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스티브 잡스는 미래를 위해 음악 산업을 구했습니다. 우리는 광고를 하지 않습니다만 애플의 캠페인에는 동참합니다.


- 록 밴드 U2의 드러머 래리 뮬런, December 23, 2004 <The Irish Times>






 애플처럼 창조한다는 것 (30)


세상은 생태계를 창조하는 기업과 이미 창조된 생태계에서 살아가는 기업, 두 개로 나눌 수 있다. 생태계를 창조하는 기업은 마치 창조주처럼 생태계를 통치하며 세금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기업이라는 먹이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를 차지할 수 있다. 애플의 역사를 볼 때 놀라운 것은 혼자서 모든 것을 독식한다는 회사의 이미지와는 달리 생태계를 창조하기 위해 탁월한 길잡이 역할을 해왔다는 점이다.


애플2 컴퓨터 이전만 해도 소프트웨어 산업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프트웨어만으로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세계 최초의 스프트레드시트 프로그램인 비지칼크의 등장 덕분이었다. 비지칼크가 애플2로 처음 등장한 배경은 댄 필스트라에게 스티브 잡스가 할인가로 애플2 컴퓨터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하버드대학교 비즈니스 스쿨에서 공부하던 댄 브리클린은 컴퓨터를 이용한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는, 댄 필스트라에게 애플2 컴퓨터를 빌린다. 그리고 스티브 워즈니악이 작성한 베이직으로 비지칼크의 데모를 만든 후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한다. 나중에는 애플의 마이크 마큘라가 여러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개발된 비지칼크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이라는 명성을 얻으며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비지칼크 이후 애플2는 개인용 컴퓨터 시장의 확실한 주도권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때 애플은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팔게 한다는 절대불변의 교훈을 얻게 된다.


하지만 리사를 개발할 때 애플은 소프트웨어마저도 혼자서 독식하려는 야망을 가졌다. 애플 내의 소프트웨어 개발팀은 소프트웨어가 시스템을 판다.’는 표어까지 만들면서 열심히 소프트웨어를 만들었지만 한계는 분명했다. 외부 소프트웨어 개발사의 도움 없이 혼자서 응용프로그램 을 만들어서는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 리사의 끔찍한 실수에는 비싼 가격 등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소프트웨어의 부재 역시 한몫을 했다.


이런 경험을 한 스티브 잡스가 매킨토시를 개발할 때 중점을 둔 부분은 소프트웨어 업체의 협력을 얻는 것이었다. 소프트웨어 업체와 상생해야만 매킨토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직접 개발사를 방문해서 매킨토시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도록 적극 설득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였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애플이 만들어 놓은 애플2 컴퓨터를 통해 많은 소프트웨어를 판매했고, 덕분에 높은 수익을 얻고 있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가 협력관계를 맺기 위해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직접 찾아갔을 때만 해도 여전히 애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벤처회사에 불과했다. 스티브 잡스의 적극적인 설득으로 매킨토시를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합의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의 도움으로 개발력을 증대시킬 수 있었다


1985년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장 많이 돈을 번 플랫폼이 매킨토시였을 만큼 두 회사는 서로 윈윈하며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포토샵으로 유명한 어도비와 전자출판의 강자 쿽(Quark) 같은 유명 소프트웨어 업체도 애플과의 협력을 통해서 급성장을 이룬 회사들이다.



애플은 매킨토시 출시 이후 아예 에반젤리스트(Evangelist)를 두고서 개발사들을 적극적으로 자사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했다. 에반젤리스트는 회사의 정책과 기술을 외부에 알리는 전도사들을 뜻하는데, 이들은 일반 대중에게 애플 브랜드를 알리는 일도 했지만 개발사들과의 관계증진을 위해서 힘을 쏟았다. 에반젤리스트는 직접 개발사를 방문해서 매킨토시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설득하였고, 나중에는 회사의 개발정보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공유하였다. 매년 6월 새로운 아이폰을 공개해서 더욱 유명해진 WWDC도 사실은 World Wide Developers Conference의 약자로 전 세계 개발자들을 모아서 서로의 기술을 공개하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 애플이 1983년부터 개최한 이벤트다.


1995년 애플 내부에는 외부 개발자 관리팀이 있었는데 300명의 조직이 7,500만 달러의 예산으로 전 세계에 퍼진 12,000개의 독립적인 개발자들을 서포트해 주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킨토시 판매량이 급락하자 개발사들 역시 애플을 외면한다. 결국 애플은 소프트웨어가 없으니 하드웨어가 더욱 팔리지 않는 악순환에 빠졌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돌아와서 한 일 역시 외부 소프트웨어 업체와의 관계회복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어도비의 창업자 존 워녹과 쿽의 최고기술책임자인 톰 길에게 전화를 해서 어떻게 하면 애플이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물었고,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결국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가 좌우하는 시장이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팔게 하는 만큼 애플 역시 소프트웨어 개발에 힘을 쓴다. 하지만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애플이 자체적으로 몇 개의 응용프로그램은 만들지만 세상 모든 사람을 충족시킬 정도의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드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태계를 창조해서 소프트웨어 업체로부터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애플이 생태계를 창조하여 성장시키는 모습은 아이폰의 앱스토어에서 극대화된다. 애플이 공개한 개발도구를 이용하면 누구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으며, 유통비용에 대한 부담 없이 전 세계인을 상대로 프로그램을 팔 수 있다는 성공 모델을 만들어낸 것이다. 앱스토어는 개발자들에게 꿈의 엘도라도가 되었다. 그래서 서부개척 시대처럼 개발자들의 골드러시 열풍이 일어났다. 그리고 실제로 수많은 부자들이 탄생했다.


