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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구글과의 경쟁에서 자존심을 구긴 마이크로소프트이지만 아직 그들에게는 역전의 기회가 있다. 바로 2009년에 체결된 야후와의 검색 제휴 때문이다. 앞으로 야후는 10년간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엔진을 사용하는 대신 야후 사이트에서 발생한 검색 광고 매출의 88%를 마이크로소프트에 지불하기로 했다. 구글이 야후에 검색엔진을 제공해서 급속한 성장을 이루었듯이 마이크로소프트는 야후와의 제휴를 통해서 새로운 도약을 노리고 있다. 야후가 회사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자체 검색엔진을 포기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하게 된 과정을 보면 역시 명불허전 마이크로소프트의 저력이 살아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다시피 구글과의 검색 전쟁에서 하염없이 자신의 영토를 빼앗기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역전의 카드로 야후를 446억 달러에 인수하겠노라고 선언한다. 이에 대해서 야후보다는 구글이 먼저 반응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적대적으로 야후를 인수하게 되면 웹 포털을 독점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대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히려 인터넷 검색과 광고를 지배하는 것은 구글이라면서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이후로도 각각 운영체제와 검색을 독점하고 있는 두 업체가 서로 독점욕을 비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계속된다).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야후는 446억 달러가 저평가된 금액이라며 거절했다. 그에 대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답변은 적대적 인수라도 불사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고 야후는 협상 결과에 따라서 더 비싼 몸값에 팔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야후의 제리 양은 기업 역사에 남을 오판을 저지르고 만다.


IT 역사를 보면 경영자의 그릇된 판단 하나가 회사의 흥망성쇠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많다. 이를테면 IBM이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독점적 판매권이 아니라 라이선스 방식으로 운영체제를 사온 것이나 애플이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매킨토시의 인터페이스 사용을 허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제리 양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하면서 바로 그런 실수를 하였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제리 양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최대한의 이익을 뽑아내는 저력을 보인다.


두 회사 간의 치열한 협상 끝에 마이크로소프트는 당초 제안한 446억 달러에 50억 달러를 추가하기로 하였는데 제리 양은 그마저도 거절한다. 그러자 야후를 그렇게 원하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제리 양에게 메일을 보내서 야후 인수를 철회하겠노라고 선언하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다급해진 제리 양이 인수 협상은 언제든지 열려 있다면서 떠나 버린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수 철회 이틀 만에 야후의 주식이 15%나 폭락한 데다 인수 협상이 3개월이나 지속되면서 주주들과 직원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었다.


협상의 주도권은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넘어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야후에게 인터넷 검색 사업부분만 인수하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한다. 몇 개월간의 인수 협상으로 야후를 자중지란의 혼란상태에 빠뜨려 놓은 마이크로소프트는 빚을 지며 거액의 돈으로 야후를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알짜배기 핵심 사업만 빼오는 전략으로 궤도를 수정한다. 한편 야후의 주식이 폭락하면서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Carl Icahn) 같은 주주들의 분노가 커졌기 때문에 제리 양에게도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결국 6월에 제리 양은 마이크로소프트 대신 야후에서 검색을 하면 구글의 광고를 보여주는 협약을 맺었는데, 이 선택은 최고의 악수를 놓은 것과도 같았다. 야후가 구글과의 제휴를 발표하자 야후의 주식이 4% 급락한 데 비해서 구글의 주식은 2.3% 상승하면서 남 좋은 일만 시켜줬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점차 핵심 임원들도 줄줄이 회사를 떠나면서 야후 위기론이 본격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사실 구글과 야후의 제휴가 반독점법에 위배될 위험이 있다는 건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시나리오였다. 


구글은 이미 시장을 독점하고 있고 거기에 야후는 2위이다. 이런 두 회사가 제휴를 하게 되면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게 되는데 당연히 독점법 시비에 걸릴 수밖에 없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구글과 야후의 제휴 소식이 들렸을 때 반독점법에 어긋난다고 경고한 적이 있다. 만약 반독점법에 의해서 구글과 맺은 제휴가 깨지게 된다면 야후에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것은 너무나 자명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제리 양이 구글과의 제휴를 선택했다는 것은 불과 몇 개월 후에 닥칠 위험을 스스로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야후는 분명 마이크로소프트가 넘어서야 할 경쟁자였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인수 협상만으로도 야후를 자중지란 상태로 빠뜨려 놓는 괴력을 발휘했다. 2008년 10월 9일, 야후는 주식이 8% 폭락하면서 2003년  이래 최저가를 기록한다. (2008년 10월 8일 5.6%의 의 주식이 폭락한 야후는 2003년 여름 이래 주식이 최하가를 기록한다 )그리고 운명의 11월 야후는 구글로부터 청천 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 듣는다. 


구글이 야후와의 검색 광고 제휴를 철회하기로 한 것이다. 두 회사의 제휴 이후 법무부에서 반독점법과 관련한 조사를 시작하자 법적인 시비가 일어날 가능성을 염려한 구글의 결정이었다. 사실 구글의 입장에서 보면 야후와의 제휴는 깨져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야후와 제휴를 통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수를 몇 개월이나마 저지할 수 있었고 엄연한 경쟁자인 야후의 힘은 확실히 빼놓았기 때문이다.


