팀 마이클 룹에 의하면 애플 디자인을 결정할 때는 실제와 똑 같은 실물 모형을 만든다고 한다. 실물모형을 만들기 위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지만 애플은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완벽한 실물모형을 만든다는 것이다. 애플의 디자이너들은 아무런 제약없이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을 실물 모형으로 10개를 만든다. 10개의 실물 모 형중에서 몇 개월에 걸쳐서 3개의 형태로 압축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1개의 디자인을 선택하게 된다.  디자이너들은 매주 두종류의 회의에 참석하게 된다. 하나의 회의는 브레인 스토밍으로 불리우는데  아무런 제약도 없고 자유롭게 무엇이든지 말할 수 있다. 이때는 개발자들이 미친 아이디어들을 내놓는다. 이와는 별도로 브레인 스토밍과는 반대되는 제작회의가 있다. 제작회의는 브레인 스토밍 회의에서 나온 터무니 없는 아이디어들을 어떻게 현실화할 수 있는지를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이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된다. 


디자이너들은 단순히 아이디어만 내놓는 집단이 아니다. 이 부분도 애플과 다른 회사의 가장 중요한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디자인 컨셉이 결정되고 나면 직접 공장을 방문해서 자신들의 디자인이 현실화 될 수 있도록 제조공정을 직접 주도한다. 다른 회사는 기존에 있는 제조라인에 맞춰서 디자인을 하지만 애플은 기존의 제조설비에 구애받지 않고 디자인을 결정하고 나면 제조라인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조너선 아이브를 스카우트하였고 한때 애플 디자인팀을 이끌었던 로버트 브루너에 으하면 애플 디자이너들이 아이디어를 생각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의 순수한 디자인 업무에 들어가는 시간은 10퍼센트에 불과하고 나머지 90%는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한 제조공정에 힘을 쓴다. 디자인 팀원들은 몇주일씩 공장에 상주해서는 제조상황을 검토하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노력한다. 애플 디자인팀은 아이맥의 투명하고 고급스런 플라스틱을 구현하기 위해서 사탕봉지를 만드는 공장을 방문해서 공부했다. 


까다로운 공정을 가진 아이맥을 대량생산하기 위해서 아시아 파트너들과 몇 달을 함께 보냈다. 2001년 티타늄으로 만든 최초의 컴퓨터를 선보일때는 조너선 아이브와 디자인팀들은 샌프란시스코의 한 창고에서 6주일동안 디자인을 하고서는 제조업체와 협상하기 위해서 직접 아시아로 출장을 갔다. 아이팟은 하나의 제품에 두가지 소재가 자연스럽게 결합된듯한 느낌으로 고급스러움을 더 했는데 이는 하나의 면에 여러가지 색상을 합치는 더블샷이라는 제조공법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더블샷은 기존에 없는 새로운 공법이었다. 더블샷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애플이 여러 해동안 주형기법을 연구해온 결과이다. 더블샷 공법은 아이팟에 적용하기 힘들었지만 디자인팀은 투명플라스틱에 만든 여러 제품으로 끊임없이 실험한 끝에 겨우 성공할 수 있었다.



애플 디자인의 완성은 결국 스티브 잡스이다. 디자이너들이 만든 결과물을 꼼꼼하게 검토하고 디자이너들이 더 나은 결과물을 내놓도록 끊임없이 압박하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좋은 디자인이 아니라 위대한 디자인을 원한다. 비록 스티브 잡스가 직접 선하나 그리지 않지만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하게 포착하는 미적인 감각을 갖추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이런 감각은 하루이틀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정식으로 디자인을 배우지 않았지만 이미 매킨토시를 개발할 때는 독학을 통해서 산업 디자인 용어에 익숙해져 있었다. 리드 컬리지에서 서체디자인을 공부했던 그는 출력 인쇄물의 서체와 색상을 미친 사람처럼 탐구하였고 한때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을 공부하기도 했다. 프랭크 로이드 같은 건축가를 꼼꼼히 연구하면서 자신의 미적감각을 발전시켰다. 물론 35년을 넘게 현업에 근무하면서 디자이너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다양한 제품을 완성하고 성공시킨 경험만큼 값진 것은 없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성공이 오늘날 보여주는 교훈은 너무나 자명하다. 디자인이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기획자가 직접 그림을 그릴 수는 없어도 디자인의 가치를 이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좋은 디자인과 그렇지 못한 디자인을 구분할 수 있는 미적인 감각을 가져야 한다. 정말 스티브 잡스처럼 되고 싶다면 디자이너가 구사하는 전문적인 용어를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지식을 쌓아야 할 것이다.



<애플2로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개척하고  매킨토시로 그래픽 기반의 운영체제 시장을 열었으며 레이저 라이터로 전자 출판혁명을 일으켰으며  토이스토리로 3D영화 시대를 창조하더니 아이팟으로 음악시장을 송두리째바꾸었고 아이폰으로 휴대폰의 혁신을 일으키고 아이패드로 다시한번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낸 스티브 잡스를  위대한 기획자의 측면에서 분석한 "기획의 신 스티브 잡스" 이야기는 다음에도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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