에단 니콜라스라는 30살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두 아이를 가진 가장이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살고 있는 집까지 팔아야 했다. 그는 출근하기 전과 퇴근 후에 아이슛(ishoot)이라는 게임을 개발했다. 그리고 이 게임을 앱스토어에 올리자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한 달 동안 60만 달러를 벌었고, 어느 날은 다운로드 수가 17,000회에 이르면서 하루 만에 37,000달러까지 벌었다. 그는 아예 다니고 있던 직장인 선마이크로시스템즈를 그만두고 회사를 창업했다. 그는 집에서 아이들을 보면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게 된 것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다. 애플 앱스토어의 성공에 대해서 가장 놀란 사람은 프로그램을 제작한 개발자 자신이다. 페이크 콜은 회의라든가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는 곳에서 가짜로 전화가 온 것처럼 꾸며 그 자리를 피하게 만들어주는 단순한 프로그램이다. 이 간단한 프로그램을 앱스토어에 등록했는데 무려 25만 건의 다운로드가 기록되었고, 개발자는 173,200달러의 수익을 얻었다고 한다. 이렇듯 기대도 못한 높은 수입에 개발자도 놀라는 공간이 바로 앱스토어다.


앱스토어의 위대함은 이른바 연약한 포유류도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실 PC시장은 공룡들의 각축전이고, 개인의 능력보다는 회사의 기득권에 성패가 달려 있다. 이제 뛰어난 기술과 제품으로 승부를 보는 시대가 아니라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회사의 영향력 아래서 승자와 패자가 결정 나는 상태라는 말이다. 게임만 해도 EA나 액티비전 같은 회사가 다 장악하였고, 사무용 프로그램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공룡이 존재하는 이상 소규모 회사들이 설 땅은 없다. 개발자의 삶도 결국 자신이 소속한 회사에 의해서 결정 난다. 개발자로서 뭔가를 새롭게 만들고 싶어도 그런 모험마저 허용되지 않는 게 PC시장이다. 이미 공룡들만의 생태계가 된 PC시장과는 다르게 앱스토어는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로 연약한 포유류가 억대의 돈을 벌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애플은 아이팟과 뮤직스토어를 통해 음악 생태계를 구축했고, 아이폰과 앱스토어로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창조했다. 그리고 지금은 아이패드를 통해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문과 잡지 등을 한곳에 모아 미디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전통적인 언론 미디어들은 IT기업들에게 일종의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자신들의 영광스런 날들이 인터넷의 등장으로 종말을 고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IT기업들은 언론사들의 날카로운 비판을 받기 쉽고, 협력을 얻기가 힘들다.


아이패드는 달랐다. IT기업을 마땅찮게 여기는 인물로 세계적인 언론 재벌인 루퍼트 머독은 아이패드는 뉴스를 위한 최고의 플랫폼이라며 극찬했다. 언론사들은 자신들의 구세주로 아이패드를 서슴없이 지목하였고, 개발단계부터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이는 애플이 아이팟으로 음반사를, 그리고 아이폰으로 컴퓨터 개발자들에게 돈을 벌게 해주었듯이 아이패드가 자신들을 위해 탁월한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 역시 이에 화답하듯 전통적 미디어업체들에게 직접 아이패드에 대해 설명하고, 유료화 모델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아이패드는 등장한 지 3개월도 안 되어서 앱스토어처럼 온갖 성공신화를 탄생시키고 있다


미국의 유명 IT 전문잡지인 <와이어드>20106월호를 아이패드용으로 발행했는데, 4달러 99센트의 유료임에도 10만 부나 판매되었다. 종이잡지가 74,000부 판매된 것을 감안하면 잡지사로서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한 셈이다. 또한 Theodore W. Gray는 자신이 운영하는 periodictable.com의 자료들을 모아서 <The Element>라는 전자책을 아이패드로 발행했다. 앱스토어에 <The Element>를 발행한 지 단 하루 만에 periodictable.com을 운영하면서 5년 동안 구글 광고로 번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앞으로의 기업 역시 두 가지로 나뉠 것이다. 생태계를 창조하는 기업과 이미 존재하는 생태계 안에서 살아가는 기업 말이다. 생태계를 창조하는 기업은 바다처럼 커질 것이지만 생태계를 창조하지 못하면서 덩치만 큰 공룡 같은 기업은 서서히 멸종할 것이다. 생태계를 새로 만들기는 정말 어렵지만, 생태계를 구축해서 규모의 경제를 이끌 수 있다면 그 생태계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생태계 안에서라면 신처럼 권력을 부리면서 각종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앱스토어에 올려진 프로그램이 판매될 때마다 애플은 세금처럼 30%씩 수익을 가져가게 된다. 애플은 하드웨어를 판매하면서 돈을 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태계 안에서 벌어진 경제행위에 대해서 수수료를 부과해 수익을 얻을 수도 있으니, 그 어떤 기업보다도 탄탄한 자금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윈도우라는 생태계를 창조했고, 그 세금으로 돈을 버는 회사다. 델과 HP 같은 컴퓨터 회사에 윈도우 라이선스를 넘기면 델과 HP의 컴퓨터가 한 대씩 팔릴 때마다 자동으로 돈을 버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와 다르게 무료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지만 광고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덕분에 소니가 구글 TV로 협력하고 있고, 수많은 휴대폰 제조사들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밑으로 들어가고 있다.


생태계 창조자는 생태계의 지배자가 되어서 생태계에서 발생하는 경제행위에 대해서 일종의 세금을 부과할 수 있기 때문에 생태계 안의 기업이 커질수록 자연히 생태계 창조자는 더욱 거대해지는 선순환이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단순히 공룡처럼 커지는 것이 아니라 바다처럼 어마어마한 규모로 커지게 된다. 생태계를 창조하는 기업은 제국이 될 수 있지만, 생태계가 없는 기업은 제국의 지배를 받는 소왕국에 불과할 뿐이다. 애플에게 경쟁을 외칠 수 있는 회사란 뮤직스토어나 앱스토어 같은 새로운 생태계를 창조할 수 있는 회사에게나 겨우 허락된 일이다.



<다음회에 계속됩니다. 그리고 저의 밥줄인 모바일 게임 러브아이돌 주식회사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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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멀티라이터





혁명적인 제품이 나오면 모든 것을 뒤바꿔 버립니다. 애플은 이런 일을 잘 해왔죠. 만약에 여러분이 그런 일을 한 번이라도 하면 당신은 정말 대단한 행운아일 겁니다. 그런 면에서 애플은 운이 좋았습니다. 애플은 세상을 바꾸는 혁명적인 제품을 여러 번 소개할 수 있었거든요.