구글의 발표가 나오자 야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다급해진 제리 양은 야후야말로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최고의 선택이라면서 다시 협상을 재개하자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리고 자신이 존경하는 CEO가 스티브 발머라는 아부성 발언까지 한다. 하지만 정작 스티브 발머는 야후에 관심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제리 양과 협상할 이유가 없었다. 사실상 야후는 독자적인 생존이 의심되는 상황이었고 다른 회사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더구나 구글과의 제휴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대안은 마이크로소프트밖에 없었다. 야후는 완전히 갈 길을 잃었고 이제 모든 주도권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차지하고 있었다. 이제 마이크로소프트는 조용히 기다리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최대한 유리한 조건에 가져오면 되는 것이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제리 양도 더 이상 회사에서 버티기는 힘들었고 결국 전격적으로 사퇴를 발표한다. 그리고 두 달 후 야후는 회사 역사상 최초로 여성 CEO인 캐롤 바츠(Carol Bartz)를 영입한다. 캐롤 바츠는 컴퓨터 그래픽 소프트웨어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오토데스크(Autodesk)의 사장을 역임하며, 3억 달러에 불과하던 매출을 15억 달러로 증가시키고, 주가는 8배나 상승시키면서 경영 수완을 인정받은 인물이었다. 


캐롤 바츠가 야후에 온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상 관련 루머들이 다시 떠돌기 시작했다. 2009년 3월 스티브 발머는 공개된 자리에서 야후와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올 것이라면서 협상 재개에 대한 소망을 밝혔다. 또다시 마이크로소프트가 협상의 불씨를 살려놓았지만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결국 캐롤 바츠는 비장의 카드를 던졌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야후 전체를 인수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이해한다면서 검색 부문만이라도 매각할 의사가 있다고 공개 인터뷰에서 밝힌 것이다. 검색 부분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야후에서 원하던 알짜 사업이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빙을 2009년 6월 3일에 내놓은 며칠 후 캐롤 바츠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일을 잊으라면서 두 회사 간의 제휴가 필요 없다는 듯한 발언을 한다. 그때 야후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들렸으니, 빙의 점유율이 야후를 제쳤다는 것이었다. 인터넷 조사업체 스탯카운터가 2009년 6월 4일 발표한 검색 점유율 조사에 따르면 구글이 71.99%로 1위를 차지했고, 빙이 15.64%로 2위, 야후가 10.32%로 3위를 차지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빙을 출시한 이후 8천만 달러에서 1억 달러에 이르는 거액의 마케팅을 쏟아 부으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장 점유율에서 야후를 앞서나가자 이 소식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빙의 맹활약에 긴장한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직접 나서서 최고 전문가들과 함께 구글 검색엔진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작업에 뛰어들 정도였다. 스티브 발머는 검색 사업에 5년간 5~10%를 투자하겠노라고 큰소리쳤다. 매년 9억 달러에서 18억 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계속해서 투자하곘다는 대담한 발상이었다. 빙의 검색 시장 점유율이 꾸준히 오르자 야후는 불안감을 느꼈다. 빙의 출시 직후 부정적인 발언을 늘어놓았던 캐롤 바츠는 빙이 칭찬을 받을 만한 우수한 제품이라면 종전의 발언을 뒤집었다. 그리고 불과 10여 일도 지나지 않아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야후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제휴 문제를 전격 타결한다. 


협상 내용은 야후의 검색엔진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빙을 채택하는 대신 야후는 자사 사이트에서 발생하는 검색 매출의 88%를 가져간다는 것이었다. 야후는 마이크로소프트를 검색시장에서 확고부동한 2위로 만들어 주기 위해 포털의 자존심이라고할 수 있는 검색엔진을 양보하였지만 정작 그들이 얻는 것은 자사의 사이트에서 검색이 발생할 때 생기는 수익을 챙기는 게 전부였다. 누가 봐도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이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야후가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를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방책이었다고 분석했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의 위압감 때문에 기술 기업이 아니라 미디어 기업으로 포지셔닝한 야후가 또다시 마이크로소프트에 백기투항한 격이었다. 분명 마이크로소프트는 필요에 의해서 야후를 거액에 인수하려고 했을 뿐인데 마이크로소프트의 강력한 존재에 겁을 먹은 야후는 자중지란에 빠졌고 어느덧 야후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니면 살 수 없는 회사처럼 마이크로소프트에 목을 매게 된 것이다. 결국 야후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스스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 주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는 공포감은 처음은 미약했지만 결국은 찬란한 승리를 거두는 화려한 역사 그리고 그들의 놀라운 수익률에 기반한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인수 합병전에서 야후가 밀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싫었던 야후 경영진들은 인수당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에게 회사를 맡기려 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에게 최대 이익이 되는 알짜배기만을 원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검색엔진에 5년간 회사수익의 5%에서 10%를 쏟아붓겠노라고 밝히는 상황이니 결국 경쟁에서 질 것은 뻔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바로 이런 기업이다. 당장 돈이 안 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윈도우와 MS 오피스로 벌어들이는 어마어마한 돈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듯이 돈을 투자하는 무지막지함이 있다. 그런 마이크로소프트의 물량 공세에 버틸 수 있는 기업이 도대체 몇이나 될까? 필자는 지금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적수 혹은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며 경쟁할 상대는 이번 장에서 설명한 구글 그리고 다음 장에서 만나게 될 애플 정도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 소프트의 천하 삼분지계를 다룬 IT 삼국지 이야기는 다음에도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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