‐ 스티브 잡스, 2007년 맥 월드 연설 중에서






애플처럼 창조한다는 것 (29)


애플은 이른바 우리가 정석 혹은 상식이라고까지 생각하던 게임의 법칙들을 바꾼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다. 실제로 애플의 행보를 보면 이른바 비즈니스의 정석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걸어왔음을 알 수 있다. 애플 부사장인 팀 쿡은 애플이 ‘안티 비즈니스 스쿨’이라고 당당히 말할 정도다. 이를 테면 ‘선택과 집중’은 기업경영의 금과옥조처럼 통하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그래서 기업은 하나의 전문분야에서 한 우물만 파야 한다는 것이 비즈니스의 정석으로 통했다. 


과거 인텔은 메모리와 마이크로프로세서 두 가지 사업을 병행했다. 일본 기업의 대공세에 의해서 인텔이 적자에 시달리게 되자 경영진은 메모리 사업을 철수하고 마이크로프로세서 사업에 올인한다.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인텔은 그 후 기업경영의 선택과 집중의 좋은 사례로 자주 인용된다. 게임이라는 우물만 파는 닌텐도와 휴대폰 사업에 전념하는 노키아 역시 기업은 잘하는 한 가지 분야에만 주력해야 한다는 성공 모델로 꼽힌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소프트웨어 사업에 전력을 쏟아서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애플과 IBM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이 두 개의 사업 분야를 병행하고 있을 때 마이크로소프트는 오직 소프트웨어 사업만으로 승부를 걸었다. 당시만 해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통합된 개념으로 이해되었으나 마이크로소프트는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를 분리해서 오직 소프트웨어 경쟁력 향상에 매진하여 애플과 IBM을 물리치고 세계 최고의 IT기업으로 등극했다. 이런 점에서 보면 확실히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게임의 규칙을 바꿀 줄 아는 게임 체인저다. 


애플은 아이팟 이후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들어 놓은 게임의 규칙을 새롭게 쓰고 있다. 아이팟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했을 뿐만 아니라 아이튠스와 같은 음악 서비스까지 결합한 신개념 모델이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과거의 기준으로 보면 참으로 무모한 사업모델이었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아이팟은 과거 매킨토시의 재현이 될 것이라면서 곧 무너질 것처럼 예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실제로 빌 게이츠는 2005년 5월 애플의 성공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며, 매킨토시도 초반에는 큰 인기를 끌었지만 얼마 가지 않았다며, 아이팟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얘기했다. 



MP3 플레이어 시장에 본격 진출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PC 분야에서 펼쳤던 전략을 그대로 사용했다. 여러 하드웨어 업체들이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MP3를 만들게 했다. 또한 아이튠스 뮤직스토어 서비스와 대항하기 위해서 다른 음악 서비스 업체와도 제휴하였다. 애플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인터넷 뮤직 서비스를 혼자서 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각 전문 분야별로 여러 회사와 연합군을 구성한 것이다. 제휴업체를 늘리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세가 급격히 불어나자 아이팟이 매킨토시처럼 될 것이라는 예측도 늘어났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그야말로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버렸다. 그러자 기존의 연합군을 해체하더니 직접 준(Zune)을 제작했다. 회사 이름에 소프트가 들어갈 정도로 소프트웨어 중심임을 표명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하드웨어를 직접 제작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이는 게임의 법칙이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한 우물만 파는 모델이 MP3 플레이어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음을 깨닫고 결국 애플식의 게임의 법칙을 받아들인 것이다.


애플은 기존의 패러다임을 일거에 파괴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낼 줄 아는 회사다. 게임 체인저인 애플은 단순한 혁신이 아니라 혁명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애플이 무엇인가를 시도할 때마다 항상 부정적인 의견이 뒤따랐다. 현재를 지배하는 게임의 법칙이 미래에도 계속 적용될 것이라는 착각 때문이다. 어제까지는 승리한 게임의 법칙이라도, 다음날에는 게임 체인저에 의해 일거에 뒤집어질 수 있다. 그래서 애플의 일거수일투족은 주목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들이 하나의 성공을 만들어내면 세상을 지배하는 게임의 법칙이 또 그만큼 변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아이폰이 좋은 본보기가 된다. 2009년 11월 아이폰이 정식으로 출시되자 아이폰 판매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 고작 10만 대에서 20만 대 정도 판매될 것이라 예상할 정도였다. 실패의 근거는 스마트폰 시장이 1%밖에 안 되고, 국산 휴대폰 점유율은 90%가 넘는다는 것이었다. 외국산 휴대폰의 무덤이며, 스마트폰 시장은 너무 작으니 아이폰 역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인데, 이는 게임 체인저로서의 애플의 역량을 무시한 것이었다. 아이폰은 한국에서 출시된 후 40만 대를 판매하더니 6개월 만에 70만 대를 돌파했다. 아이폰이 처음 잘 팔릴 때는 대기수요가 한 번에 몰린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판매는 곧 줄어들 것이라고 장담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아이폰이 대세라고 보고 있다. 


아이폰의 성공과 함께 한국의 휴대폰 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1%밖에 안 되는 시장 점유율로 찬밥신세였던 스마트폰 시장에 이동통신업체와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회사의 사운을 걸고 전력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무선랜은 이동통신업체로서는 반갑지 않은 기능이다. 무선랜으로 인터넷을 하면 이동통신업체의 망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통신요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원래 있던 무선랜 기능을 정작 휴대폰 모델이 발매될 때는 제거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아이폰 이후 이제는 일반 폰에도 와이파이가 달릴 정도로 세상이 바뀌었다. 이동통신업체는 회사의 사활이 와이파이에 있다는 생각으로 너 나 할 것 없이 와이파이 확충을 위한 경쟁에 돌입할 정도로 무선랜에 대한 태도 자체가 돌변했다.


아이폰은 단순히 이동통신 산업만 바꾸고 있는 것이 아니다. 네이버나 다음 같은 인터넷 업체들은 모바일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스마트폰을 업무에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언론, 출판, 금융, 유통업체들도 아이폰이 변화시킨 환경에 적응하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현재 아이폰은 단순히 휴대폰 하나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사회와 문화 그리고 라이프스타일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이런 변화가 외국에서도 신기했는지 <월스트리트 저널>에서는 ‘The iPhoning of Korea’라는 이름으로 아이폰이 어떻게 한국 사회를 변화시켰는지를 보도할 정도였다. 


게임 체인저로서 아이폰이 만들어낸 가장 놀라운 모습은 액티브 엑스(Active X) 일색인 한국 인터넷의 변화다. 액티브 엑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자적인 기술로 다른 웹 브라우저에서는 호환되지 않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웹 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에서만 완벽하게 작동된다. 한국은 윈도우가 시장을 장악한 영향도 있지만 유독 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이 높다. 익스플로러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62.7%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97%나 된다. 한국에서 유독 시장점유율이 높은 것은 액티브 엑스 덕분이다. 한국에서 액티브 엑스 없이 인터넷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문제는 액티브 엑스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자기술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차원에서 전자상거래에 필수적인 공인인증서를 법으로 규정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브 엑스를 사용하도록 강제하였다는 점이다. 


국가가 이렇게 특정기업의 기술을 강제로 사용하도록 하는 정책은 세계 흐름과는 맞지 않는 것으로, 이 때문에 한국의 인터넷 환경을 퇴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가 아니면 아예 인터넷을 할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에, 다른 다양한 기술로 무장한 플랫폼이 설 자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사실 아이폰이 실패할 중요한 근거 중 하나가 액티브 엑스였다. 액티브 엑스 없이 온전한 웹 서핑이 어려운 한국에서 아이폰에 탑재된 브라우저인 사파리로는 인터넷을 사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폰이 등장하자 인터넷서비스업체들이 모바일 전용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아이폰으로도 편안하게 웹을 서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바꾸고 있다. 또한 정부에서도 액티브 엑스 없이 아이폰에서도 인터넷 상거래가 가능하도록 공인인증서 제도를 바꾸기로 하는 등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역시 게임 체인저로서의 아이폰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애플은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게임의 법칙을 바꾸기도 한다. 애플은 처음부터 아이폰을 서비스할 이동통신업체를 직접 선택하려 했다. 이는 당시로는 정말 상상도 하기 힘든 행동이었다. 왜냐하면 이동통신업체와 휴대폰 업체의 관계는 슈퍼갑과 을의 관계였기 때문이다. 휴대폰 판매량은 이동통신업체가 밀어주느냐 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시장이었다. 그래서 휴대폰 업체들은 이동통신업체가 요구하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했다. 이런 관계 때문에 휴대폰 제조사와 이동통신업체를 농노로 표현하는 언론까지 있을 정도였다. 이동통신업체가 원하는 휴대폰이란 위대한 제품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동통신업체와 2년 정도 약정을 하는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할 수 있는 정도의 무난한 휴대폰이면 충분했다. 그러다 보니 이동통신업체에서 보조금을 받고 소비자에게 무료로 팔 수 있는 정도의 그저 그런 수준의 휴대폰이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이동통신업체의 입김을 배제하고, 철저히 애플의 생각으로 아이폰을 개발하려고 했다. 이동통신업체와 협의 없이 제품을 만들겠다는 것도 당시로는 놀라운 발상이었지만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 이동통신업체의 간섭 없이 독자적으로 콘텐츠를 소비자들에게 직접 팔아야 한다고까지 생각했다. 휴대폰을 만드는 업체가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콘텐츠를 직접 판매하겠다는 이런 계획 역시 당시에는 전례가 없는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이동통신사는 통신망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서 휴대폰의 기능에서부터 판매와 서비스 방식까지 모든 것을 통제하던 현실에서 애플의 계획은 그야말로 무모함, 그 자체였다. 


실제로 미국 1위의 이동통신업체인 버라이존에 아이폰을 제안하자 그 즉시 거절당했다. 하지만 애플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게임의 법칙을 바꾸려 했다. 만약 이동통신사로부터 자신들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직접 이동통신사를 세울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AT&T는 5년 동안 아이폰 독점판매권을 갖는 대신 그 이외의 모든 통제권을 애플이 가져가는 것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AT&T가 버라이존에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회사의 고객을 뺏어 와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AT&T는 애플의 아이폰이라면 다른 업체의 고객을 불러 모을 수 있다고 확신하고 내린 결정이었지만, 사실 매우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이동통신업체의 절대권력 중 상당 부분이 휴대폰 업체에게 이양된 날이기 때문이다. 아이폰 이후 이동통신업체는 자신들의 권력을 나누어 주면서까지 위대한 휴대폰을 모셔 오기 위한 경쟁을 펼치는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그야말로 게임의 법칙이 완전히 바뀌었고, 혁명의 시작에는 역시 애플이 있었다. 


게임의 법칙을 애플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려는 모습은 최근 벌어지는 플래시와의 전쟁에서도 잘 드러난다. 애플은 플래시가 자원을 많이 사용한다는 이유로 플래시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 플래시의 제작사 어도비가 강력하게 반발했으며, 이를 비난하는 여론도 커지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직접 장문의 글을 통해서 애플이 플래시를 지원하지 않는 이유를 밝혀야 했다. 그는 “플래시는 PC와 마우스 시대에 맞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모바일 시대에 필요한 저전력과 터치 인터페이스 그리고 개방형 웹 표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므로 애플은 플래시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기술업계에서는 한바탕 논쟁이 벌어졌다. 


애플 입장에서 보면 플래시는 매우 껄끄러운 존재다. 플래시는 윈도우 PC와 매킨토시에서 동시에 돌아가는 멀티 플랫폼을 지원한다. 그러나 사실 윈도우 PC에서 훨씬 잘 돌아간다. 이 때문에 아이폰에서 플래시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하자 매킨토시 사용자들은 오히려 잘 됐다고 환영할 정도였다. 그동안 매킨토시 이용자들은 윈도우 PC에 비해 형편없이 돌아가는 플래시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도비는 시장 점유율 90%가 넘는 윈도우 PC에 전력을 쏟았고, 점유율 5% 내외에 불과한 매킨토시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애플에게도 악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윈도우 PC에서 쌩쌩 잘 돌아가는 플래시가 매킨토시에서 잘 돌아가지 않으면, 애플의 컴퓨터 기술력이 떨어져서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전에도 이런 비슷한 악몽이 있었다. 1990년대 초반 MS 워드의 경우 윈도우에서 문서 파일을 불러오면 즉시 열렸지만 매킨토시에서는 30초나 걸렸다. 매킨토시에게는 치명적인 일이었다. 매킨토시 성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때야말로 애플의 암흑기가 시작되던 시기였다. (완전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는 MS 오피스가 아예 매킨토시용으로는 나오지도 않았었다.) 결국 애플이 너무 많은 부분을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의존한 것이 화근이었다. 지금도 스티브 발머는 온전한 MS 오피스를 쓰고 싶다면 매킨토시가 아니라 윈도우를 쓰라고 공개적으로 말할 정도다. 그런데 플래시가 같은 악몽을 재현하려 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에 의하면 매킨토시에서 일어나는 충돌 문제의 가장 빈번한 원인은 플래시 때문이라고 한다. 이 문제를 어도비에 지적했지만 별다른 대처를 해주지 않고 있다며 분노를 표했다. 


정작 어도비는 스티브 잡스의 불만에 대해 애플로서는 가장 치욕스러우면서도 절대 듣고 싶어 하지 않는 답변을 내놓았다. 어도비 CEO인 산타누 나라옌은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매킨토시에서 플래시 때문에 충돌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플래시가 매킨토시 운영체제인 맥 OSX의 문제라고 밝혔다. 애플 입장에서 보면 정말 치명적인 일이다. 이는 맥 OSX가 윈도우보다 떨어진다고 낙인을 찍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도비는 10여 년 전부터 매킨토시 플랫폼에 소홀해 왔다. 어도비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인 포토샵만 해도 맥 OSX 버전이 윈도우보다 열등하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와 비슷한 상황이 재현된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도움 덕분에 성공시대를 연 어도비가 정작 애플을 외면하자 스티브 잡스는 충격을 받았고, 그가 소프트웨어에 전력을 쏟는 계기가 될 정도였다. 이런 배경 때문에 애플이 플래시를 거부하는 이유가 사실은 과거에 대한 복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어도비는 매킨토시보다 윈도우에 정성을 쏟아왔다. 물론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이 월등히 많은 곳에 회사의 자원을 투입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애플이 그런 사정까지는 봐줄 필요가 있을까? 애플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플랫폼을 보호해야 한다. 플래시는 애플의 명성에 타격을 주고 있으며, 플래시의 인기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더 큰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어도비는 윈도우에 주력하는 회사이며, 이는 제품의 질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만약에 플래시를 기준으로 해서 윈도우와 맥 OSX을 평가하게 된다면 맥 OSX가 완패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애플 입장에서 보면 플래시가 플랫폼을 선택하는 기준은커녕 평가 대상도 될 수 없도록 플래시의 입지를 최소화시킬 필요가 있다. 


스티브 잡스의 공개 메일을 보면 애플의 이런 의도가 잘 드러난다. 스티브 잡스는 여섯 가지 이유를 들어서 플래시 거부 사유를 밝혔는데, 마지막 여섯 번째에 가장 중요한 이유를 말했다. 여섯 번째 항목에서 스티브 잡스는 외부의 소프트웨어 회사가 개발툴을 만들 경우 플랫폼의 기술과 성능을 온전히 활용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말한다. 회사에서 플랫폼을 향상시켜도, 외부 소프트웨어 업체에서 이를 적용하여 업그레이드해 주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된다. 어도비의 플래시는 윈도우와 맥 OSX 두 개의 운영체제를 지원하는 멀티 플랫폼이지만, 맥 OSX의 최신 기술이 등장한 지 10년이 지난 후에야 이를 접목할 정도로 맥 OSX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어도비의 플래시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처럼 강력한 힘을 가지는 소프트웨어가 된다면 애플에게 치명타가 될 것이 자명하다. 고로 애플의 입장에서는 플랫폼을 사수하기 위해서라도 플래시를 견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애플이 플래시를 지원하지 않으면 애플에 대한 비난 여론이 흐를 수밖에 없고, 어도비 역시 애플이 벽을 만들고 있다면서 폐쇄성을 집중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시장에서 이익을 얻기 위한 싸움이라도 거기에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특히 IT업계에서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애플은 표준 기술인 HTML5를 들고 나오며 오히려 플래시가 폐쇄적이라고 역공격을 펼치고 있다. 어도비 입장에서는 자사의 기술을 애플에서 지원해 주지 않으니 애플이 폐쇄적이라고 하는데, 정작 애플은 웹이 특정회사의 기술로 통제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플래시야말로 폐쇄형이라고 지적한다. 사실 웹은 주인이 없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업체 간 합의를 통한 공개 표준이 중요한 곳이다. 플래시가 편리해서 사용하기는 하지만 모든 기술을 어도비 혼자서 통제하는 폐쇄형 기술인 것도 사실이다. 


애플은 플래시를 교체하기 위한 기술로 공개개방형 표준기술인 HTML5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HTML5가 아직 확정된 기술이 아니며, 언제 대중화될지 모르는 미완의 기술이라는 점이다. HTML5의 미래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애플이 HTML5를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나서자 어느덧 IT업계의 화두는 HTML5가 되었고, IT기업이 너도나도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2010년 6월 스트리밍 미디어(Streaming Media)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1,147개의 미디어 사이트 중 49%에 이르는 업체가 앞으로 HTML5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많은 업체들이 HTML5를 지원하는 것은 아이패드의 성공 덕분이다. 아이패드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플래시가 아니라 HTML5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아이패드와 아이폰이 많이 팔리면 팔릴수록 HTML5 기술도 더 빨리 보급될 것이다. 


애플은 자사의 홈페이지에 HTML5 기술을 이용하면 얼마나 멋진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쇼 케이스까지 만들어 HTML5 기술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그들이 게임의 법칙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잘 알 수 있다. 플래시를 지원하지 않음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듣는 한편 경쟁업체에게는 폐쇄적이라는 격렬한 비난을 들어야 했지만, 이런 논란 속에 HTML5라는 표준기술을 제시하면서 업계 전체를 애플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HTML5의 보급은 그 자체로 인터넷을 지배하는 게임의 법칙을 바꾸는 일이다. 업계의 방향을 자사에게 유리하도록 게임의 법칙을 바꿀 수 있는 애플의 능력, 그것이 바로 애플이 혁신을 넘어 혁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다.


<다음회에 계속됩니다. 그리고 저의 밥줄인 모바일 게임 러브아이돌 주식회사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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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처럼 창조한다는 것 <13회>






위대한 재능 따위는 없다. 운동감각? 전혀 없다. 지능? 그것도 별로다. 그에게 신이 주신 위대한 재능은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미리 간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티브 잡스는 그 혼자만으로도 하나의 위원회다. 하나의 스티브 잡스는 100만 명의 기술책임자보다 가치 있다. 그는 흰색과 검정색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아이폰을 발표한다. 그는 단 하나의 아이패드만을 발표한다. 그의 재능은 이렇게 확고하다. 


- The street Steve Jobs: His Exponential Value for iPhone 4 기사 중에서



많은 회사들이 위원회를 통해서 중요안건을 결정하려 한다. 하지만 위원회 중심의 의사결정은 부작용도 만만찮다. 위원회에서 각종 안건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다수로부터 의견 일치를 보아야 한다. 그런데 위원회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토론하면서 하나의 안건을 결정한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안건이 서로 논쟁만 벌이다가 그냥 대화로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위원회의 폐해로는 과거 IBM의 이야기들이 좋은 교훈이 된다. 현재 데이터베이스 분야의 최강자는 오라클이다. 천하의 IBM이 오라클에 뒤쳐진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CEO 래리 앨리슨과 오라클 신화>라는 책을 보면 한 가지 좋은 사례를 들려주고 있다. IBM 내부에는 온갖 위원회가 존재하기 때문에 위원회에서 검토와 재검토를 거치지 않고는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한다. IBM의 전직 프로그래머에 의하면 “빈 상자 하나를 배에 선적하는 데도 아홉 달이나 걸리는 게 바로 IBM”이라고 한다. 위원회의 문제점은 단순히 일이 늦어지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공이 많으면 산으로 간다는 말처럼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결론을 내기도 한다. 또한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서 제품을 개발하게 되면 시장조사를 통해서 제품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위대한 제품이 나오기 어렵다. 정말 좋은 아이디어는 기존의 통념과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기 때문에, 훌륭한 아이디어를 바로 알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다수결에 의해서 결정되는 위원회 내부에서는 소수자의 의견으로 전락해서 사장되기 일쑤다. 흔히 특징이 없는 평범한 상품을 일컬어 ‘위원회 스타일의 제품’이라고 비아냥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가 돌아오기 전만 해도 애플은 위원회에 의해서 제품개발을 결정했다. 아이디어를 제품화하기 위해서 애플은 마케팅, 엔지니어링, 사용자 경험 이 세 가지를 평가했다. 마케팅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 엔지니어링은 애플이 할 수 있는 것, 사용자 경험은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보는 것이다. 이 세 원칙에 따라서 관리자 위원회에서 승인하면 본격적으로 제품 개발이 시작되었다. 구조적으로 보면 훌륭해 보이지만 부작용도 만만찮았다. 위대한 제품이 없었다는 것인데 1989년에서 1996년 초까지 애플 산업디자인팀을 이끌었던 로버트 브르너(Robert Brunner)에 의하면 “애플에서 위대한 요소들이 사라졌던 이유는 합의에 의해서 결정하다 보니 중도만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위원회 스타일 제품 개발의 문제를 한 가지 더 들자면 쓸데없는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위원회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한 정치싸움의 결과다. 회사에서 예산을 받아야 자신이 맡은 조직이 운영되기 때문에 회사의 이익에는 관심 없이 오직 자기 팀이 맡는 제품을 하나라도 더 추가하려는 정치싸움을 벌인다. 1992년에서 1997년까지 애플은 ‘퍼포마’라는 제품명으로 70여 개의 모델을 판매했다. 너무 많아서 애플에서는 맥을 선택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포스터까지 제작할 정도였다. 회사직원들조차 애플이 왜 그렇게 많은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지 이유를 몰랐을 정도다.


현재 애플에는 위원회로 인한 문제가 없다. 왜냐하면 애플에는 위원회가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스티브 잡스가 모든 것을 결정하니 위원회가 필요 없을 듯도 하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의 철저한 통제 아래 돌아가는 독재국가라고 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독재야말로 애플을 위대하게 만들고 있다. 원래 IT업계는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그 어떤 분야보다도 의사결정이 빨라야 하기 때문에,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독재형 CEO가 회사를 장악하기 마련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선비처럼 생긴 빌 게이츠만 해도 회사 내에서는 존경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카리스마형 지도자다. 의견이 다른 직원에게 욕설이 담긴 메시지를 보내서 일부러 전투욕을 자극하기도 하며, 마음에 들지 않는 엔지니어에게는 내가 차라리 프로그래밍하는 게 낫겠다며 비아냥대기도 한다. 또 기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 질문을 하면 바보 같은 질문이라면서 상대를 무안하게 만든다. 꽤 터프한 경영자로 알려진 빌 게이츠는 회사를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방식으로 경영했다. 허브 앤 스포크 방식은 수레바퀴의 중앙축에 살이 연결되어 있듯이 CEO가 회사 전체의 중앙통로가 되어서 각 사업부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관계를 말한다. 실제로 빌 게이츠는 회사의 허브 역할을 하면서 사업을 직접 통제하였고, 이를 통해서 효율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냈다.



스티브 잡스 역시 빌 게이츠처럼 회사 전체 사업과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처럼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의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는 주로 개발자와 연결되어 있다. 스티브 잡스는 회사 내 100여 명의 사람들과 직접 의사소통하며 이들에게 명령을 내린다. 직위에 따라서 높은 사람들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아래 계층의 엔지니어와도 직속으로 연결되어 대화를 나눈다.


국가와 사회에서는 당연히 민주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스티브 잡스 역시 자신의 사명을 ‘기술 민주주의’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제품 개발에 있어 민주주의가 꼭 옳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오죽하면 닌텐도 Wii와 슈퍼마리오를 개발해서 게임의 신으로까지 불리는 미야모토 시게루는 개발 과정에서의 민주주의를 경멸한다고 밝힐 정도일까. 개발 과정의 민주주의는 리더가 능력이 없을 때뿐이라고 생각한다. 제품 개발은 리더가 확실한 비전을 가지고 팀원들을 이끌어야 하는데 리더 스스로 확신을 못하니 팀원들에게 중요사항을 물어보는 학급회의로 변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책임회피가 만연해진다. 


서로 합의해서 진행했으니 나중에 실패를 해도 누구 하나 자기 책임이라고 하기보다는 모두가 결정한 것을 따랐을 뿐이라면서 변명하기 바쁘다. 사실 애플의 첫 번째 실패작이었던 애플3 컴퓨터가 바로 위원회 식으로 제작해서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다. 애플3가 실패하고 나니 그 누구도 애플3를 자신의 자식이라고 하지 않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이런 모습은 스티브 잡스의 독재 아래 있는 애플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스티브 잡스는 확실한 비전을 가지고 있으며 팀원들은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애플의 위대한 제품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스티브 잡스의 독재에 의해서 나왔다. 



어느 날 스티브 잡스는 개발자들에게 매킨토시는 전화번호부 크기여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만 해도 그렇게 작은 컴퓨터는 상상도 못하던 시절이었다. 팀원들은 스티브 잡스의 요구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만약 민주주의처럼 투표로 결정했다면 매킨토시는 전화번호부 크기로는 절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맥을 개발할 때 엔지니어들은 38가지의 이유를 들어서 제작이 무리라고 답했다. 하지만 잡스는 자신이 CEO이고 내가 가능하다고 믿고 있으니 무조건 따르라고 명령했다. 결국 끝까지 저항하던 엔지니어들은 잡스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스티브 잡스는 조금 불가능할 듯한 목표를 세워서 개발자들을 당황시킨다. 아이팟을 만들 때는 세 번 안에 원하는 곡을 찾도록 했으며, 출시일을 크리스마스 시즌 전까지로 결정해서 개발자들을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었다. 이렇게 팀원들의 의견이 아니라 스티브 잡스의 일방적인 명령으로 채택된 아이디어들은 애플을 역사적인 성공으로 이끌었다.


스티브 잡스의 독재에 대해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들이 있다. 우선 스티브 잡스가 직원들의 말을 일체 안 듣는 고집불통은 아니라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생각은 얼마든지 직원들에 의해서 거부당하기도 한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도 언제든지 그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이팟에서 전원 버튼은 스티브 잡스의 요구로 없앴다. 메뉴 버튼도 제거하라고 했지만 개발자의 설득으로 메뉴 버튼은 살아남았다. 사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말을 고분고분 순종하는 사람보다 오히려 확신에 가득차서 자신의 이야기에 반론을 펼치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스티브 잡스의 말이 직원들에게 먹히는 건 그가 단순히 폭군처럼 큰소리로 윽박을 질러서가 아니다. 


애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애플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직원들이다. 그래서 애플의 직원들은 애플이 아니라 실리콘밸리 어디를 가도 좋은 조건으로 취직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티브 잡스의 독재를 견뎌내고, 끝까지 스티브 잡스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충성파들이 가득하다. 취업정보 사이트인 글래스도어닷컴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스티브 잡스에 대한 직원들의 지지율이 무려 98%에 이른다고 한다. 지지율이 두 번째로 높았던 CEO는 인텔의 폴 오텔리니(paul otellini)로 82%였고, 애플과 경쟁관계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가 52%, 델의 마이클 델은 51%, HP의 전 CEO였던 마크 허드는 34%에 불과했다. 



스티브 잡스는 제품을 만들 때 천 번 이상 NO를 외친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개발자 입장에서 천 번이나 NO를 듣게 된다면 회사에서 버티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애플의 개발자들은 스티브 잡스의 높은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열정을 다 쏟는다. 스티브 잡스가 훌륭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궁극의 최종 사용자이기 때문이다. 애플에서는 시장조사를 통해서 제품을 만들지 않지만, 대신 스티브 잡스의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충족시켜 줘야 한다. 만약 스티브 잡스의 의견을 토대로 제품을 만들었는데 제품이 형편없고 시장에서 외면 받는다면, 스티브 잡스가 아무리 독재형 CEO라고 할지라도 불같은 성격을 견디면서까지 함께 일할 마음은 없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최고의 심미안을 가진 존재다. 스티브 잡스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면 이는 역사에 남는 위대한 제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개발자들은 누구나 위대한 제품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는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데 훌륭한 안내판 역할을 한다. 결국 스티브 잡스가 불같은 성격으로 독재를 부려도 개발자들은 그것이 위대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충성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애플 처럼 창조한다는 것"  매주 연재 됩니다.  재미있게 읽으신 분들은 저의 페이스북 팬페이지에 접속하셔서 좋아요 버튼좀 눌러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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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 이야기2010.04.05 08:23


닌텐도의 모든 것은 결국 창조로 귀결된다. 그들은 창조적일 때 빛났고 창조적이지 못했을 때 그들은 어려웠던 시기를 보냈다. 닌텐도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창조를 통해 부활한 만큼 그 어떤 회사보다 창조적인 회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기 때문에 창조를 주제로 닌텐도를 바라보면 그들의 모든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창조는 기존의 것과 다른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과거의 기준으로 평가를 하면 창조의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그래서 과거에 이랬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함부로 단정 짓지 않는 닌텐도는 마케팅 자료로 상품을 평가하지 않는다. 실제로 패미컴과 포켓몬스터가 미국에 진출할 때에도 닌텐도는 마케팅 자료를 참고하지 않았다. 만약 그들이 마케팅 자료를 참고했다면 미국에서 패미컴과 포켓몬스터를 감히 팔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창조적인 상품이 시장에서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만약 성공을 이루게 하는 엄청난 법칙을 알고 있다고 자만한다면, 절대로 성공에 이를 수 없을 것이다.  성공을 경험했다고 해서 자만한다면 세상의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다. 닌텐도는 이러한 자만을 철저하게 경계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 성공이라는 단어를 금기시하는 것이다.

야마우치 히로시는 게임 산업은 천국 아니면 지옥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창조에도 해당하는 말이다. 창조 역시 성공하면 엄청난 이익이 따라오지만 실패하면 회사에 큰 타격을 입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닌텐도는 항상 실패를 대비하면서 회사를 운영한다. 그들은 평소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한다는 절약정신이 몸에 배어 있으며, 필요한 곳에 돈을 쓰지 않고 있다.

닌텐도와 다른 회사들의 근본적인 차이는 실패를 받아들이는 자세이다. 많은 회사들이 창조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상은 거창한 구호에 불과하다. 창조를 외치는 대부분의 회사들은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한다. 실패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해야만 비로소 창조다운 창조를 할 수 있다. 닌텐도는 무조건 창조를 외치는 대신 우선 남들과 다른 새롭고 독창적인 것을 시도하는 행위 자체를 서로 칭찬하고 실패에도 관대하다.

닌텐도가 상품을 만드는 방식인 끊임없는 실험과 검증은 사실 수많은 실패를 반복하면서 최종적인 제품으로 완성해가는 시스템이다. 닌텐도 위의 컨트롤러를 만들 때 닌텐도 본사 복도에는 실패한 시제품이 여기저기에 쌓여 있었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성공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했기에 조금의 위축도 없이 계속해서 도전했고, 결국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게임 컨트롤러를 완성할 수 있었다. 닌텐도의 전매특허인 밥상 뒤집기 역시 엄밀히 말하면 스스로 실패를 인정하고 새롭게 다시 만드는 것이다.

또한 닌텐도 내부에서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겨우 상품을 시장에 출시했지만 정작 판매량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개발자들이 문책당하고 벌을 받지는 않는다. 게임 하나가 히트한다고 해서 성과급을 주거나 특별대우를 하지 않듯이 실패한다고 해서 개발자들을 벌하지 않는다. 닌텐도 DS의 개발 책임자인 오카다 사토루는 직원들에게 닌텐도의 전통을 설명하면서 실패가 경험이 되는 것이니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실패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닌텐도의 사고방식이야말로 겉으로만 창조를 외치는 다른 회사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기업문화를 살펴보아도 닌텐도는 필연적으로 창조를 위한 회사임을 알 수 있다. 닌텐도는 직원들에게 경쟁심을 가지지 말라고 한다. 닌텐도는 직원 사이에서뿐만이 아니라 다른 회사와의 관계에서도 경쟁심을 갖지 않는다. 이는 라이벌 회사에 대한 경쟁심을 적극 활용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대비된다. 경쟁심을 없앤 닌텐도는 블루오션의 개척자가 된 반면에 승부욕을 강조하는 마이크로소프트는 레드오션의 최강자가 되었다. 사실 이는 필연적 결과이기도 하다. 레드오션은 수많은 경쟁자들이 싸우고 있는 곳이다. 승부욕이 강한 기업이 수많은 경쟁자들을 싸워 물리치는 것이 레드오션의 숙명인 것이다. 반면에 닌텐도는 경쟁보다는 남들이 하지 못한 새로운 것에 도전하니 결국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시장인 블루오션을 창조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닌텐도의 창조는 단순히 게임 안에서의 혁신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패러다임까지 파괴하면서 게임의 틀 자체를 바꾸어버렸다. 이와타 사토루는 게임이란 사람이 무엇인가를 입력하면 이에 대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 같은 정의를 따른다면 세상에 게임이 아닌 것은 없다. 닌텐도는 과거 기준으로 보면 게임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위대한 밥상이나 영어 삼매경 같은 소프트웨어를 발매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오사카 전기통신대학은 닌텐도 DS를 활용해 영어 수업을 진행했는데 성적이 대폭 향상되자 다른 과목에서도 닌텐도 DS를 활용하고 있다. 이렇듯 닌텐도는 게임의 틀을 확장시킴으로써 회사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고 있다.

닌텐도의 기업 역사와 문화, 그리고 철학은 모두 창조를 향해 있고 그들의 생존과 성공은 모두 창조 덕분이었다. 닌텐도라는 기업은 그 자체로 창조의 위대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닌텐도의 창조성은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매우 중요한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닌텐도는 자신들보다 훨씬 규모가 큰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당당히 승리를 거두었다. 이는 압도적인 기술력을 가진 선진국의 초일류 기업들과 값싼 노동력이 무기인 중국 기업 사이에서 고전하는 우리나라의 여러 기업들이 지금 당장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해답을 제시해주고 있다. 

만약 우리가 단순히 초일류 기업을 흉내만 낸다면 자금과 기술이 뛰어난 기업에게 패배할 수밖에 없고 결국에는 수많은 중국 기업들에게 우리의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다. 샌드위치 신세가 된 우리에게 닌텐도야말로 매우 훌륭한 성공모델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기업은 세계시장에서 기대 이상으로 매우 선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유독 미국의 애플이나 일본의 닌텐도 같은 기업이 없다. 우리가 한 단계 진보하기 위해서는 애플이나 닌텐도 같은 기업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애플은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한계가 있는 롤모델이다. 미국 실리콘 밸리에 있는 애플은 전 세계에서 몰려오는 인재들을 고용해 스톡옵션과 같은 성과급으로 보상하고 있으며 직원들은 자유롭게 이직할 수 있다. 마치 전세계 야구선수가 메이저리그로  모이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연봉을 받고 있듯이 말이다. 이에 비해 닌텐도는 일본 사람 그것도 교토 지역 사람들 위주로 인력을 공급받고 있음에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성과급보다는 고용안정을 통해 인재들을 붙잡고 있다. 사실 일본의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우리나라와 대만의 업체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닌텐도는 전혀 그렇지 않다. 앞으로 우리나라 기업들도 일본 기업들처럼 중국 기업들에 의해 힘든 상황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우리나라에도 닌텐도 같은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기업들이 탄생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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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멀티라이터